엇박자가 나는 남북의 개교일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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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한국에서는 학교 학기 시작을 언제 하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4월 1일에 개교하는 북한과 비슷하게 3월 1일에 새 학년을 시작해 2월말까지 진행합니다. 방학기간은 제가 보니 북한과 거의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개교일을 9월 1일로 바꾼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제도를 북한이라면 지시 하나로 뚝딱 바꿀 수 있겠지만, 여기선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니까 이 문제를 놓고 갑을논박(갑론을박)이 치열합니다. 굳이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감수하고 바꿀 필요가 있을까 하는 주장부터 세계화의 흐름에 맞추려면 9월에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서로 맞서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의견들을 쭉 수렴해서 최종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제가 북에 있을 때 학제가 바뀐 것이 생각납니다. 원래 북한은 9월 1일에 개교를 했는데 어느 날 문뜩 지시가 내려와 1996년부터 4월 1일로 개교일이 바뀌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제가 비슷한 시기에 벌어졌던 다른 일들은 많이 기억하는데, 그때 학제가 바뀌었던 일화는 잘 기억나지 않네요. 그만큼 다른 충격적인 일들을 많이 겪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워낙 혼란이 거의 없어 기억할만한 일화가 없어서일까요.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과 유럽, 중국은 8월, 9월에 개학하는 가을학기를 운영하고 있고, 2~3월에 새 학기를 시작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호주 그리고 멀리 남미 나라들입니다. 요샌 부모들이 자녀를 유학을 많이 보내는데, 미국이나 유럽에 입학해서 공부하다가 한국에 오면 학기가 차이나 애매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것도 학기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유 중 하나에 들어갑니다.

가을학기로 바뀌면 여름방학이 길어지고 그러면 애들이 밖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찬성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겨울방학이 짧으면 학교 난방비가 더 나온다 이러는 반대 주장도 있습니다. 여기는 여론의 다양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다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논란을 보면서 북한은 왜 학제를 바꾸었을까 하는 점이 궁금해집니다. 2월과 4월에 김정일, 김일성 생일을 쇠느라, 또 5월에 농촌동원 한 달 내보내는 그런 것과 연관되지 않았을까요. 아무 설명을 해주지 않으니 저는 알 수가 없는데 국민이 치열한 토론을 거쳐 장단점을 파악해서 결정하는 남쪽과 너무나 다른 부분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어쨌든 그 조치로 남북의 학기 시작이 비슷해졌는데, 이제 또 바뀌면 통일돼서 학기 맞추는 것도 일이겠네요.

북한은 9월에서 4월로 옮기고, 남쪽은 3월에서 9월로 옮기겠다고 하고, 아무튼 남과 북이 서로 엇박자가 나는군요. 어느 학기로 결정되어도 어차피 누구에게나 꼭 마음에 들진 않을 겁니다. 9월 학기로 해도 한 30년 뒤 후손들은 또 이거 문제가 있다고 4월 학기로 바꾸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엔 학기가 언제 시작되는가 하는 것보단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북한은 공교육을 중시 여기고 학원이 없으니 학교에서 다 끝내지만 여기는 아이들이 공교육을 갔다 와선 오후엔 학원으로 달려가 또 선행학습을 해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론 이건 남쪽에 와서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고난의 행군 이전까진 북한의 교육제도는 나름 꽤 괜찮았다고 봅니다. 학원이 없으니 아이들이 꼭 같이 배워서 등수를 냈고, 공부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가 더 정확하게 갈렸지요. 선생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려는 의지 역시 제가 객관적으로 보면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 와서 놀랐던 것이 지금 50대 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한개 학급이 심지어 70명까지 구성돼 있기도 했답니다. 그러면 선생이 어떻게 학생들을 돌보겠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점점 교사가 많아져 한개 학급 인원이 서울의 경우 20명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들, 즉 OECD에 가입돼 있는 30여개 선진국 평균 수준이 18명 내지 20명 수준으로 반이 구성돼 있는 것이라 합니다. 그게 이상적인 것이겠죠.

북한은 제 기억엔 1970년대부터 20~30명 수준이었던 것으로 압니다. 국가가 교사를 채용하니 예산 때문에 교사 수를 못 늘이는 남쪽과 달랐던 것입니다. 물론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교육을 철저히 시키려니 한개 반이 인원이 많으면 불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북한 교육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이게 왜 그렇게 됐을까 생각해보니 교사들에게 배급을 못주면서 시작됐다고 봅니다. 교사들이 장사를 해야 먹고 살게 만들었으니 어떻게 학생들을 배워주는데 집중하겠습니까. 또 잘 사는 집안 애들이 뇌물을 바치면 그 애만 특별히 가르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학생 입장에서도 학교에서 내라는 것이 너무 많으니 못사는 집 애들은 학교를 갈 엄두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김정은이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애를 많이 쓰는데, 학교에서 세외부담을 왜 근절시키지 못할까요. 위에서 지시는 많이 떨어지는데, 제가 있을 때도 교장이 이런 지시 하달하고는 그 자리에서 얼굴색도 안 바뀌고 “위에서 지시는 이러이러하지만 우리는 충성의 과제를 수행해야 하니 저번에 걷어 들이라 한 것 반별로 총화합시다” 이러고 있었거든요. 제가 보면 그게 뇌물로 사는 부정부패가 일상화됐기 때문입니다. 고기맛을 안 간부들이 이런 식으로 걷어서 자기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중앙당 지시가 귀에 들어옵니까.

북한이 마음에 안 들면 쩍하면 감옥에 보내고, 총살하는 특기를 이런 부패에도 좀 들이대기 바랍니다. 말로만 세외부담 근절하라고 하지 말고 그걸 요구하는 간부들 단호하게 감옥에 한번 좀 보내보면 어떨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