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와 한반도의 긴장 고조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평가되는 미국의 전략무기인 F-22 스텔스 전투기 편대 및 F-16 전투기(왼쪽 상하단 4대, 선두 2대는 F-16, 후미 2대는 F-22)와 우리 공군 F-15K 전투기(오른쪽 선두 4대)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평가되는 미국의 전략무기인 F-22 스텔스 전투기 편대 및 F-16 전투기(왼쪽 상하단 4대, 선두 2대는 F-16, 후미 2대는 F-22)와 우리 공군 F-15K 전투기(오른쪽 선두 4대)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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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설 쇠자마자 갑자기 들려온 개성공업지구 가동 전면 중단 소식은 지금 남쪽에서도 엄청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개성공업지구는 10년 넘게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습니다. 2013년엔 북한에서 문을 닫겠다면서 북한 근로자들을 다 철수시켰다가 5개월 만에 가동이 재개됐는데, 이번엔 한국 정부가 가동 전면 중단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남쪽에선 이번 정부의 조치를 두고 잘 했다는 사람과 잘못했다는 사람의 비율이 반반 정도 되는데, 지금도 팽팽하게 논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개성공업지구 같은 것이 북한에 많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남포에도 있고, 신의주에도 있고, 원산에도 있고, 그렇게 한 열 개는 있었으면 하는데 그만 하나 남은 것조차 문을 닫게 되네요.

하지만 한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양력설을 쇠자마자 김정은은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고 주장했고, 음력설을 앞두곤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습니다. 북한에 인공위성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그거 내부 강연에서도 자위적 국방력을 위한 조치라고 인민들에게 선전하는 것이 아닙니까. 평화적 목적이란 말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죠.

수소탄도 마찬가지인데 그거 누구나 갖고 싶다고 다 가질 수 있는 무기입니까. 그런 식으로 제멋대로 핵탄을 만들어내면 인류 생존 자체가 위험해집니다. 그래서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핵무기 개발은 하지 말자고 합의를 했고, 합의 전에 핵무기를 갖고 있던 나라들도 요즘 핵무기를 줄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이런 국제사회의 질서를 무시하고 보란 듯이 핵실험을 하고 나서 “그래 어쩔 건데”하는 식으로 뻔뻔한 태도를 보입니다.

북한이 수소탄을 만들면 가장 위험한 나라가 어딥니까. 바로 한국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북한의 수소탄 개발과 미사일 개발에 한국의 돈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개성공업지구를 통해 임금 명목으로 지불되는 돈이 1년에 1억2,000만 달러입니다. 그게 얼마나 큰돈인지 잘 아실 겁니다.

매달 1000만 달러가 차에 실려 개성에 갑니다. 1,000만 달러면 100달러짜리를 100개 묶은 1만 달러짜리 지폐묶음이 1000개입니다. 김정은이 “남쪽도 핵무기 앞에서 안전하지 못하다”고 협박하는데, 그런 김정은에게 달러를 지불하는 남쪽사람들은 얼마나 열불이 나겠습니까. 그러니까 돈 주지 말라는 여론이 높아진 것입니다.

이번 조치로 김정은은 적잖은 타격이 되겠죠. 매달 1,000만 달러씩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길이 막힌 겁니다. 물론 개성공업지구를 가동 전면 중단해도 북한이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을 멈추진 않을 겁니다. 1억 달러가 없더라도 김정은이 돈을 만들어내는 길은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가 5만 명 정도 되는데, 이들이 연간 보내는 외화는 2~3억 달러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보다 더 큰 돈줄도 있습니다. 바로 북한 인민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충성자금입니다. 외화벌이 기관은 물론이고 작은 공장이나 협동농장이나 할 것 없이 사금이면 사금, 송이면 송이, 물고기면 물고기 다 상납해야 합니다. 그것도 현물로 바치는 것이 아니라 외화로 내야 합니다. 옛날 왕조 사회도 물품으로 공물을 받았는데 김정은은 빳빳한 외화만 요구합니다. 사회주의를 만든다고 하고선 정말 유례없는 뇌물 착복 왕조를 만든 것입니다.

개성에서 1억 달러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김정은이 평양에 치적 선전용 건물 몇 개를 짓지 않으면 그만이겠죠. 하지만 남쪽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가 건넨 돈이 한국을 위협하는 핵무기로 돌아오는데 어떻게 선뜻 달러를 건넬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선포하면서 김정은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했습니다. 한국의 능력으론 사실 김정은만 없애버리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자세히 밝히긴 좀 그렇지만 김정은 하나 만 제거하려면 왜 방법이 없겠습니까. 찾고자 하면 방법은 많습니다. 그런데 남쪽은 할 순 있지만 그렇게 까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김정은 제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김정은이 제거돼서 북한이 무정부 상태가 되면 감당하기 버거운 골치가 아픈 일들이 너무 많아지겠죠.

하지만 개성공업지구까지 가동을 전면 중단했는데 당분간 대북 압박을 중단하진 않을 겁니다. 이제부턴 국제사회와 공조해서 김정은의 자금줄인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들을 철수시키는데 집중할 겁니다. 한국의 힘이면 중국에 있는 북한의 외화벌이 일꾼들은 철수시키지 못해도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선 철수시킬 수 있을 겁니다. 김정은의 불장난 때문에 해외에서 돈 벌어가던 사람들만 피해보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동안 해외에 나갈 길도 많이 막힐 겁니다. 철수 명령이 떨어지면 그냥 한국에 와버리십시오.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남북 사이에 무력충돌이 날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북한은 비교적 한국을 잘 알던 김양건 대남비서가 죽고 대신 한국에 대한 침투공격을 평생의 직업으로 삼았던 김영철 전 정찰국장이 대남비서가 되는 등 강경 군부의 목소리가 매우 커졌습니다. 남쪽 역시 이번 개성공업지구 가동 전면 중단결정을 내린 정책 결정자 중에 군부 출신들이 많습니다. 군부 출신들끼리 기 싸움을 벌이면 결국 대화보다는 주먹이 오가기 쉽겠죠.

옛날 손자병법을 쓴 군사지략가 손자는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이 진정한 승리가 아니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진짜 승리”라고 했습니다. 수천 년 전 사람도 아는 지혜인데 21세기에 사는 한반도에선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아는 지혜로운 정치인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