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쪽엔 역사물 드라마, 북한 말로 역사 관련 연속극이 참 많이 만들어지고, 사람들도 역사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지금도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징비록이란 드라마가 방영됩니다. 저는 바빠서 드라마를 잘 못 보지만, 한번 우연히 보니 왜군이 조선에 상륙해 부산성을 공략하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부산진 첨사 정발 장군이 칼을 휘두르며 왜군을 마구 베이는데 몇십 명은 베고 총에 맞아 죽습니다.
저는 그걸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시대 장수들은 과연 왜군을 몇십 명씩 벨 실력이었을까?” 다른 역사 드라마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수는 당연히 적을 볏짚 베듯이 수십 명씩 단칼에 죽입니다. 남쪽 드라마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북한도 똑같은데 조선편인 장수는 적을 자기 죽이고 싶은 것만큼 죽입니다. 물론 제 개인적 느낌이긴 하지만 북한 드라마 속 장수와 남한 드라마 속 장수가 붙으면 남한이 이깁니다. 남한 장수는 싸움도 화려하고 적도 더 많이 죽입니다.
다시 임진왜란 때 이야기로 돌아가면 16세기 일본은 내전에 계속 이어지던 전쟁의 시대였고 살려면 아기 때부터 무예를 단련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는 티비도 없고, 책도 거의 없었으니 농사를 좀 하고 남는 시간에 무예를 익히는 것으로 하루를 거의 다 보냈을 겁니다. 거기에 실전 경험마저 더해지면 거의 펄펄 날아다니는 싸움의 달인이 된다고 봐야죠.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것처럼 굼뜨게 와~ 달려왔다 장수에게 칼 한번도 못 휘둘러보고 죽는 그런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란 뜻입니다. 지금 드라마 촬영에 동원된 군중들이 현대인들이라 아무리 열심히 흉내를 내도, 옛날 사람들이 싸운 것과 같은 장면은 절대 재현하지 못할 겁니다.
옛날 사람들 우습게보면 안 됩니다. 어려서부터 밥 먹고 싸움 훈련으로만 단련했겠으니 아마 지금 살아온다면 거의 이소룡, 이연걸급 격술가로 취급받을지도 모릅니다. 옛날 사람들은 활도 엄청 잘 쏘았을 겁니다. 일본에 가면 저기 과녁에 옛날 어느 누구누구가 화살 100개 쏴서 몇 개를 맞추었다 이런 기록이 있는 절이 있습니다. 그 기록에 도전해 보겠다고 올림픽 금메달을 받은 활쏘기 선수가 도전했는데, 옛 기록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습니다.
올림픽 금메달 선수면 활을 얼마나 잘 쏘겠습니까. 100미터에 쏴도 사람 머리는 실수 없이 맞춘다고 봐야죠. 그런데 옛날 사람은 그것보다 두 배 잘 쏘았으니 그때 사람들의 실력이 지금 올림픽 금메달 선수보다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옛날 싸움에서 100m 안쪽만 접근하면 화살에 맞기 쉬웠을 겁니다. 안시성에서 양만춘 장군이 당 태종의 눈을 쏘아 맞췄다고 하는데, 실제 그런 명궁들이 허다했겠죠. 특히 우리 민족은 예전부터 동이 민족이라고 해서 활을 잘 쏘기로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그래서 뛰어난 명궁도 많았습니다.
임진왜란이 벌어지던 시대에 조선군 일반 병사들은 활 쏘는 훈련은 했지만 칼싸움은 훈련하지 않았답니다. 그러니 멀리서 일본군을 활로 쏘는 것은 잘했지만, 드라마에서처럼 일대일로 칼싸움을 하면 당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물론 장수들의 경우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무과에 급제한 사람들이고, 밥 먹고 훈련만 했겠으니 칼싸움도 잘했고, 전략이 뛰어난 장군도 개중엔 많았을 것입니다. 실제로 임진왜란 때 왜적과 싸워 큰 전공을 세운 훌륭한 장수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아쉬운 점이 남습니다. 당시 조선은 철저한 신분사회였고 장수는 양반만 될 수가 있었습니다. 양반이 그때 인구의 몇 %였는진 모르겠지만 한 20%쯤 된다고 칩시다. 당시는 글씨나 시나 잘 쓰는 문관이 우대를 받았으니 그 20% 안에서 또 무관이 되겠다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았겠죠. 그렇게 따지면 결국 뭡니까. 인구의 10%도 안 되는 자격되고 자원하는 사람 중에서 장수를 뽑았다는 말이 됩니다. 물론 일본도 신분사회였긴 하지만, 만약 조선은 달랐다면 전쟁 양상이 크게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백 명 중에 한명을 뽑는 것과 열 명 중에 한 명을 뽑는 것은 엄연하게 차원이 다릅니다. 그런 신분 사회에선 일반 백성 속에 아무리 뛰어난 육체적 능력과 지략을 타고 났어도 절대 장수가 될 수 없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에 이순신 장군은 그럼 뭐냐는 반박이 빠질 수가 없었겠죠. 이순신 장군이 뛰어난 명장인 것도 분명하지만, 그는 다행히 칼싸움은 하지 않았고, 맞섰던 왜군 역시 바다싸움엔 초짜들이었습니다. 또 조선군의 군함은 왜군에 비할 바 없이 성능이 좋았습니다. 육지에서라면 아무리 명장이라도 싸울 병사와 장비가 받쳐주지 않으면 질 수밖에 없는 거죠.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도 워낙 북에선 잘 가르쳐주지 않으니 다음 시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오늘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지금 북한을 보면 21세기에 봉건 왕조 때 있던 그런 신분제도가 아직도 버젓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위로 보면 군대도 안 가본 새파란 김정은이 원수라고 군대를 통솔합니다. 이번 주에 태양절이 끼었는데, 김일성을 태양이라며 우상화하고 김정은은 태양의 손자란 신분 때문에 능력도 없이 왕이 됐습니다. 아래를 봐도 간부의 자식은 능력이 없어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지만 농민의 자식은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농민 신분을 벗기 힘듭니다.
이런 조선시대 신분제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나라가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다른 국가와 경쟁해 이기겠습니까. 지금 전쟁이 벌어지면, 북한의 운명은 한양이 20일 만에 함락됐던 임진왜란 당시의 부패 왕조와 다를 바가 없을 겁니다. 북한이 발전하려면 이런 썩고 낡은 신분제도부터 없애버려야 한다는 내용을 오늘 강조 드리며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