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이 북한군을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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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시간엔 저번 시간에 말씀드린 대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마침 북한 인민군 창건일이라고 하는 4월 25일에 우리 민족의 가장 위대한 명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돼 의미심장합니다. 또 여러분들도 역사 드라마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회 속에서 살다보니 오늘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는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순신 장군은 북한에서도 물론 명장이라고 역사 시간에 배워는 줍니다. 하지만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우리 민족의 가장 위대한 장군이라고 사기 치려니, 이순신 장군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역사 시간에 이순신 장군을 배웠는데, 그때 이순신 장군의 제한성이라고 받아쓴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이순신 장군의 제한성은 탁월한 수령의 영도를 받지 못했고, 그가 지키려고 했던 나라는 결국 봉건왕조 국가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어린 나이에도 “그럼 이순신 장군이 김일성의 영도를 받아야 했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황당했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나라를 지켰으니 오늘날 김씨 일가가 통치할 땅이라도 남아있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무지 고마워해야 할 텐데, 양심도 없네요.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때 23전 23승의 대단한 전공을 세우고 수만 명의 왜적을 바닷속에 수장시킨 명장입니다. 특히 1592년 9월 16일 단 13척의 배로 330척의 왜적과 싸워 이긴 명량해전은 이순신 장군의 업적 중에서 가장 대표적 전투입니다. 이 전투를 그린 명량이란 영화가 지난해 제작됐는데 한국 영화 역사상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국에 와서 알게 된 사실인데, 사실 이순신 장군의 전공은 왜적의 배와 비교할 수 없는 당대 최고의 군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군함이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점, 똑같은 군함을 갖고도 패했던 원균의 사례로 볼 때 이순신 장군이 대단한 전략가이자 위대한 업적을 세운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군함도 매우 중요한데, 당시 조선 수군의 주력함인 거북선과 판옥선은 당대 세계 최고의 군함이었습니다. 서양에서 철갑선이 나온 것은 무려 250년 뒤였습니다. 거기에다 사거리가 500미터인 화포를 10문 이상 장착했고, 상당히 든든했기 때문에 왜군을 그대로 들이받아 부셔버릴 수 있었으며, 밑바닥이 평평해서 빙빙 회전하며 싸울 수 있었습니다.

이에 비하면 왜군은 50미터밖에 못나가는 조총밖에 없었고, 사거리나 위력이 보잘 것 없는 밧줄에 매달아 놓은 조그마한 대포밖에 없어 적수가 못됐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조선 수군이 멀리서 화포로 일본 군함을 부셔버리며 돌격하는데, 왜군은 손 쓸 방법이 없고, 조선 군함이 가까이 접근해도 일본의 화력으론 꼼짝할 수 없으니 얼마나 절망적이겠습니까.

저는 이런 상황을 걸프전때 봤습니다. 미군 땅크가 먼 거리에서 이라크군의 T80 땅크를 정확하게 빵빵 까버리는데, 이라크군은 사거리가 안 돼 쏘질 못했습니다. 미군 땅크가 접근해도 이라크군 땅크포가 수십 발을 명중시켜봐야 방어력 좋은 미군 땅크는 끔쩍도 안합니다. 이러니 이라크군은 땅크 수백 대가 파괴될 동안 미군 땅크를 단 1대도 격파시키지 못했습니다. 이런 일이 500년 전에 남해에서 벌어졌던 것입니다.

명량해전을 비롯해서 여러 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무참히 패했던 와키자카라는 일본 장수는 임진왜란 초기에 용인에서 불과 1600명의 부대로 5만 명의 조선군을 괴멸시킨 인물입니다만, 바다에선 꼼짝 못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육지에선 조선군이 임진왜란 초기에 왜군에게 무참하게 패했죠. 용인전투는 물론, 왜군 150명 정도밖에 못 죽이고 조선 주력 관군 1만5000명 이상이 전사한 탄금대 전투까지 육지의 양상은 정 반대였습니다. 그건 바다의 왜군은 화포에 속수무책이었지만, 반대로 육지에서 조선군은 조총이란 신형무기에 꼼짝 못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앞선 시간에 말씀드리다시피 일본군은 100년 넘게 싸움으로 단련돼 있어 백병전을 벌이면 조선군 열 명이 왜군 한 명을 감당하기 버거웠습니다.

나중에 일본군의 약점을 알게 되니 조선군도 큰 승리를 거두는데, 대표적인 것이 행주산성 전투입니다. 이 전투에서 권율 장군이 지휘하는 조선군 3000명이 왜군 3만 명과 싸워 1만 명 이상을 죽였습니다. 그런데 이 전투를 보면 성을 딱 지키고, 활과 대포, 비격천지뢰 등으로 아예 왜군을 붙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계속 싸워보니 “아, 일본군과 백병전을 벌여선 승산이 없구나”하고 판단하고 거리를 딱 두고 싸운 겁니다.

옛날엔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으니 나라 간에 각종 무기의 격차가 커도 잘 모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나라가 어떤 무기를 가졌는지 다 아니까 전쟁을 하지 않고도 누가 이기고 지는지 딱 가늠이 됩니다. 지금 북한군의 수준도 바로 가늠이 되는데, 딱 임진왜란 때 왜군 수군 수준, 걸프전때 이라크군 수준도 못됩니다. 이런 인민군을 놓고 김정은은 미국을 개미처럼 밟아버리겠다고 큰 소리를 칩니다.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죠.

오늘 전쟁에서 무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씀드렸지만 그렇다고 이순신 장군의 업적이 폄하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제가 일하는 회사에서 내려다보면, 서울 중심부 광화문이란 광장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데 제가 뒤돌아서면 바로 내려다보입니다. 칼을 차고 갑옷을 입고 왜적이 오지 못하게 우리나라를 지켜선 수호신의 모습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하늘에서 굽어본다면, 자신이 목숨 바쳐 지켜낸 이 땅에서 군대도 안 가본 인간들이, 고물 무기만 가득한 군대를 거느리고 역사상 최고의 천하제일 명장이라고 자화자찬하는 꼴이 얼마나 어이가 없겠습니까.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