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2일자 노동신문을 보니 “인공적인 새끼 명태 생산에 성공해 수십만 마리를 방류했다”며 관련 뉴스를 1면에 크게 전했더군요. 보도를 보니 함북 연진수산사업소에선 명태 인공알받이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했고 명태에 먹일 먹이까지 국산화했다고 하네요. 이렇게 길러낸 새끼 명태들을 올 4월 말부터 5월 상순 사이에 동해에 수십만 마리나 방류했다는 것입니다.
신문은 김정은이 지난해 직접 “명태 양어를 할 데 대한 가르치심을 주시고 은정어린 대책까지 세워주시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맞다면 김정은이가 한국 신문을 열심히 보는 게 틀림없습니다. 왜냐하면 명태 인공 부화는 한국 수산 관련 연구소들이 요새 집중적으로 하는 것으로 언론에 많이 소개됩니다.
남쪽은 2014년부터 명태 복원을 시작해 2015년 12월 동해에 인공 수정된 새끼 1만 5000여 마리를 방류했고, 지난달에도 15만 마리를 바다에 방류했습니다. 남쪽은 2018년부터 매년 100만 마리의 어린 명태를 동해에 방류할 계획입니다. 이런 소식이 계속 보도가 되니 김정은이가 “야, 우리도 한번 해보라” 하고 지시를 했을 것 같습니다. 명태를 양어한다는 발상을 정은이가 했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명태는 민족의 생선이라고 할 수 있는 어종입니다. 명태를 일본은 ‘멘타이’, 중국은 ‘밍타이위’, 러시아는 ‘민타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우리말 명태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남쪽에서 명태는 국내 생선 소비량 중 제일 많은데, 매년 30만 톤 이상 소비됩니다. 1년에 남쪽 사람은 1인당 6㎏ 정도, 숫자론 10~15마리씩 먹었습니다.
그런데 남쪽에선 전혀 잡히지 않아서 매년 이 30만 톤을 다 수입해 옵니다. 남쪽 동해에서 잡히는 명태는 1980년대 초반 연간 10만 톤이 넘기도 했지만, 1990년대 들어선 수천 톤 수준으로 급감했고, 2007년 이후엔 1년에 1톤도 안 잡혔습니다. 2014년에 한국 수산연구소가 인공 수정과 부화를 위해 살아있는 명태 1마리에 500달러, 죽은 명태는 50달러의 상금을 걸었는데도 200마리인가 밖에 잡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는 북에 있을 때 명태를 엄청 먹고 살았습니다. 겨울엔 말린 명태가 제일 즐기는 간식이었는데, 한국에 사는 지금도 저는 집에서 마른 명태를 떨구지 않고 간식처럼 먹습니다. 제가 사먹는 명태는 주로 중국에서 말린 것인데, 제 입에는 맛내기를 살짝 뿌려서 말려야 맛있습니다. 여기서 북한 명태, 러시아 명태 이렇게 파는데 그것도 괜찮습니다. 한국에선 러시아에서 잡힌 명태를 남쪽에서 제일 추운 강원도 대관령이란 곳에서 말린 북어가 제일 비싼데, 제 입엔 그 명태는 좀 퀴퀴한 맛이 납니다. 여기서 아무리 추워봐야 결국 강원도 이남이죠. 역시 명태는 추운 곳에서 눈을 몇 번씩 듬뿍 맞으며 영하 수십 도에 얼었다 녹았다 해야 제 맛입니다.
제 기억엔 명태가 확 줄었던 것이 1985~1986년경입니다. 그 전까지도 배가 나가면 몇 백 톤씩 잡아왔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해서 갑자기 안 잡혔죠. 백사장이 꽉 차게 말리던 명태 덕장도 갑자기 줄고 해서 해류가 이렇게 급격히 바뀌나 의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그런데 알고 보면 명태 씨가 마른 것은 기후 변화로 인한 동해 수온 변화 탓도 있지만 한국 탓도 매우 큽니다.
한국 정부가 이전엔 금지했던 ‘노가리 잡이’를 1970년에 전면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노가리라면 여러분들은 처음 듣겠지만, 쉽게 말하면 길이 27㎝ 이하의 새끼 명태를 말합니다. 남쪽에 오니 여기 사람들 노가리를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은 그런 문화가 없는 데 말입니다. 아무튼 노가리 잡이가 허용된 이후 30년 가까이 전체 명태 어획 마릿수의 90% 이상이 노가리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다는 이유로 미래에 큰 명태가 될 새끼명태를 모두 잡아버린 것입니다. 명태 어획량이 1만t 이하로 떨어지자 뒤늦게 한국은 2006년부터 27㎝ 이하의 명태를 잡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1970년 이후 30년 넘는 기간의 노가리 남획은 치명적이어서 결국 2007년부터 명태는 사실상 동해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볼 수 있고, 이는 한국 정부의 정책 실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뒤늦게 한국 정부가 과거 정책을 반성해서 명태 인공 부화를 통해 동해 명태 살리기에 나섰긴 했습니다만, 한번 허물어진 명태 생태계가 다시 부활하기까진 수십 년이 걸리겠죠. 이런 상황인데 북한에서도 명태 복원에 나섰다니 그 말 그대로 믿으면 참 좋은 일입니다.
헌데, 저는 노동신문의 자랑이 왜 믿어지지 않을까요. 명태 인공 부화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북한은 전기와 사료 등 모든 것이 부족한데 명태 인공 수정에 매달릴 이유가 잘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또 어선들의 연료 부족으로 바다에 있는 생선도 제대로 잡지 못해 어장 조업권을 중국에 파는 북한이 멀리 내다보고 명태 부활 사업에 매달렸다는 것도 잘 이해되지 않고요.
혹시 남쪽에서 명태를 방류하니까, 나중에 "남쪽에서 잡는 명태는 우리가 방류한 것이니 우리가 허가한 중국 어선이 동해에서 명태 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주장하려는 속셈 아닐까요. 명태는 동해와 북태평양 그리고 일본 연안을 도는 회유성 어종이라 방류한 곳이 남쪽인지 북쪽인지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아무튼 제가 북에 가보진 못했으니 사실 여부는 유보하겠습니다.
김정은이 명태 양어에 관심이 있다면 이걸 남북이 같이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엔 재재 때문에 당장 남쪽에 돈이 북에 들어가는 사업은 할 수 없지만, 남과 북이 힘을 합쳐서 미래의 자원을 복원한다 이런 그림 만들어지면 참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