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달 9일 강원 인제군 관대리라는 곳에 살던 마을 주민이 산을 오르다 이상한 물체를 봤습니다. 찬찬히 가서 살펴보니 날개가 거의 3m나 되는 파란 색깔을 칠한 무인기였습니다. 산에 무인기가 떨어져 있으니 이 주민은 파출소에 신고를 했습니다. 군부대에서 출동해서 분석을 해보니 북한에서 날려 보낸 사진 촬영용 무인기였습니다.
이 무인기는 5월 2일에 분계선에서 약 7㎞ 떨어진 북한 금강군 일대에서 출발해 266㎞ 떨어진 경상북도 성주까지 와서 사진을 찍고 돌아가던 중 인제군에 추락했습니다. 총 비행시간은 5시간 30분이었고, 고도 2400m에서 시속 90㎞로 날아 총 490여㎞를 비행했습니다. 경북 성주는 여러분들도 잘 아는 사드 배치 지역입니다.
무인기에는 일본 소니 사진기가 달려 있었는데, 이 사진기 자체는 시대에 좀 뒤진 것인데 아무튼 날아왔다 갔다 하면서 모두 551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무인기에는 7.5리터짜리 휘발유통이 달려 있었고, 체코에서 제작된 엔진이 사용됐는데 추락 원인은 연료 부족이었습니다.
무인기 발견 소식에 한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북한군 무인기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것은 2014년 3월이었는데, 그때 백령도를 찍고 가다가 역시 연료부족으로 추락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무인기는 크기도 커지고, 연료 용량도 늘어난 데다 무엇보다 사드가 배치된 사진도 19장이나 찍었습니다. 북한의 무인기 제작 능력이 대폭 향상됐다는 증거입니다.
사실 그렇다고 해도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가 최신이란 소리는 아닙니다. 한국은 대학에서 학생들이 과학 동아리에서도 무인기를 만드는데 벌써 10년 전에 지금 발견된 북한 무인기보다 더 성능이 좋은 걸 만들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는 정말 초보 단계 수준입니다.
문제는 북한 무인기의 성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걸 어떻게 막을지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겁니다. 무인기는 크기가 너무 작아서 한국군이 갖고 있는 반항공 레이다에 잡히지 않습니다. 한 2000m 상공에서 떠다니면 눈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설사 어찌어찌 발견해도 그걸 추락시킬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저런 무인기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다가 어디 있을까 찾아봤는데, ‘라다’라고 하는 이스라엘제 레이더가 세계에서 성능이 제일 좋습니다. 탐지거리 최대 30㎞이고 탐지고도도 최대 9㎞이며 최소 0.5m 크기의 물체까지 포착이 가능한 레이더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입니다. 1대에 무려 100만 딸라입니다. 이걸 한대 사온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북에서 휴전선 어느 지역에서 무인기를 띄울지 모르니까 레이다 수백 대는 설치해야 하는데, 100대만 사와도 1억 딸라입니다.
반면 북한 무인기 제작비용은 겨우 몇 천 딸라에 불과합니다. 그 값싼 싸구려 막겠다고 수억 딸라를 써야 하니 정말 기가 막힌 일일 수밖에 없죠. 더 문제는 발견했다 쳐도 이걸 격추시키는 방법이 신통치 않습니다. 위장색을 한 채 상공 2000m를 나는 소형 무인기는 보이지도 않으니 총으로 격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미사일을 쏘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수천 딸라 짜리 싸구려 잡겠다고 최소 몇 십만 딸라 하는 미사일을 쏜다는 게 기가 막힌다는 뜻입니다. 고작 몇 키로밖에 실을 수 없는 무인기가 한국에 엄청난 피해를 줄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보고만 있자니 무인기가 제 마음대로 들락거리는 걸 국민들이 용납하겠습니까.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요새 한국은 그런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일단 이렇게 한국이 골치 아픈 허점을 찾아서 찌르는 북한군의 잔머리엔 박수를 드립니다. 정말 한심한 국방력을 갖고 매년 수백 억 딸러의 국방비를 쓰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 장비를 갖춘 한국군을 쩔쩔 매게 만드니 과히 군관학교에서 빨치산 전술을 배운 사람들답습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이런 장난질로 뭐가 달라집니까. 그냥 이건 장난일 뿐 대세엔 아무런 지장도 없습니다. 과거 빨치산도 아무리 산에서 버텼어도 수백 만 대군을 거느린 일본의 패망엔 거의 영향이 없었습니다. 일본이 망한 것은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강대국과 정면 승부를 벌였기 때문이지, 태평양 전쟁이 없었으면 빨치산이 100년을 싸워도 바위에 계란 던지기에 불과했을 겁니다.
이번 무인기도 똑같은데, 제가 볼 땐 사진 좀 찍어가도 무시하면 그만이라 봅니다. 요즘 저 같은 민간인도 서울에 앉아서 북한 어느 구석구석 마음먹은 대로 다 내려다봅니다. 그건 구글이라는 미국 거대 기업이 인공위성을 동원해 지구 어느 구석이나 모두 자세히 찍어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교도 생활했던 곳에 포들도 다 그대로 자세히 보이더군요. 북한도 솔직히 무인기 내려 정찰할 수고면 인터넷 도입해 구글 보면 간단합니다. 물론 사드처럼 며칠 전에 배치한 거면 정찰기 보내서 찍을 수밖에 없지만, 어차피 시간 지나면 다 그곳도 보입니다.
무인기가 사진 찍는 거 외에 어디에 더 필요할까요. 뭐 수류탄 몇 개는 와서 떨구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그건 폭격이니까 전쟁 선포를 의미합니다. 그럴 거면 폭격기로 폭탄을 떨구거나 포를 쏘지 무인기로 수고스럽게 수류탄 정도 떨굴 필요는 없지요.
무인기로 사진 몇 장 찍어 가면 김정은이 만족해서 훈장도 주고 승진도 시켜줄 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미 당국이 수십 년 전부터 인공위성으로 북한을 손금 보듯 보고 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북한도 아무리 무인기 수없이 만들어 내려 보내 사진 찍어봐야 길게 보면 그것도 다 의미 없는 헛짓입니다. 그런데 굴릴 잔머리를 인민들을 어떻게 잘 살게 만들지 그런데다 좀 열심히 굴리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