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한국의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심각한 출산율 감소입니다. 쉽게 말하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죠. 나라가 발전하면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긴 하지만 한국의 문제는 정말 심각합니다.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인 1.22명입니다. 세계에서 한국보다 출산율이 낮은 나라는 전쟁을 겪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하나밖에 없습니다. 자녀를 적어도 두 명은 낳아야 한 명은 여자고, 한 명은 남자가 돼서 인구를 보존할 수 있는데, 1.2명을 낳으면 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 재작년에 태어난 전체 신생아 수는 44만5000명으로 지금보다 인구가 훨씬 작았던 1980년대 한해 신생아 수 80만 명 수준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반면 평균 수명은 갈수록 늘어나 이제는 한국의 평균수명이 80세에 이르러 세계에서 서른 몇 번째쯤에 이른다고 합니다. 참고로 북조선은 68세인데, 단지 남쪽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북쪽보다 12년 더 오래 사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급격히 늙어가는 데 태어나는 아이는 적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거리에 나가면 애는 보이지 않고 늙은이만 많겠죠. 15년 뒤 한국은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젊은이가 없으면 공장은 누가 돌릴 것이며, 늙은 사람들은 누가 부양하겠습니까. 젊은 사람들이 적어지면 노동력이 부족해지는데 지금 벌써 남쪽엔 외국인 노동자가 수백 만 명이 들어와서 대신 일해 줍니다.
출산율 문제는 결국 그 나라의 국력과 생사존망과 관련되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보통 가난한 나라들은 아이를 많이 낳습니다. 지금도 동남아 빈곤국가에 가보면 한 집에 아이들이 바글바글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6.25전쟁으로 숱한 사람들이 죽고 국토가 초토화됐던 1950년대 '3남2녀로 5명은 낳자'라는 것이 한국의 구호였습니다. 실제로 그때 태어난 분들은 형제 대여섯 명은 보통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너무 많이 낳는 것 같으니 1960년대엔 구호가 바뀝니다. TV에서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구호가 계속 나왔죠. 70년대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나왔고, 80년대엔 심지어 '둘도 많다'라는 구호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들 선호 분위기가 이어졌던 90년대엔 '아들바람 부모세대, 짝꿍 없는 우리세대'라는 구호가 나왔습니다. 아들만 낳다보면 장가갈 여자가 없다는 말이죠.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진 2000년대엔 '자녀에게 가장 큰 선물은 동생입니다'라는 구호가 나왔습니다. 불과 20년 전에 둘도 많다더니 이제는 무한정 많이 낳으라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들이 들으시면 아이 낳는 것 가지고 이렇게 오락가락 구호 만들어내는 것이 우습지요. 한국은 땅은 좁은데 사람은 많아서 인구 정책이 워낙 예민했습니다.
중국만 보십시오. 인구밀도는 한국보다도 더 낮지만 워낙 인구가 많다보니 한집에서 한 명이상 낳지 못하게 하는 것 보십시오. 그러다가 중국도 요즘엔 아이가 태어나지 않으면 국가 생산력이 떨어짐을 알고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포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남쪽에 비해 땅도 넓고 인구도 적은 북쪽은 출산정책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요란스럽게 운동을 펼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래도 출산정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전후엔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했다가 70년대엔 '둘이 적당하고 셋은 많다'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그러다가 지금은 또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해서 사람들이 "배급도 안주면서 뻔뻔스럽게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하냐"며 불만을 표한다고 들었습니다.
북쪽은 남쪽보다 면적이 크고, 경제수준도 크게 떨어져서 출산율이 높을 것 같은데 의외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닙니다. 북쪽의 출산율은 2명으로 전 세계 평균 출산율 2.6명보다도 낮습니다. 한국의 1.22명보단 많지만은 북쪽보다 잘 사는 동남아국가들도 한 가족이 여러 명씩 낳는 것에 비하면 크게 떨어집니다. 2명은 인구가 늘지 않고 그냥 정체돼 있는 수준입니다. 북에서 아이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먹고 살기 힘드니 한둘만 낳아서 기르자는 것이죠.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발전된 국가들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좀 다양합니다.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우선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습니다. 육아에 시간을 뺏기면 직장에서 남성과의 경쟁에서 뒤쳐지기 때문이죠. 한국은 아무리 발전돼 있어보여도 어린 아이를 믿고 맡길만한 종일탁아소, 유치원 이런 건 많지 않습니다. 이런 것은 예전에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때의 북조선이 훨씬 더 잘 돼 있었습니다.
또 아이를 낳아도 키우는 비용이 만만찮습니다. 먹고 사는 건 문제없지만 아이를 낳아 대학까지 졸업시키려면 25만 딸라가 든답니다. 옛날엔 아이가 재산이라고 했지만 요즘엔 애가 큰 짐입니다. 이제는 사회풍조도 바뀌어서 늙어서 자식부양 받길 바라는 부모를 보면 간도 크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골치 아프게 애를 왜 낳아 키우나 이런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북쪽 같으면 당의 방침이라고 애를 많이 낳으라고 막 심하게 내리먹이면 출산율이 좀 높아질 것이지만, 남쪽은 국가에서 강제로 내리먹일 수도 없습니다.
지금 한국의 출산율 문제를 극복할 거의 유일한 해법은 빨리 통일하는 것밖에 없어 보입니다. 출산율이 보다 높은 북쪽과 합쳐지면 젊은 세대가 늘어날 것 아니겠습니까. 외국인 데려다 공장 돌리기보단 이왕이면 같은 동포인 북쪽 근로자들이 일하는 게 낫겠죠. 지금의 개성공단처럼 말입니다.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라며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