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의 모병제 도입 논의를 보며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오른쪽부터),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모병제희망모임 1차토크 '가고싶은 군대만들기! 군대를 강하게! 청년에게 일자리를!'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오른쪽부터),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모병제희망모임 1차토크 '가고싶은 군대만들기! 군대를 강하게! 청년에게 일자리를!'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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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새 남쪽은 내년 12월 대통령 선거에 나설 사람들이 슬슬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통령 하려면 적어도 도지사 정도는 한 뒤에 나갑니다. 대통령 후보는 보통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러 이런 것은 꼭 하겠다” 이렇게 공약이란 것을 내겁니다. 물론 대통령 된 뒤에는 “정작 대통령이 돼보니 그런 약속 지키기는 어렵겠더라” 이렇게 말을 바꾸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꼼꼼히 저 후보는 약속을 지킬 사람인지 잘 따져봐야겠죠.

요 며칠 사이에 경기도 지사와 전에 경상남도 도지사 했던 사람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는데, 이들이 공약으로 모병제를 내걸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모병제라는 것은 군에 의무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자원자만 가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 남쪽은 남자라면 의무적으로 육군 21개월, 해군 23개월, 공군 24개월 군 복무를 합니다. 아무리 길어야 2년 이상 군복무를 하지 않아서 북한 남자들이 들으면 천국이라고 부러워할지 모르겠지만, 남쪽에선 그 2년도 길다고 하는 남자들도 많지요.

모병제를 하면 자원자만 가기 때문에 군인의 숙련도와 충성도는 훨씬 높아집니다. 대신 모병제는 군 입대를 취직으로 보기 때문에 아무리 하급병사라도 최소한 월 2000달러 정도 월급을 줘야 합니다. 북한이라면 군인에게 2000달러씩 돈을 준다는 것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한국은 경제가 발전돼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지금 발전된 국가들은 다 모병제를 합니다. 미국은 물론,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런 국가들은 다 자원자들이 군대에 갑니다. 대만과 러시아도 내년에는 모병제를 한다네요. 모병제로 군에 가면 군인이 직업이 되기 때문에 밥 먹고 앉아서 전문 싸우는 것만 배웁니다. 미국의 경우는 육군 숫자가 50만 명도 안 되지만 세계 최강의 병력으로 누구도 덤빌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한국은 현재 병력이 65만 명 정도로 미 육군 병력보다 더 많습니다. 모병제로 전환되면 한국에 필요한 병력수를 30만 명 정도 봅니다. 이 30만 명 중에 장교가 12만 명, 사병은 약 18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봅니다. 사실상 군대가 장교 부대가 되는 것이죠.

모병제라고 해서 군에 입대하면 환갑 때까지 근무하는 것은 아니고 계약기간이 있는 겁니다. 미군 같은 경우 병종에 따라 다르지만 3년 계약하고 다시 3년 뒤 재계약을 하는 곳이 있고 6년씩 재계약 하는 부대도 있습니다. 계약이 끝나고 제대되면 혜택도 있습니다.

이건 왜 그러냐 하니까 특수부대 같은 경우는 나이가 들면 힘드니까 일찍 제대되지만, 미사일부대 같은 경우는 50살이 되도 미사일 발사하는데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실력을 쌓지 못하면 계약이 연장 안 되니까 누구나 군인으로써 싸움 실력을 갖추기 위해 진짜 열심히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군은 지금 말로는 120만 명이라고 하지만 사실 80만 명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0년씩 복무한다고 하지만 그 10년 중에 군사훈련을 하는 시간을 합치면 아마 6개월도 안될 겁니다. 농사짓고 건설하고 이러면 10년이 그냥 쓱 지나가죠.

그런 80만 명이라면 한국군은 30만 명이면 사실 상대하고도 남습니다. 첨단무기를 활용한 전자전, 정보전으로 치러지는 요즘 전쟁에선 전쟁 장비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따지지 머리 숫자는 거의 의미가 없거든요.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보면 이라크 병력은 무려 110만 명이었지만 미군은 18만 명 정도로 이라크 군이 병력 숫자로는 무려 6배 이상 우세했습니다. 이라크군은 북한군처럼 건설이나 농사를 짓던 군인도 아니고, 또 원유가 콸콸 쏟아지는 국가라 전쟁 무기도 북한보다 훨씬 우세했습니다. 그런데도 전쟁이 시작되니 게임 자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시작돼서 20일 만에 수도 바그다드가 함락되고 이라크가 점령됐는데, 그 20일 동안 이라크군 110만 명으로 겨우 미군 139명을 죽였을 뿐입니다. 이게 현대전입니다. 지금 한국군의 군사 장비 역시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이 좋은데다 미군까지 밀어주니 30만 명만 있으면 사실 북한군이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해도 전혀 문제없습니다. 북한은 분계선에서 평양까지 거리가 딱 180㎞ 밖에 되지 않으니 지상군이 투입되면 며칠이면 끝날 것 같습니다.

김정은도 그거 잘 알겁니다. 그러니까 맨날 미군이 쳐들어온다고 소리를 치면서도 군인들을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평양 건설판에나 내몰고 있죠. 어차피 머리수는 전쟁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아니까 핵무기 개발하고 미사일이나 가끔 쏘면서 우리 쳐들어오면 미사일로 반격한다 큰 소리 치지만, 북한에 미사일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습니까. 서울에 미사일 요격체계가 다 있고, 또 사드라는 훨씬 더 좋은 미사일 체계가 내년까지 들어온다고 합니다. 설령 이걸 다 뚫고 서울에 미사일이 100발쯤 떨어진다고 해도 그 정도가지고 한국이 망하진 않습니다. 바꿔 생각하면 평양에 명중률도 형편없는 미사일이 대중없이 100발 떨어져봐야 건물 몇 개나 파괴하고, 사람은 몇 명이나 죽이겠습니까. 그게 전세를 바꾸는 데는 전혀 도움이 안 되죠.

그런 이유 때문에 저는 사실 한국군 병력숫자가 30만이라고 해도 문제없다고 봅니다만, 다만 아쉬운 것은 이걸 왜 남쪽이 먼저 하겠다고 하는지 그 대목입니다. 어차피 북한도 병력 숫자를 맞추기 어려우니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자기들이 먼저 병력감축을 하자고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 가서 남쪽에서 양보해주는 척 응하면 되는데, 여긴 독재국가가 아니니 자기 생각은 얼마든지 말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네요. 그게 민주주의의 장점이자 단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무튼 다음 주 추석명절 잘 보내시고 다시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