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3일에 북에서 전마선을 타고 9명이 일본으로 넘어온 사건이 있었습니다. 남자 세 명, 여자 세 명, 아이 세 명인 것을 보아 친척끼리 세 가족인 것 같습니다. 아마 이 방송을 청취하시는 분들도 대충 아실 것이고, 방송을 듣지 않아도 지금쯤 동해안이 발칵 뒤집혔을 것이니 "어디서 누가 일본에 튀었다" 이런 소문 정도는 들었겠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늘은 배로 일본으로 탈출하는 것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지금 동해안은 낙지발이철입니다. 동해 전체적으로 아마 최소 10만 척 이상이 바다에 나가 낙지잡이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중 80~90%는 작은 전마선이죠. 이렇게 많은 배들이 바다에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일본 쪽으로 건너온 경우가 3건밖에 없습니다. 1987년에 김만철 일가 12명이 일본에 왔고 2007년에도 일가족 4명이 일본에 건너왔습니다.
사실 동해를 가로질러 일본까지 간다는 것이 정말 목숨 걸지 않고서는 결단내리기 힘든 일입니다. 잘못하면 가족이 몽땅 바다에 빠져 죽을 수도 있고 아니면 체포돼 수용소로 갈 수도 있지요. 아마 무사히 일본까지 올 수 있다는 담보만 있으면 수 백, 수 천 척이 건너왔을 것입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배를 타고 해외에 가는 것은 위기 상황이 닥쳐왔을 때 제일 먼저 선택할 수 있는 탈출로입니다. 1950년 유엔군의 후퇴 때 흥남에서 월남자 10만 명 이상이 배를 타고 남쪽 거제도로 피난 왔습니다. 1970년대 남부 웰남이 망했을 때도 수 만 명의 피난민이 배를 타고 바다로 탈출했습니다. 가까운 사례로 지금 리비아 내전으로 가다피가 망하는 과정에도 국가 통제가 풀리고 내전으로 정세가 어수선해지자 피난민 수만 명이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가장 가까운 나라인 이탈리아로 향했습니다. 이 과정에 작은 배에 수백 명씩 매달려 가다가 배가 뒤집혀 죽는 비극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벌써 1000명 넘게 목숨 잃은 것 같습니다.
리비아에서 이탈리아까지 지중해를 통과하는 최단 직선거리가 300~350㎞ 정도 됩니다. 그런데 북에서 일본까지 최단 거리는 그에 비해 2.5배 정도 긴 750㎞ 정도 됩니다. 사고 날 확률이 그만큼 높은 거죠. 하지만 다행히도 동해 해류가 북에서 일본 쪽으로 흐릅니다. 그래서 일본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청진에서 배를 타고 나오면 일주일 좀 넘게 걸리면 일본 쪽으로 자연히 흘러온답니다. 기관 돌려서 오면 며칠 정도는 단축될 수 있겠죠.
건너오는데 걸린 시간은 김만철 가족이 닷새, 2007년 4인 일가족이 엿새, 이번 경우가 닷새 걸렸습니다. 이번에 온 사람들은 청진인가 어대진인가 그쪽에서 떠났다고 합니다. 그 이전의 2차례 일본행도 모두 청진 사람들이 건너왔습니다.
결론적으론 청진에서 떠나면 일본까지 닷새나 엿새 정도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2~3일면 북조선 영해를 벗어나 단속에서 안전한 공해까지 들어온다는 말이네요. 김만철 가족은 성능이 좋은 단속선을 타고 왔기 때문에 항해가 그만큼 안전했을 것이지만 그 이후 2건은 모두 전마선, 거기서 또로래기라고 부르는 배를 타고 왔죠. 이번 경우는 길이가 8m 정도 된다는 것을 봐선 또로래기치곤 꽤 큰 배를 타고 왔네요.
기름은 180리터, 그러니까 한 드럼통 정도 싣고 떠났는데 120리터를 쓰고 60리터를 남겼습니다. 요즘 또로래기 엔진 보통 4~5마력짜리 쓰지요? 그거면 속도가 보통 5노트, 그러니까 시속 9키로 정도 됩니다. 탈출하기엔 너무 느린 속도입니다만, 그래도 해안에서 빨리 벗어나기엔 도움이 됩니다. 기관은 24시간 내내 돌릴 수 없으니 껐다 켰다 반복하면서 와야 할 것입니다.
앞선 두 건은 2월과 6월에 건너왔는데 이번 경우는 9월이고, 9.9절 전날 분위기가 해이된 틈을 타서 떠났습니다. 세 번의 사례를 보면 해류가 일반적으로 일본쪽으로 흘러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태풍을 피하는 것이 관건이겠네요. 그리고 웬만하면 구명조끼와 GPS는 준비하는 것이 안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목선이 북조선 해군 경비함에 발각될 확률은 아주 낮습니다. 워낙 기름이 부족해 순찰도 잘 안도는데다 목선은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습니다. 기술 선진국인 일본에서도 어부들이 신고해서야 수상한 목선이 육지까지 다가온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만약 북조선 특수부대가 목선을 타고 일본에 침투하면 어떻게 할 거냐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해상 탈북이 생기면 안에 있는 사람들이 죽어나죠. 해안경비대 군관들을 철직 제대시키고 그 부대 조동시키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고 가장 큰 문제는 바다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니 낙지철에 목을 매고 있는 수십만 명의 삮발이들이 밥줄이 끊기게 됩니다. 삮발이 가족들 낙지 말려 돈 버는 가정들 이런 것까지 계산에 넣으면 수백 만 명이 연쇄 피해를 보는 셈입니다. 이번 가족 탈북 이후 국경연선까지도 내부 지침이 내려 살벌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외부 세계에 눈뜬 사람은 못 막습니다. 국경 막으면 바다로 나오고 바다를 막으면 다시 또 어딘가 터지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탈북한다고 그때마다 통제를 강화해 인민들의 밥줄을 끊어놓으면 그 분노가 결국은 정권을 향할 수밖에 없고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홀랑 태우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북조선 당국은 해상 탈북자가 발생하면 뒷북치면서 남은 수백 만 사람이나 못살게 구는 구태의연한 행태를 언제까지 반복할 겁니까. 그 전에 사람들이 도망칠 생각 안하고 사는 나라로 변화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