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달 1일에 평양에서 또 북으로 재입북한 탈북자들을 내세워 좌담회를 열었더군요. 예전에 제가 그런 거 자꾸 해봐야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는데 또 했네요. 그래서 결과는 어떻습니까.
올 초에 아내와 아이와 함께 북으로 돌아가 기자회견을 했던 김광호는 벌써 다시 탈북해서 지금 한국에 와 있습니다. 북에서 다시 나올 때 기자회견에 참가했던 가족 3명뿐 아니라 처남과 처제까지 다시 다 데리고 중국에 나왔는데, 중국에서 불행하게도 공안에 체포됐습니다. 김광호는 한국 국적도 있고, 북한 국적도 있으니까 양쪽에서 다 자기들에게 보내라고 했습니다. 중국이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다가 김광호와 아내, 아이는 한국에 보내고, 한국 국적이 없는 처남과 처제는 북한에 보냈습니다. 처남 처제의 운명이 어떻게 됐을지는 삼척동자도 압니다.
여기 남쪽은 아무리 자유가 많고, 웬만한 것은 눈을 감아줘도 김광호처럼 북에 제 발로 들어가 기자회견하고, 북한 보위부에 자기가 남쪽에서 알고 있었던 정보까지 다 준 사람을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것을 봐주다간 간첩을 못잡죠. 앞으로 김광호는 재판을 받고, 그래봤자 한 몇 년 감옥살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자기는 감옥에 가고, 처남과 처제는 죽이고, 이게 뭡니까. 아마 김광호는 그동안 모아놓은 돈 갖고 가면 북에서 평생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평양에 집 준 것도 아니고, 그가 살던 연사 농촌에 다시 보내 감시도 엄청 붙여놓은 겁니다. 갖고 간 돈 쓰면 바로 옆에 감시원들, 북한 말로 ‘쐐기’들이 신고해서 출처를 캐겠는데 돈도 맘대로 쓰겠습니까. 왜 다시 북에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듣기론 술자리에서 한국 가서 고기랑 마음대로 먹었다며 북한 실정에 불평했나 봅니다.
제가 늘 말하지만 한국에서 이밥에 고기국 먹으며 텔레비도 마음대로 보고 살던 사람이 북에 가서 절대 적응할 수 없습니다. 김광호와 같이 기자회견을 했던 고경희도 북에 남겨두었던 딸을 데리고 다시 탈북하다 체포돼 정치범수용소에 갔다고 합니다. 사실 고경희는 딸 데리려 갔다가 보위부에 잡혀 어쩔 수 없이 기자회견에 끌려나온 여성입니다.
이번에 기자회견을 한 박진근과 장광철이는 또 어떤 사연 때문에 기자회견까지 나왔는지는 모릅니다. 가족을 죽인다고 협박을 받았던지, 아님 중국에 갔다가 잡혔던지 무슨 사연이 있겠죠. 그런데 한국 생활이 아무리 힘들다 한들 북한에서 보위부 감시받으며 언제 잡혀갈지 몰라 불안에 떠는 삶보다 힘들겠습니까.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남조선에 끌려간 사람들은 돈도 없고 일자리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도저히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북에서 기자회견 나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입니다. 여긴 중소기업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없어 동남아 사람들을 일부러 데려와 일시키는 세상인데 일자리가 없다니요. 탈북자가 아무래도 전문지식도 경력도 없으니 한국에서 어려운 일자리밖에 차례지지 않을 확률이 높은 것은 맞습니다. 그럼 자신이 노력해서 지식과 경력을 쌓으면 됩니다. 오히려 일자리 없고 돈이 없는 것은 북한이 아닙니까. 공장이 다 멎어서 직장에 생활총화하기 위해서나 나가고, 도로 보수나 동원되고 하는 것이 북한 아닙니까. 직장에서 월급 배급 안줘서 장마당에 나가든 달리기를 하든 비사회주의를 해야 돈을 버는 것이 북한 아닙니까. 그런 기자회견을 해봐야 주민들이 그 말을 곧이 믿고 남조선을 암흑의 세상이라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이번에 기자회견을 한 박진근과 장광철도 언제 탈북해 다시 한국에 갈지 모르니까 보위부에서 얼마나 감시하겠습니까.
두 번째로 기자회견을 해서 동상을 폭파하려 했다고 하던 전영철은 이미 보위부에서 죽였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엔 보위부나 선전당국도 이제는 사람들이 기자회견 믿지 않는 것을 잘 안다고 봅니다. 그런데도 기자회견을 하는 이유는 오직 김정은 한 사람이 보라고 한다는 생각입니다. 김정은이 수고했다고 한 마디 하면 출세하니까 나중은 어떻게 되든, 사람들이 믿든 말든 그냥 한건 터뜨리는 거겠죠.
요새 북에서 남쪽 비방하는 것을 지켜보면 참 어이가 없습니다. 이번에도 1일이 북한의 인민군 창건일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의 국군의 날인데 기념행사를 했습니다. 올해는 건군 65주년, 6·25전쟁 정전 60주년, 한·미동맹 6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이기 때문에 10년 만에 어쩌다가 열병식 비슷한 것도 했습니다. 10년 만에 하는 행사치고는 동원인원이 겨우 1만 1000명에 불과했고 북한처럼 1년 가까이 훈련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노동신문이 2일 자로 “동족대결과 북침열을 고취하기 위한 또 하나의 대결광대극”이니 “호전적 광기”니 비난합니다. 아니 거의 매년 10만 가까이 불러다 열병식을 하는 북한이 이런 말을 하니까 너무 웃기지 않습니까. 아마 글 쓰는 사람들도 낯이 뜨겁겠지만 먹고 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겠죠.
요즘엔 쩍하면 최고 존엄을 모욕한다고 펄펄 뛰는데, 아니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입에 담지 못할 온갖 욕 다 골라서 해댄 게 누군데, 이런 말을 합니까. 얼마 전엔 노인이 손수레 끌고 가는 사진을 싣고 남조선은 불효정권이니 뭐니 비방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북한 대도시 주변만 가도 수레에 나무 끌고, 이고 지고 메고 가는 노인들이 줄을 이어 셀 수조차 없다는 것을요. 한국이 불효정권이면 북한은 패륜정권인가요.
여기 남쪽의 유행어 중에 “너나 잘하세요”라는 아주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제 주제 모르고 떠벌이는 사람에게 하는 소리인데, 북한에게 아주 잘 맞는 말입니다. “너나 잘하세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