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번 시간에 이어 이번 시간도 울릉도 다녀왔던 이야기를 마저 하려고 합니다. 9월 추석 직전 어느 날 저를 태우고 경상북도 포항을 출발한 대형여객선은 약 3시간여를 달려 드디어 울릉도에 도착했습니다. 울릉도에는 큰 여객선이 접안 할 수 있는 항구가 섬 동쪽에 두 개가 있습니다. 저희가 도착한 곳은 도동이라고 울릉도 군 소재지가 있는 곳입니다. 현재 울릉도의 행정지명은 경상북도 울릉군입니다.
울릉도에 도착하면서 멀리 배로 본 소감은 정말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많이 사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래도 울릉도에 1만 명 정도 인구가 사니까 어느 정도 좀 평평한 곳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해변가를 보니까 그야말로 좁은 골짜기에 집들이 빽빽하게 박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울릉도가 화산섬이라 보니 먼 옛날 바다에서 산이 올라온 셈인데, 중심이 되는 산은 또 얼마나 높은지요. 높고 가파른 산, 그리고 그 산과 산 사이에 겨우 비집고 들어선 집들이 따닥따닥한 섬을 멀리서 보며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공을 찰 운동장 만들 공간도 얻기 힘들 정도니까 솔직히 여기선 운동회하기도 힘들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100미터 달리기를 하려 해도 100m 평평한 곳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배가 좁은 선착장에 들어서고 사람들이 밀려 내려와 각자 목적지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이런 좁은 섬에도 택시들이 다녔습니다. 저희는 세 명이 누우면 방이 꽉 차는 좁은 여관 하나 예약해 들어갔습니다. 울릉도에 왔으니 내일은 독도에 가야 하는데 독도 가는 배가 다음날에 없다고 하더군요. 워낙 바다날씨라는 것이 변덕스러우니 독도는 운이 따라야 들어가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저희가 울릉도 배편을 예약할 때 우리가 가는 날의 바다날씨를 알 수가 없으니 울릉도에 일단 도착해서 독도에 가는 배편을 알아보기로 한 것입니다.
도착한 날에 울릉도 동쪽 방향을 돌아봤습니다. 울릉도는 버스를 타면 두 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는 곳인데 섬을 한바퀴 도는 도로가 아직 4㎞ 정도 관통되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 건설 실력으로 아니 4㎞ 뚫지 못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가보고 나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구간은 아예 벼랑이라 벼랑을 깎아내고 길을 내야 하는데 그럼 자연이 훼손될 것이고, 또 굴을 뚫어 도로를 잇자고 하니 그럴만한 경제성이 있냐를 따져봐야 하겠죠. 도로를 엄청난 돈을 들여 개통했는데 다니는 차가 거의 없으면 생돈을 날린 셈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울릉도는 섬이라 건설장비나 자재를 모두 배로 운반해야 해서 건설비가 육지보다 곱절로 들 겁니다. 몇 년 뒤엔 바다에 활주로를 하나 세운다고 하던데 그것도 돈이 엄청 들 겁니다. 여기 바다는 몇 십 미터만 나가면 갑자기 깊이가 수십, 수백 미터로 뚝 떨어지니 메우기도 힘들고 기둥박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요즘 하도 일본이 독도 영유권 분쟁을 들고 나오니 이곳에 비행기지가 있어야 독도를 방어할 수 있기 때문에 군사적 목적으로 돈이 좀 들더라고 활주로 하나 만들어놓는 것이겠죠.
도착한 날 저녁에 해변가를 따라 만들어놓은 4㎞의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정말 경치가 끝내주더군요. 바다 바람을 맞으며 파도치는 벼랑을 따라 걸으니 도시에서 쌓였던 피곤이 다 날아나는 듯하고 도중에 작은 식당에 들려 수평선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해삼과 홍합, 성게 등이 가득 나온 회를 막걸리와 함께 마시니 신선이 따로 없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바다는 정말 조용했는데 여전히 독도에 가는 배가 없다고 하네요. 배는 뜰 수 있는데 탈 사람이 없어 내일도 못 뜬다고 하니 정말 아쉬웠습니다. 전날 강릉과 묵호에서 배가 안 들어와서 관람객이 없는 탓인데, 몇 명을 위해 여객선이 왕복 네 시간을 운행해 독도까지 갔다 와야 하니 경제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긴 시장경제라 이렇게 도처에 경제성을 따져보면서 상업 활동이 이뤄지는데, 이게 맞는 겁니다. 제가 배 선주라도 엄청나게 적자 보면서 배를 띄울 순 없으니 말입니다.
다음날 저희는 조용한 해변에 가서 자맥질을 했습니다. 여기선 다이빙이라고 하는데, 산소통을 메고 들어가면 스쿠버다이빙, 그냥 들어가면 스킨스쿠버라고 하는데 어쨌든 말은 어려워도 제주도 해녀처럼 자맥질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껏 바다 속에 들어갔습니다. 북에 있을 때는 5미터 들어가 30초 이상 있는 것이 일도 아니었는데 이제는 도시인이 되다보니 3미터 내려가도 귀가 아파서 못 들어가고 들어가서도 숨이 차서 곧바로 나오게 되더군요. 그러거나 말거나 이렇게 자맥질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복합니까. 여긴 서해와 남해는 밀물 썰물 때문에 물이 더러워 못 들어가고, 동해도 물이 맑지 않습니다. 물이 맑은 곳에 가면 또 군 경비구역이라 못 들어가고 했는데 울릉도는 그런 제한이 없습니다. 바다에 들어가니 해삼도 있고, 홍합도 있고 성게도 많았습니다. 성게를 따서 바위꼭대기에서 바로 까서 먹는 재미는 정말 오랜만에 느낀 것이었습니다.
그런 재미를 느끼고 나니 울릉도가 비좁고 답답한 것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2박 3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배에 오를 때 내년에도 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밤 12시에 기차를 타면 아침에 강릉에 도착하고, 다시 배를 타면 12시면 울릉도에 도착합니다. 이번에 독도로 못 가봤으니 그래서라도 다음엔 꼭 다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과 떨어진 조용한 곳에 찾아들어가 자맥질하고 낚시질하고 그러고 2~3일만 지내면 진짜 휴식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