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어제 중국에서 호금도, 온가보 이런 사람들이 다 물러나고 새로 습건평이 공산당 총서기 겸 주석이 되고, 리극강이 총리가 되는 지도부가 구성됐습니다. 여기 한국에선 중국 이름을 현지 발음대로 부르다보니 방송에선 습건평을 시진핑, 리극강을 리커창이라고 다 나갈 겁니다.
지도부가 누가 됐던 앞으로 당분간 대북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시간 제가 중국이 열심히 미국을 따라잡아 경제규모가 미국의 절반까지 따라왔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그런데 열심히 경제발전만 신경쓰다보니 중국의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가 간부들의 부정부패, 지역 간 빈부격차 이런 것들입니다. 이번에 습건평이 주석직에 오르면서 한 첫 연설이 무엇인가 하니 부정부패를 때려잡겠다고 했습니다. 중국 지도부도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정권에 상당한 위기감이 생길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저는 저 연설을 들으면서 북한을 떠올렸습니다. 원래 고인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중국이 공산당 1당 독재를 오래하다 보니 윗물부터 아랫물까지 썩지 않은 데가 별로 없습니다.
물론 아무리 썩었다고 해도 부정부패는 북한보다 심하진 않습니다. 제가 탈북해서 중국에 와보니 북한보다는 한 열배 깨끗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북한처럼 노골적으로 내라고 하는 것이 좀 적을 뿐이지 중국도 뒷돈거래가 세계적 수준입니다.
위에서부터 쭉 다를 바가 없습니다. 실례로 온가보 총리 같은 경우 중국에선 얼마나 서민적 지도자로 알려진 줄 아십니까. 옷도 기워 입고 꿰진 양말도 신고 다니니까 사람들이 온가보가 정말 서민적인 지도자인줄 압니다. 그런데 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미국 뉴욕타임스가 온가보 집안의 재산 내역을 폭로했습니다. 온가보 가족의 재산이 무려 27억 딸라나 된답니다. 북한의 한해 수출액에 맞먹는 거액입니다. 더 설명 안 해도 얼마나 많은 돈인지 아시겠죠. 그 돈이 그냥 하늘에서 떨어졌겠습니까. 온가보의 아내만 봐도 중국 보석계를 쥐락펴락하는 거물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이런 보도가 나가니까 해외 사이트 접속하지 못하게 다 차단시켰습니다. 무려 15억 명의 눈과 귀를 가린 겁니다.
얼마 전 중경 당서기인 보시라이 그러니까 박희래라는 사람의 부인이 자기 비리를 알고 있는 영국인을 독살했다가 꼬리 잡힌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걸 계기로 박희래 가족을 쭉 캐보니 여기도 무려 몇억 딸라가 나왔습니다. 성장 정도 해먹으면 억 딸라는 얼마든지 해먹는다는 말이죠. 또 얼마 전에도 중국 철도국장이 15억 딸라를 깔고 있다가 잡혔습니다. 이정도면 몇천만 딸라 정도 해먹은 건 새우라는 소리죠. 더 설명 안 해도 여러분은 북한에서도 부모 잘 만난 덕에 자식들이 어떻게 출세하고 어떻게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이런 걸 다 보잖습니까.
그렇긴 해도 이런 것을 보고 중국 사람들이, 그 사람들도 사람들인데 분노 안하겠습니까.
사회가 이렇게 썩었냐고 분노하는 거죠. 얼마 전 여론조사를 보니까 중국인들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부패라고 대답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이런 분노를 다스려야 사회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가 있습니다. 중국은 시위의 자유가 아주 조금이나마 있는 편이거든요. 지난해 중국 전국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시위가 18만 건이나 됩니다. 4년 전에 비하면 2배, 한 10년 전에 비하면 5배 늘어났습니다. 가만 두면 앞으로 몇 년 내에 시위가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겁니다.
물론 시위가 부정부패 때문에 일어나는 것보다는 다른 이유도 많죠. 실례로 중국이 해안지대부터 발전시키다보니 내륙지역은 같은 중국인데도 소득이 몇 배나 차이가 날 정도로 가난합니다. 그러니까 내륙 농촌 사람들은 상해나 대련 같은 연안 대도시에 돈벌이 오는데, 움막 같은 집에서 살면서 몇 푼 못 벌고, 도시 사람들은 도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들보다 훨씬 잘 사는 겁니다. 명색이 사회주의인데, 다 같이 잘 먹고 잘 산다고 구호를 내걸었다가 이렇게 부익부빈익빈이 심해지니 사람들이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불만을 쩍하면 시위하면서 정부에 해보는 것이죠. 그래도 중국 사람들은 시위라도 하지, 북한은 불만만 표시했다고 해도 반동으로 모니 썩은 걸 썩었다고 말도 제 마음대로 못하고 잡아가는 나라는 지구상에 북한밖에 없을 겁니다.
여러분도 맨날 TV와 방송에서 장군님이 늘 같은 잠바에 줴기밥을 먹고, 쪽잠을 자는 한없이 검소한 삶을 산다고 교육받았는데 의외로 이걸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긴 그나마 언론이 있는 중국에서조차 온가보의 꿰진 옷에 사람들이 검소하다고 감동받는데 북한이야 오죽할까요. 그럼 전국에 어디 가나 있는 1호 별장, 사냥터 이건 뭘까요. 전국에서 젤 고운 처녀들만 오과라고 뽑아 가면 이 처녀들이 어딜 갈까요. 여러분이 내는 충성의 자금은 어딜 갈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더 말할 것도 없이 최룡해 정도만 돼도 미인들을 예술선전대라 뽑아서 어떻게 데리고 놀았는지 다 아시잖습니까.
사회가 부패하지 않으려면 저는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 이 살아야 한다고 봅니다. 언론이 눈을 부릅뜨고 부패를 폭로해야 무서워하지 중국이나 북한처럼 허구헌날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면 뭐가 무섭겠습니까. 그렇다고 노동신문이 부정부패를 비판하겠습니까. 참 답답한 현실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