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방송과 글 보고 탈북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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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벌써 한해가 훌쩍 지나가 올해의 마지막 방송을 하게 됐습니다. 오늘은 최근 한 주 사이에 제가 만났던 북에서 온 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드릴까 합니다. 이중 먼저 말씀드릴 사람은 현재 고려대에 다니는 탈북청년인데, 어느 송년 모임에 갔다가 봤습니다. 이 청년이 하는 말이 “주성하 기자님, 정말 만나고 싶었습니다. 저는 북한에 있을 때 주 기자님 대북방송을 매주 빠지지 않고 들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가 빠짐없이 들었다는 방송이 바로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자유아시아방송입니다. 그는 방송을 1년 넘게 듣던 끝에 남쪽으로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서해 어느 어촌에서 목선을 타고 떠나 노를 저어 백령도까지 내려와 귀순했습니다.

이 청년을 발견 못해 백령도 부대가 좀 곤욕을 치르긴 했습니다. 이 청년이 탈북을 얼마나 치밀하게 결심했는지, 떠날 때 GPS라는 위성항법장치까지 북한에서 구입해서 떠났습니다. 그래야 바다에서 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죠. 부두를 떠난 청년은 공해까지 노를 저어 간 뒤 공해를 따라 내려오다가 백령도로 들어왔습니다. ㄷ자 형태로 들어온 것이죠. 그러다 보니 무려 3박4일이 꼬박 걸렸다고 합니다. 그 수많은 감시망이 촘촘한 서해 북한한계선 주변 바다에서 목숨 걸고 3박4일을 바다에서 보낸 것입니다. 정말 영웅입니다. 노를 저어 공해까지 나갔다 다시 들어오다니, 그 절박했던 순간들이 가슴에 와 닫는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반가운 것이 제가 하는 대북방송이 결코 헛된 일이 아니라는 점을 이런 청년들이 증명해주는 것입니다. 조만간 따로 만나 저녁 한번 먹자고 날짜 잡았습니다. 지금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전공을 택해 배우고 있습니다. 아마 배움도 치열하게 임하겠죠.

그런데 그가 하는 말이 “주 기자님 목소리가 특이해서 아무 순간 틀어서 나와도 주 기자님인거 딱 알았습니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러시아에서 제 방송 들었던 분도 목소리 이야기를 하던데, 제 방송 음색이 매우 특이한 가 봅니다. 또 다른 사람은 여러분들도 이미 소식을 접하셨을 태영호 공사의 이야기입니다. 태영호 공사는 23일부터 사회에 나와 생활을 시작했고 27일 대한민국 첫 입국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그가 기자회견에서 저에 대해 고맙게도 극찬을 해주셨습니다. 그 발언을 말씀 드리면 이렇습니다. “제가 북한 정권에 몸 담그고 있을 때 주성하 기자님께서 한국에서 쓰신 기사들을 100% 다 보고 큰 힘을 얻었댔습니다. 특히 주성하 님이 인터넷에 발표하신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 같은 것은 저 뿐만 아니라 저의 애들도 그 기사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며, 또 기자님께서 한국에 처음 와서 정착하실 때 정말 컨테이너에 가서 무더운 여름철 박스를 나르며 땀을 흘리면서 한 치 한 치 한국 사회를 톱아 올라갔다는 것에 커다란 힘과 용기가 됐습니다. 저는 주성하 기자님께서 쓴 글을 보면서 주성하 씨도 한국에 와서 이렇게 노력해서 그야말로 이렇게 다 한국 사회에서 알려진 분이 됐는데, 우리도 한국에 가서 저 분처럼 하바닥에서부터 한 치 한 치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 어느 한 순간인가 우리도 잘 살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한국에 왔습니다.제가 한국에 오기로 결심한데는 선생님의 방조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자신있게, 정말 자신있게 제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씀해 주셨고 또 “제가 오늘 여기서도 발언하는 것을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사람들과 동료들 100% 다 봅니다”고도 했습니다. 저의 방송을 듣고 탈북해 온 청년, 그리고 제가 쓴 글에 큰 영향을 받아 온 북한 최고위급 외교관의 말씀은 참 큰 힘이 됩니다.

그리고 태 공사의 기자회견이 끝난 그날 저녁 또 한 명의 청년을 만나 12시까지 술 한 잔 했습니다. 이 청년 역시 북한에서 유명한 대학을 나와 해외에 파견됐다가 제 인터넷 글들을 보고 왔습니다. 나와서 한 달 만에 제 사이트를 알게 됐는데, 한달을 보다 보니 한국에 가야겠다 결심이 생겼고, 결심 서고 3달 만에 탈북해 한국에 와서 이 청년 역시 명문대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주 동안 저의 영향을 받고 탈북했다는 세 명의 사람들을 만나고 보니 정말 힘과 용기가 생기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월에 노동신문에 저의 이름을 열 번 넘게 거론하면서 저를 공화국 공민들을 빼가는 정보조직의 망책처럼 묘사했던데, 지금 와서 보니 그런 망책이 돼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저는 기자라 조직을 운영할 순 없지만, 이렇게 열심히 방송을 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영향을 주는 글을 써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의 품에 안기도록 도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 나와 계신 분들, 한국으로 오시려면 인터넷에 제 이름을 치십시오. 그럼 제가 운영하는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란 인터넷 사이트가 뜨는데, 거기에 한국으로 오려면 제게 어떻게 연락해야 하는지도 다 적어놓았습니다. 절대로 안전한 방법이니 걱정하지 마시고 연락을 주십시오. 적극 돕겠습니다. 이렇게 활동하면 북한 당국에겐 제가 눈엣가시 같은 반동놈으로 보이겠지만 김정은 체제와 같은 인민의 반동을 반대하는 활동은 반동이 아닌 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저 개인적 생각으로는 다 한국으로 오기보단 북한에 남아 저와 같은 사람과 연락하면서 김정은 체제의 멸망과 통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이 방송도 북한의 어느 누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올해의 마지막 방송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새해엔 북한 인민들이 거리로 달려나와 만세를 부를 수 있는 사변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