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신의 오늘의 미국] 텔레비전에서 본 평양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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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창당 65주년 기념식에 북한의 초대를 받고 간 미국 기자들이 날마다 미국으로 평양의 모습을 전합니다. 북한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와는 너무 달라서 취재하는 기자들 자신들도 놀라는 모습입니다. 미국의 학부모들이 어린 자녀에게 그림책 대신 그림이 없는 책을 읽게 합니다. 미 전국적으로 음식을 파는 트럭이 크게 늘어납니다. 그러자 음식 트럭에도 위생 등급을 매기는 지역도 늘어납니다. 지금부터 전해드릴 '오늘의 미국'입니다.

지난 주말부터 제가 사는 집에서, 또 회사에 있는 미국 텔레비전 방송에서 저는 날마다 북한의 모습을 봅니다. 저 뿐 만 아니라 수많은 미국인, 수많은 세계인이 동시에 2010년 가을 북한의 모습을 봅니다. 노동당 창당 65 주년 기념식과 군사 위원회 부 위원장 김정은의 권력 승계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북한으로 간 미국과 세계 기자들이 전해오는 평양의 모습입니다.

평양의 모습을 미국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보는 사람이나 북한 현지에서 보도하는 기자나 북한에 대해 신기해 하는 점도 있고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점도 많습니다. 미국 CNN 방송의 한국계 특파원은 2년 전 방문했을 때와 달라진 것들을 지적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전보다 영어를 잘하는 것이나 교통 신호등이 생긴 것, 어떤 가정은 가족 모두가 휴대 전화를 갖고 있는 것 등이 달라졌다고 지적합니다. 입니다. 물론 모두 평양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CNN 특파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 같은 점들도 보도합니다. 대부분 걸어 다니는 평양 거리에는 미국과 같은 큰 광고판은 없지만 정치 선전을 하는 광고 판으로 가득하고, 거리에서 정치 선전을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노래나 말로 듣기도 한다면서 김일성 주석의 얼굴과 당과 김정일 국방 위원장을 찬양하는 노래도 평양에서 미국으로 보내왔습니다.

미국 디즈니랜드 식 놀이 공원에서 가족과 함께 즐겁게 지내는 한 남성은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놀이 공원에서 놀 수 있는 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정도로 좋다고 하면서,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힘들게 일한 뒤 만들어 준 결과라고 감사해 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놀이 공원에서 놀면서 대통령에게 감사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나라를 통치하지만 놀이 공원 짓는 것까지 관여하지도 않고, 설령 대통령이 국민이 사는데 편하고 좋은 무언가를 만들었다 해도 국민이 말 문이 막힐 정도로 감사해 하지 않습니다.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은 국민이 나라를 통치하라고 선출한 대통령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었으면 일을 잘했으니 다음 선거에서 두 번까지는 그를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은 정치를 하고 유권자인 국민은 정치를 잘하면 투표로 또 정치를 하게 해주면 됩니다.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의 특파원은 김정일 국방 위원장과 김정은 군사 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을 본 북한 주민이 감격해서 우는 장면을 라디오로 전하면서 우는 남성에게 왜 우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남성은 한참 말을 못하다가 감격해서 운다고 답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을 봤다고 감격해서 우는 사람도 없습니다. 미국에 사는 사람들도 국가를 통치하는 대통령을 존중하고 예절을 갖춥니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예우나 존중은 대통령이라는 나라의 최고 지도자에면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입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보통 사람이나 대통령이 하는 일은 다르지만, 사람이라는 면에서는 똑같다고 생각하면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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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미국 부모들은 어린 자녀에게 그림책을 잘 못 보게 하고 대신 그림이 없는 책을 일게 합니다. 미국 사람들이 많이 읽는 신문 뉴욕 타임즈는 부모들이 자녀가 글씨가 빼곡하게 적혀있는 보통 책을 읽어서 많은 것을 알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들을 재촉한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미국에는 한국이나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 이민 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많아졌습니다. 과거에 이민자가 아닌 미국 부모들은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공부에 집착하기 보다는 어른이 됐을 때 균형 감각이 있는 사람이 되도록 많이 놀고 공부와 상관 없는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하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학급에서 공부 잘하는 아시안 학생과의 경쟁에서 뒤 쳐지지 않게 하려고, 또 대학에 들어 가고 대학을 졸업해 좋은 곳에 취직해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선 학교 성적이 좋길 바랍니다. 그러니 마음이 급해져서 자녀가 어릴 때부터 상상력을 길러 주고 여유를 갖게 하는 그림책보다는 성적을 좋게 하는데 당장 도움이 되는 그림이 없는 책을 읽게 합니다.

물론 어린이 가운데는 부모가 글씨가 빡빡하게 적힌 책을 읽으라고 권해도 자꾸 그림책으로 손이 가는 어린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어린이들에게 책을 사 주는 사람은 부모고 출판사는 돈을 쓰는 부모의 취향에 맞춰 책을 만드는 게 자본주의 시장 경제입니다. 그림책 출판이 줄어드는 건 당연합니다. 뉴욕 타임즈는 전에는 10살 어린이들이 읽었던 책을 지금은 5살 어린이가 읽는다고 전했습니다.

저는 어른인데도 그림책을 보면 재미있습니다. 그림도 좋고 색깔도 예쁘고, 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책의 내용이 단순하고 분명해서 좋습니다. 오히려 그림이 있는 동화책을 읽을 때 더 확실하게 감동되기도 합니다. 북한의 5살 어린이들은 어떤 책들을 읽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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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미국에는 음식을 파는 트럭이 많아졌습니다. 지역에 따라서 싼 값에 빨리 먹으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 트럭에서 음식을 사 먹으면 남한의 포장마차에서 추운 겨울에 뜨거운 국수를 사 먹는 것과 같은 향수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수 많은 나라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고향에 대한 추억도 수없이 많겠지요. 그런 이유로도 트럭에서 파는 음식이 인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트럭에서 음식을 파는 사람이 늘어나자 각 지역마다 트럭 음식차도 보통 식당처럼 위생 검열을 철저히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졌습니다.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의 식당은 위생 상태가 아주 좋은 식당은 A 등급 표시를 받고 그 다음은 B 등급, 또 그 다음은 C등급 표시를 받습니다. 그런 등급을 트럭 음식점에도 매긴다는 말입니다.

로스앤젤레스에는 트럭 음식점이 9,500개가 있는데 그 가운데 전에 말씀 드렸던 멕시코 음식과 김치를 혼합한 김치 타코 트럭이라는 음식점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때로는 간식과 같은 음식, 추억을 느끼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런 부분까지도 검열이 지나치면 너무 빡빡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합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음식 트럭이 워낙 많이 늘어나서 수입도 커지자 당연히 식당처럼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게 보건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요즈음은 트럭 음식점이 컴퓨터 인터넷으로 오늘은 어느 장소에서 장사를 한다고 알리면 먼 곳에서까지 그 트럭 음식을 먹으려고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관계자는 트럭 음식점에 대해 보통 식당과 같은 위생 등급을 매길 지 여부를 곧 결정하게 됩니다. 다정하게 느껴져서 조금 위생 상태가 허술해도 기분으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음식 트럭도 식당처럼 되면, 잠시 느꼈던 느슨함은 또 사라질 것 같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강혜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