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신의 오늘의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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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일요일 캘리포니아 주와 멕시코 국경에서 가까운 곳에서 진도 7.2의 강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세계적인 명문 프린스턴 대학 신입생이 공부하는 데 장애가 있으니 자신의 시험 시간을 다른 학생의 두 배로 해달라는 주장을 하면서 학교를 고소했습니다. 학교를 하루도 빠지지 않았을 때 주는 개근상을 없애는 교육구가 늘어납니다.

지금부터 전해드릴 '오늘의 미국'입니다.

지금 제가 방송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이고 캘리포니아 바로 남쪽 나라는 멕시코입니다. 지난 일요일 캘리포니아 주 남쪽 끝과 맞닿은 멕시코 마을에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진앙지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남동쪽으로 약 3백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이었는데 로스앤젤레스에서도 강한 흔들림이 느껴졌습니다. 숨진 사람은 2명으로 지진 강도에 비해서는 피해자가 적은 편입니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곳에서 지진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진앙지에서 가까운 캘리포니아 주와 멕시코 경계에서는 전기도 나가고 수돗물도 끊겼고, 높은 건물의 엘리베이터, 승강기라고 해야 하나요? 엘리베이터가 멈춰서 그 안에 갇힌 사람도 많습니다. 과학자들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앞으로 몇 십 년 안에 큰 지진이 일어난다고 보기 때문에 건물은 물론 엘리베이터도 지진에 대비해 만듭니다. 지진이 느껴지면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고층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지진이 일어난 다음날인 월요일 아침까지 엘리베이터가 고쳐지지 않아서 수십 층을 걸어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지진을 많이 겪으면서 살다보면 자연에 대한 생각도 많아집니다. 세계 5대양 6대주에서는 거의 날마다 태풍과 홍수, 산불, 장마 등 많은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자연재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사람이 원인을 만들었다고 듣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자연재해가 사람이 만들어 낸 인재라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삽니다. 미국에서는 산꼭대기나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부자입니다. 산 경치 좋고 물 경치 좋은 곳에 살고 싶은 사람들이 산을 무리하게 깎는 등의 자연훼손 때문에 산불이 크게 나고 큰 홍수가 나는 걸 보면서 살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산불은 병든 나무가 숨지고 다른 생명체가 태어나고 하는 자연의 순환인데 인간의 욕심이 자연의 순환 이상의 재해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지진도 인간의 활동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근본적으로 지진은 지구 내부의 활동이라고 하잖아요. 지하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운 용암이 땅 위로 올라오면 땅이 갈라지는 게 지진이고 자연은 그 같은 순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캘리포니아 주에서 지진을 자주 겪는 사람들은 머리로는 이해합니다. 지구도 살아있으려면 사람처럼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고 지진도 그 움직임이라는데, 인간은 지진이 일어나면 자연재해로 보지 자연이 살기 위해 움직인다고 보기 힘듭니다. 자연이 살아야 인간도 살 수 있을 텐데도 말입니다. 지난 일요일에도 지구가 살아가는 큰 움직임이 지진이 됐을 때 지진이 일어난 지역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던 산모들이 동시에 진통을 했더랍니다. 그리고는 신생아가 다른 날보다 많이 태어났습니다.

-프린스턴 신입생 “시험시간 늘려달라” 학교 고소

미국은 어떤 때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국민의 권리와 자유가 법으로 철저히 보장됩니다. 국민 대부분은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할 때 참고 넘어가지 않고 정당한 권리를 찾습니다. 그래서 미국에는 대변자 격인, 좀 과격하게 말씀드리면 대신 싸워주는 변호사도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대학 프린스턴 신입생이 학교를 고소했습니다. 이 학생은 자신이 배우는 데 장애가 있다면서 시험시간을 보통 학생보다 두 배 더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법적 투쟁을 해서라도 권리를 찾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 학생은 지난 가을 시험을 친 뒤 자신의 장애를 전문가에게 진단받아 학교에 알리고 그 같은 요청을 했습니다. 학생이 주장한 장애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언어 이해와 언어 표현 능력도 떨어지며 기억력도 나쁘다는 것입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다닐 때도 다른 학생보다 시험 시간이 두 배 길었으니 대학에서도 같은 대우를 해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입니다.

명문인 프린스턴 대학은 학생의 주장을 검토한 뒤 어떤 결정을 할 지 학교의 전문가에게 의뢰했습니다. 학교가 의뢰한 전문가는 시험시간을 다른 학생보다 두 배나 더 줘야할 상태가 아니라고 판정했습니다. 그러자 학교는 50% 더 준다고 제안했고 학생은 거절했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다닐 때와 같이 두 배를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시험도 하루에 한과목만 보게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학생은 장애인보호법에 근거해 자신의 시험을 제대로 볼 권리를 주장합니다. 반면 학교는 다른 장애인 학생들과 형평을 맞춘다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지금 프린스턴 대학에는 장애가 있는 학생이 약 200명이 있는데 이 가운데 66명만 시험 볼 때 시간을 추가로 더 주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학교 측과 학생 측 변호사는 협상이 가능한지를 다시 검토하고 있고 최종 재판 결과는 올 여름 쯤에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개근상 없애는 초중고 늘어

미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에도 많은 다른 나라처럼 개근상이 있습니다. 북한에도 개근상이 있는지요. 미국에서도 불편함이 있어도 학교를 빠지지 않은 학생을 많이 칭찬했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달라졌습니다. 요즈음은 개근상을 받으라고 큰 격려를 하는 학교도 적고 아예 개근상을 없애는 학교도 있습니다. 특히 돼지독감이라고 불렸던 H1N1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부터 개근상을 없애는 학교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학교에서 개근상을 주는 것은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실한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격려하기 위해서 입니다. 부모도 자녀에게 마찬가지의 산 교훈을 주기 위해서 자녀가 학교를 빠지지 않도록 합니다. 예를 들면 미국 사람들은 여행을 많이 가는데 자녀의 방학 때 비행기를 타고 멀리 여행을 가려면 날짜가 꼭 맞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비행기 값이나 호텔 요금이 하루 더 늦추면 많이 싸질 수도 있는데 자녀의 개학날에 맞추려고 무리해서 돈을 많이 쓰신 부모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많은 학교에서는 학생이 성실한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합니다. 다른 사람의 건강도 포함됩니다. 학교는 많은 학생과 선생님들이 가까이서 생활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아프면 아픈 사람뿐만 아니라 누군가도 전염되기 쉽다는 간단한 논리에서 개근상 없애기가 시작됐습니다. 개근상을 없애는 게 끝내 서운한 학교에서는 ‘좋은 시민상’이란 것으로 바꿔 주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좋은 시민상’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몸이 아플 때나 마음이 아플 때, 꾀병을 부리고 싶을 때도 학교에 갔노라~ 하는 ‘개근상’보다는 약하게 느껴집니다.

학교에서는 최근에 개근상을 없애고 있지만 미국은 수많은 인종이 모여 사는 나라여서 어떤 인종의 부모는 학교에서 개근상을 중요하게 여겼을 때도 자녀가 아프면 학교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독일계의 많은 부모들이 그렇습니다. 자녀의 건강이 공부보다 중요하고 장기적으로 볼 때는 하루, 이틀 학교에 안가더라도 어릴 때 튼튼하게 자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래서 많은 독일계 부모는 자녀가 아프면 약을 먹이고 학교에 보내는 대신 약을 먹이지 않고 아플 때까지 아프게 합니다. 그래야 면역이 생겨 다시는 그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건강철학을 지키신다고 할까요? 자녀가 조금만 아파도 안타까워하면서 병원에 데려가고 약을 먹이는 다른 인종의 부모가 볼 때는 ‘과연 철학적인 독일민족이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교육에서도 교육계의 변화와 인종간의 차이를 보며 사는 이민자들은 때로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그 당혹스러움에서 다양함을 깨닫기도 합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강혜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