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신의 오늘의 미국] 미 언론 정대세에 주목

16일 오전(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브라질과 북한의 경기에서 북한 정대세가 브라질 마이콩과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16일 오전(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브라질과 북한의 경기에서 북한 정대세가 브라질 마이콩과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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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국은 지금 월드컵의 계절입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은 남한과 북한 팀을 모두 응원합니다. 정대세 선수는 미국인들도 관심을 갖는 선수입니다. 16살 소녀가 혼자 배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려다 도중에 바람을 만났지만 구조됐습니다. 지난 주 미국에서는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당선된 한인도 있고 미국의 선거라고 믿기 어려운 일도 일어났습니다.

지금부터 전해드릴 '오늘의 미국'입니다.

-4년마다 치러지는 세계 축구의 축제 월드컵이 올해는 남 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리고 있지만 미국 각 지역 한인사회는 마치 남 아프리카 공화국 현장인 것처럼 월드컵 열기가 가득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축구보다는 농구나 야구를 더 좋아합니다. 농구는 10초마다 점수가 나오는 때가 허다하지만 축구는 전반전과 후반전 내내 한 점도 나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미국인에게는 지루한 경기라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야구는 조지 부쉬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야구 구단주이기도 했을 정도로 야구는 미국 사람들이 재미있어하고 또 큰 사업이기도 합니다.

농구나 야구에 비해 미국 사람들은 축구를 잘 모르는데, 축구는 영국이 원조 국가지만 미국 사람들은 축구보다 더 과격한 몸싸움이 있는 미식축구인 풋볼을 더 좋아합니다. 모든 미국인들이 축구에 열광하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미국 사람들도 축구를 많이 즐기고 있습니다. 축구를 잘하는 유럽이나 중미, 남미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월드컵 경기가 치러질 때면 주최하는 나라와의 시차 때문에 새벽 4시에 일어나 모국 팀을 응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한달 내내 그렇게 경기를 보고 나면 체력이나 생산성이 많이 떨어지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예 직원들이 새벽에 출근해서 경기를 보고 일을 시작하도록 화면이 큰 텔레비전을 설치한 직장도 많습니다.

미국에 이민 와서 사는 한인들은 워낙 축구를 좋아하니 월드컵 경기가 있는 한달 내내 큰 경기장에서, 또 잔디 광장에서 남한 팀을 응원합니다. 또 북한 팀도 응원합니다. 남한은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 그리스, 나이지리아와 같은 B조입니다. 그리스와 경기에서는 2대 0으로 이겼고 내일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합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아직까지는 남한과 미국이 경기를 하지 않았지만 과거에 남한과 미국이 경기를 할 때는 나이 드신 분들은 거의 남한을 응원하고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인 젊은이들의 상당수는 미국을 응원했는데, 지금은 젊은이들도 남한을 더 많이 응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미국이 이번 월드컵에서 축구의 종주국인 영국과의 경기에서 비겼을 때는 이긴 것만큼 잘 싸웠다면서 한인들도 모두 기뻐했습니다.

북한 경기는 모든 한인이 큰 관심을 갖고 지켜봅니다. 북한이 속한 G조에 가장 많은 전문가가 우승팀으로 예상하는 브라질이 있고 역시 축구에 강한 포루투칼, 아프리카의 코트디 부아르(아이보리 코스트)가 있어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어제 있었던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는 한인은 물론 많은 미국인이 봤습니다. 북한이 1대 2로 브라질에 졌지만 세계 1위인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한 골을 넣었으니 북한의 실력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브라질이 두 골을 넣을 때까지 한인들은 얼마나 가슴 떨려 하면서 봤는지 모릅니다. 저는 브라질 사람들과 함께 봤는데 모두 북한이 준비된 팀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정대세 선수는 경기를 하기 전부터 미국 언론도 크게 주목했습니다. 미국 언론은 정대세 선수를 축구 실력도 세계적 수준이지만 일본에서 살면서도 조국을 마음에 품고 사는 젊은이로 보도했습니다. 세계 1위인 브라질과 경기를 치르기 전에 기자들이 심정을 묻자 유창한 영어로 "믿음이 기적을 낳는다"고 말해 한인들은 그의 굳은 각오에 또 한번 놀라면서 정대세 선수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북한이 포루투칼,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이기길 바랍니다. 저도 달력에 북한 경기 날짜와 시간을 표시해뒀습니다.

-축구는 두 나라 대표팀이 겨루는 스포츠이지만 혼자, 그것도 이제 16살인 소녀가 배를 타고 세계 일주를 시도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동차를 타고 약 40분쯤 가면 머리나 딜레이라는 해변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지난 1월에 한 미국 소녀가 건물 3층 높이만한 길이의 배를 타고 세계일주를 떠났습니다.

소녀는 배 안에서 위성 전화로 가족과 통화하면서 항해를 하다가 지난 목요일에는 20시간 동안 연락이 끊겼습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던 인도양의 파도가 하도 높아 전화선이 끊겠는데 호주에서 서쪽으로2천 마일이나 떨어진 지점이었습니다. 배는 바람에 조금 부서졌지만 소녀는 다치지 않았습니다. 다시 연락이 되자 소녀는 배 안에 자신을 따뜻하게 해 줄 연료도 있고 앞으로 2주일 동안 먹을 식량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당부를 했을 정도로 정신이 강합니다.

소녀와 연락이 끊겼을 때 호주 정부가 한 조치에는 존경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호주 정부는 큰 비행기인 에어버스 330에 구조팀을 태워 바로 현장으로 보냈습니다. 비행기는 인도양에 떠있는 소녀가 타고 있는 배를 찾았고 소녀와 연락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소녀를 데려올 배를 보냈습니다.

소녀의 아버지는 배를 관리하는 일을 하고 17살인 오빠는 지난 해에 일 주일 동안 가장 어린 나이에 배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한 사람으로 기록됐습니다. 일주일 뒤에 같은 나이지만 생일이 조금 늦은 청소년이 같은 세계일주를 해냈기 때문입니다. 이 소녀는 오빠에 이어 가장 어린 나이에 요트를 타고 세계일주를 한 기록을 세우려 시도했습니다. 이번에는 도중에 집으로 돌아오게 됐지만 다음에 준비를 더 철저히 해서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합니다.

16살이면 고등학생인데 미국에는 자녀가 원하면 단독으로 배를 타고 세계일주 하겠다는 꿈도 지원하는 부모가 있습니다. 물론 아들도 아니고 16살 딸을 위험하디 위험한 단독 세계일주를 시켰다고 비난하는 전문가와 일반인도 많습니다.

소녀 자신과 소녀의 부모는 모르는 소리라고 답합니다. 아버지가 배를 고치는 일을 하셨기 때문에 태어나자 마자 배 안에서 살고 배 안에서 놀아 온 소녀는 누구보다 항해를 잘 안다는 주장입니다. 나이나 성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박입니다. 준비됐으면 언제든 자녀가 '원대한 꿈'을 펼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입니다. 아마 그래서 미국에는 통이 큰 세계적인 인물이 많은가 봅니다.

-지난 주에는 미국 각 지역에서 수많은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미국은 레이디 훠스트(Lady First)라고 해서 여성들이 많은 대우를 받지만 그 대우는 약한 여성을 대접하는 작은 일 일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를 탈 때 남성이 차 문을 열어준다든지, 건 물에 들어갈 때 남성이 문을 열어주고 여성이 먼저 들어가는 식입니다.

그런데 정치, 경제, 사 회, 문화, 예술 모든 분야에서 여성은 남성에 뒤쳐져 있습니다. 지난 번에 전해드린 것처럼 능력이 있는 여성도 같은 일을 하고 남성이 받는 봉급의 약 70%에 서 80%만 받는 게 평균입니다. 여성 스스로도 '모난 정이 돌 맞기 싫어서' 어느 정도의 차별과 불공평은 참고 살아 온 게 사실입니다.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지휘를 하겠다고 남성 후보, 남성 결정권자와 지독하게 싸워 오케스트라 지휘봉을 잡은 여성도 있고 세계 최고의 기업에서도 여성이 총 책임자가 되기도 합니다. 지난 주에 치러진 선거에서도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가장 높은 선출직 정치인 후보 두 명이 여성입니다. 주지사와 연방 상원의원 후보인데 두 사람 모두 새로운 기술 관련 회사의 대표로 일했습니다. 맥 위트먼 공화당주지사 후보와 칼리 휘올리나 역시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인데 이 두 사람에 거는 유권자의 기대가 큽니다.

두 사람은 11월 본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이기면 주지사와 연방 상원의원이 되는데, 당의 후보를 뽑는 이번 선거에서 전, 현직 남자 정치인들을 물리치고 당선된 여성들입니다. 그것도 정치 경험은 없는 사람들입니다. 캘리포니아의 많은 공화당 유권자가 큰 회사를 이끈 경험이 있는 두 사람에게 캘리포니아 주의 살림을 맡기고 싶다는 뜻이겠지요.

두 사람 뿐이 아닙니다. 한인 여성 미쉘 박씨도 캘리포니아의 세금을 다루는 조세형평위원회 위원 공화당 후보로 확정됐습니다. 미쉘 박씨는 현직 위원인데 약 20년 전부터 꾸준히 공적인 일을 해왔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아동복지국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던 미쉘 박씨는 처음에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언론과 인터뷰 하는 것도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더 높은 직책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미국에는 여성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크게 모자라고 특히 아시안 여성 공직자는 아시안 이민자 인구에 비해 한참 모자랍니다. 그래서 많은 유권자는, 특히 여성 유권자는 미쉘 박씨를 비롯한 여성 후보, 소수 인종 여성 후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합니다.

제가 오래 이 방송을 한다면 점차 다른 한인 여성 공직자도 소개해 드리고 미쉘 박씨도 더 중요한 일을 하는 공직자로 선출됐다고 알려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날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강혜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