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계절로는 한여름인데 로스앤젤레스는 초가을처럼 쌀쌀했고 동부의 뉴욕은 지난 며칠 기온이 100도를 넘어 무척 더웠습니다. 자본주의 미국에서는 푹푹 찌는 더위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따집니다. 샌프란시스코 시에서는 애완동물을 팔 수 없도록 하는 시의 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의 많은 어린이들이 앞으로는 미국 만화영화 주인공을 통해 영어를 배우게 됩니다.
지금부터 전해드릴 '오늘의 미국'입니다.
지난 며칠 동안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가을 옷을 꺼내 입었지만 뉴욕을 비롯한 동부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100도가 넘었습니다. 미국은 온도를 화씨로 계산합니다, 섭씨로는 37.5도였습니다. 날씨가 덥자 수영복과 자외선을 막아 주는 크림이 잘 팔렸고 보스톤 지역에서는 병물 판매가 1년 전보다 43%나 늘어났습니다.
반대로 야외 청소용품이나 야외용 가구, 비료 등은 판매가 줄어들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날씨만 좋으면 방안이 아니라 집 마당에서도 식사를 잘 하는데 온돌방 문화가 아니니 돗자리를 깔 수는 없고 식탁과 의자가 있어야겠지요. 개인 집이 아니라 아파트먼트 창가에도 작은 공간만 있으면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바람을 쏘이는 미국 사람이 참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전에 더운 여름이면 큰 나무 테이블 겸 의자에 가족이나 동네 사람이 모여 앉아 얼음에 담가뒀던 수박을 깨서 먹곤 했는데요, 미국 사람도 수박을 먹는 대신 나름대로의 음식을 그런 분위기에서 먹는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지요?
특히 여름에는 해가 길어서 저녁을 방보다 마당에서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너무 더우면 마당에 나갈 수 없어서 야외용 식탁과 의자를 사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계산입니다. 마당에서 음식도 먹고 즐기려면 마당을 예쁘게 꾸미게 되는데 더울 땐 그것도 쉬니 비료 판매도 줄었습니다. 또 미국은 유난히 청소를 많이 합니다. 저도 사무실에서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청소를 하시는 분을 만나는데 별로 버린 것도 없는 제 방 휴지통을 날마다 비우고 그 휴지통에 새 비닐을 씌워주는 걸 보면 낭비라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청소를 많이 하는 것도 미국의 문화인데 너무 더우면 바깥 청소를 거르게 되니까 청소용품도 덜 팔립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날이 더워도 경제의 흐름을 생각합니다. 경제의 흐름이라기보다는 소비의 흐름이란 말이 더 적합합니다. 무엇이 잘 팔리고 무엇이 안 팔리는 것을 전문가들이 따져봅니다. 전문적인 판매 변화 계산입니다. 자본주의답지요? 전문가들은 동부지역의 이번 무더위는 경제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날씨에 따른 소비의 변화는 극단적인 날씨가 적어도 한 달은 이어져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또 날씨에 따른 소비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음료수 판매만 보더라도 더울 때 많이 음료수가 팔리는 지역도 있지만 반대인 지역도 있습니다. 더워도 적당히 집 밖으로 나가야 하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잘 팔리겠지만 자전거 타기를 하는 코스가 있는 동네라면 너무 더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음료수가 오히려 덜 팔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더위에 재미있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동북부 로드 아릴랜드 주의 한 골프장의 경우 기온이 화씨 102도(섭씨 38.9도)까지 올라간 날 골프 예약 취소는 한 건도 없었답니다. 미국 사람들이 얼마나 골프를 좋아하는 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캘리포니아 주 북쪽에 있는 도시 샌프란시스코 에서는 지금 물고기를 제외한 모든 애완동물을 팔 수 없다는 시의 법을 만들 것을 의논하고 있습니다. 이 안이 통과되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강아지와 고양이는 물론 햄스터(애완용 쥐), 새, 뱀, 도마뱀 등 미국인이 애완용으로 키우는 모든 동물을 팔지 못합니다. 물고기만 예외여서 물고기가 아닌 다른 애완동물을 팔다가 적발되면 감옥에 갇힙니다. 그 이유는 애완동물이 동물 보호소에서 안락사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애완동물 판매금지 안은 2년 전부터 심의됐습니다. 처음에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강아지와 고양이를 교배해 파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누군가에게 팔기 위해 교배하는 걸 막겠다는 뜻입니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동물권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의논을 하다 보니 강아지나 고양이보다는 햄스터가 동물보호소에서 훨씬 많이 안락사 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애완동물 가게에서 작은 햄스터를 본 많은 사람들은 귀엽다면서 충동구매를 합니다. 그런데 집으로 데려가면 햄스터가 사람을 물고 새벽에도 시끄럽게 움직여 사람이 잠을 깨기가 쉽지요. 결국 햄스터 기르기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때 햄스터는 동물 보호소로 보내고 동물보호소에 보내진 햄스터는 또 다른 사람이 입양해 기르지도 않아 안락사 시킵니다. 미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잔인한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새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날아다니는 새를 어떻게 잡아 새장 속에 넣어 팔 수가 있느냐고 항의했습니다. 앵무새가 새장에 갇히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알기나 아느냐는 식의 성토 대회가 있었습니다. 지금 사람에게서 고통 받는 새를 구하는 것 이외에 돈을 받고 새를 파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새도 포함시키고, 다른 애완동물도 그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따라 추가됐습니다. 그렇게 물고기를 제외한 모든 애완동물을 애완동물 가게에서 사지 못한다는 법안이 고려 중인 겁니다. (물고기는 왜 괜찮다고 하는지가 궁금한데 그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아마 다른 애완동물들은 사람이 직접 쓰다듬고 애완동물도 사람에게 반갑게 달려들고 해서 더 정이 드는 것 아닐까요?)
어째튼 샌프란시스코 시에서 이 같은 법을 만들려고 하자 애완동물 가게 주인들은 큰소리로 불만합니다. '애완동물 가게에서 애완동물을 팔지 말라는 건 문을 닫으라는 말'이라는 불만입니다. 미국에는 동네마다 애완동물 가게가 있는데 가게에서는 애완동물도 팔고 먹이와 간식, 장난감도 팝니다. 먹이와 간식, 장난감만 팔아가고는 별 이익이 남지 않으니 가게 문을 닫을 형편이라고 주장합니다. 파는 게 또 있네요. 애완동물 침대, 애완동물의 털옷(사실 강아지를 비롯한 거의 모든 애완동물의 몸은 몸 자체가 털인데 왜 털옷이 필요한 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지만 미국에서는 털옷을 입고 다니는 강아지를 많이 봅니다.)
샌프란시스코 시가 이 같은 법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열고 있는데 어느 공청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공청회를 주최한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고 들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의 별난 애완동물 사랑입니다.
-디즈니 사 하면 세계에서 어린이 만화영화를 가장 많이 만드는 미국 회사입니다. 만화영화만 만드는 게 아니라 여러 나라에 놀이공원도 짓고 장난감도 만듭니다. 디즈니 사는 동물과 사람을 주인공으로 작품을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또 어른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고 하고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디즈니 사는 자원봉사 단체가 아닙니다. 돈을 벌려는 회사입니다.
2015년이 되면 중국 어린이 약 15만 명이 미키 마우스(만화영화 주인공인 큰 쥐)나 인어공주 같은 디지니 사 만화 주인공에게 영어를 배우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디즈니 사는 앞으로 5년 동안 중국에 130군데의 영어학교의 문을 연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도 중국에는 디즈니 사가 운영하는 영어학교가 11군데나 있습니다.
디즈니 사가 중국에 영어학교를 세우는 1차적인 목적은 교육이 아닙니다. 디즈니 사에서 만든 영화와 영화 주인공에 관한 상품을 팔기 위해서입니다. 지금은 중국 정부의 영화 검열이 하도 심해 디즈니 영화가 발 붙일 틈이 없습니다. 그러자 영어 보급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세운 겁니다. 영어 교육으로 미래 소비자의 마음부터 열어 놓겠다는 전략입니다.
디즈니 사는 중국에 중간소득층이 늘어나자 중국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영화를, 장난감을 많이 팔지 못해도 13억 인구인 중국 시장을 먼저 열어 놓으면 앞으로 중국에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겁니다. 물론 디즈니 사의 이 같은 일 진행은 중국 정부가 승인을 해서 이뤄지는 일들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때로는 경쟁관계지만 중국이 시장 개방을 한 뒤로는 서로 물건을 사고 파는 무역 상대국으로의 관계가 점점 깊어집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강혜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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