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신의 오늘의 미국] ‘여행 겸 봉사’ 늘어

며칠 전인 11월 9일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0년이 되는 날이어서 미국 방송은 베를린 장벽이 서있던 역사의 현장에서 달라진 모습을 전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요즈음 자원봉사 겸 휴가를 가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미국 사람들의 동물사랑은 유난합니다. 강아지 교회가 늘어납니다. 지난주 치러진 선거에서 여러 명의 한인이 당선됐습니다.

오늘 전해드릴 소식입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1989년 11월 9일 민주주의 서독과 공산주의 동독을 가르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미국의 3대 텔레비전 방송사 앵커들은 모두 역사의 순간을 현장에서 보도했습니다.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 “내 눈 앞에서 자유가 춤춥니다.”라고 전했던 NBC 방송의 탐 브로코 나 CBS 방송의 댄 래더는 지금은 가끔 정치 평론을 하고, ABC 방송의 앵커 피터 제닝스는 몇 년 전에 숨졌습니다.

당시 미국의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도 숨졌고 구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정치계에서 물러났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20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정치인이나 방송인은 거의 교체돼 20주년 기념식은 세 세대 정치인과 언론인, 음악인이 이어받았습니다.

미국 방송은 통일된 독일과 유럽의 공산주의가 사라지기 시작한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을 재현하기 위해 세계 많은 나라 사람들이 장벽이 있던 현장에 도미노 벽을 세우고 무너뜨리는 것도 생중계했습니다. 도미노 설치에 참여한 수많은 예술가 가운데 미국 기자들이 가장 많이 인터뷰한 사람은 동독출신도 아니고 서독출신도 아니었으며 구소련 출신도 아니고 미국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한국인이었습니다. 동독과 서독은 통일이 되고 20년이나 됐는데 한반도는 지금도 남, 북으로 민족과 나라가 쪼개져 있다는 걸 상징하는 보도였습니다.

미국에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20년을 기념하는 특집방송을 할 때 남한에서는 독일계인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판문점도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고 한 말이 뉴스로 전해졌습니다. 저는 판문점과 독일 베를린 장벽이 서 있던 자리를 모두 봤습니다. 판문점에는 지금도 긴장이 흐르지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그 자리는 훌륭한 관광지면서 역사의 현장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곳이 됐습니다. 그런 모습을 미국 사람들은 미국 기자의 취재를 통해 텔레비전으로 봅니다.

-유명 호텔들 자원봉사 프로그램 내놔

미국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하고 많이 합니다. 자원봉사도 좋아하고 많이 합니다. 전에는 자신을 위한 여행과 다른 사람을 위하는 자원봉사를 따로 따로 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여행과 자원봉사를 동시에 하는 미국 사람이 늘어납니다. 여행간 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식입니다.

그러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호텔들이 아예 여행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하루는 호텔 방값이 하룻밤에 400달러에서 500달러인 고급 호텔에서 묵으면서 골프도 치고 마사지도 받고, 다음날에는 노숙자들이 모인 곳으로 가서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봉사를 합니다. 국립공원 근처라면 공원에 가서 잡초도 뽑고 강가라면 강 청소도 합니다. 등산길을 닦는 일도 합니다. 자신이 여행간 지역사회를 위해서 뭔가를 한다는 뜻이고 환경도 지킨다는 좋은 뜻입니다. 때로는 여행지에서 장애 어린이와 놀아주기도 합니다.

물론 비판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부자들이 놀러가서 잠깐 하는 봉사로 여러 죄책감을 때우려고 한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장점은 있어도 구체적으로 단점이 드러나진 않고 있습니다. 여행까지 가서 자원봉사를 한다면 호텔에서 그 비싼 방값을 조금 깎아줄까요? 깎아 주지 않습니다. 반대로 방값의 약 10%를 더 받습니다. 봉사 장소로 갈 때의 교통비와 기획비용 등입니다.

-강아지 위한 교회 증가

강아지를 위한 교회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미국에는 캘리포니아 주를 포함해 메사추세스, 텍사스 주 등 강아지를 위한 예배를 보는 교회가 약 5백 군데나 됩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3년 전에 나이 드신 분이 많이 다니시는 교회 목사가 처음으로 강아지를 위한 예배를 드렸습니다.

강아지를 위한 예배를 보는 교회에 들어가면 강아지 침대와 강아지 장난감이 널려있습니다. 그 옆에는 물론 강아지 주인도 있습니다. 예배실에 들어가면 강아지들은 처음에는 낑낑거리다가 피아노 소리가 나고 강아지가 좋아하게 만들어진 찬송가가 나오면 조용해집니다. 목사는 아픈 강아지를 위해 기도합니다. 무릎이 아픈 강아지는 무릎이 낳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숨진 강아지에 대해서는 사람의 추도식을 하듯 해줍니다.

미국 어르신들께 강아지는 애완동물을 넘어 가족입니다. 강아지를 집에 혼자 두고 교회도 편하게 가지 못하실 뿐더러 기르던 강아지가 숨지면 강아지를 묻어주고 두고두고 슬퍼합니다. 강아지를 가족으로 생각하다 보니 강아지에게도 사람처럼 영혼이 있다고 믿는 사람도 늘어납니다. 그래서 강아지 교회가 늘어납니다.

-고양이 발톱 뽑는 임시법안 통과

미국 사람 사이에는 강아지 사랑만 유난한 게 아닙니다. 미국 사람들은 고양이도 무척 사랑합니다.

며칠 전 로스앤젤레스 시의회에서는 고양이 발톱에 관한 시의 법안을 임시로 통과시켰습니다. 고양이 발톱을 뽑을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부자 동네에 속하는 베버리 힐스에서는 하루 전에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내용의 시 법을 통과시켰고 샌프란시스코도 비슷한 임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동안 고양이 발톱을 뽑은 이유는 사람이 다칠까봐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이 고양이 발톱에 할퀴는 것보다는 고양이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고양이의 날카로운 발톱을 뽑는 것이 고양이 학대라는 주장입니다. 로스앤젤레스 시의회가 17일 최종 확정하면 2010년 새해 첫날부터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누구도 고양이 발톱을 뽑을 수 없게 됩니다.

-지난 주 선거, 한인 당선 많아

지난주에 치러진 선거에서 당선된 한인들을 알려드립니다. 로스앤젤레스 가까운 곳에 있는 세리토스라는 교육 도시에서는 예상했던 것처럼 제임스 강 교육위원이 탄생했습니다. 동부 뉴저지 주에서는 세 명의 한인 시의원이 됐고 역시 동부의 버지니아 주에서는 마크 김 주 하원의원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서부 워싱턴 주 타코마 시에서는 한인 시장이 나왔습니다.

어느 선거 때보다 당선된 한인이 많았습니다. 이제 한인이 선거에 출마할 때는 충분히 따져보고 이길 가능성이 있을 때 출마하며, 철저한 선거 캠페인을 하는 결과라고 평가됩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강혜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