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저는 친구들과 함께 여의도 벚꽃 구경을 다녀왔습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도로인 윤중로는 벚꽃이 만발하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해마다 서울 시민들은 물론 지방에서 온 사람들도 벚꽃 구경을 위해 여의도를 찾곤 합니다. 올해는 천안함 침몰 사고로 인해 봄꽃 축제가 많이 축소되거나 연기됐지만, 그래도 벚꽃이 지는 것이 아쉬웠는지 지난 주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수 많은 인파 속에서 아기를 목마 태우고 걷는 젊은 아빠와 벚꽃을 보고 좋아서 얼굴에 웃음꽃이 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걷는 부부, 유모차에서 달콤한 잠을 자고 있는 예쁜 아기의 모습이 유난히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벚꽃도 참 아름다웠지만, 이런 행복한 모습의 사람들과 함께 걷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유유히 흐르고 있는 한강 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여의도 벚꽃 길을 따라 개나리와 목련 등 온갖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니 '와! 아름답다'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우리는 나뭇가지를 잡고, 벚꽃을 입에 약간 문 채 사진을 찍기도 하고 벚꽃과 경쟁하듯 피어있는 노란 개나리 속에 묻혀서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얼굴에 한가득 미소를 머금은 친구들의 모습이 마치 천진난만한 어린 소녀 같았습니다. 꽃에 묻혀 사진을 찍는 우리 모습이 너무 즐거워 보였는지 지나가던 사람들도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고 웃어 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벚꽃을 한참 구경하다가 근처에 있는 국회로 갔습니다. 국회 의사당 앞에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휴식도 취하고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우리들도 경쟁이라도 하듯이 국회 의사당과 분수를 배경으로 독사진도 찍고 지나가는 꼬마 학생에게 부탁해 집체 사진도 찍었습니다.
우리는 한참을 국회 안에서 거닐다가 한강 공원으로 나가 가지고 간 자리를 펴고 앉았습니다. 각자 준비해 간 맥주와 안주, 김밥 등을 펼쳐 놓고, 시원한 한강 바람을 맞으며 먹다가 수다를 떨다가 했습니다.
유유히 흘러가고 있는 한강 물을 바라보며 저는 친구들에게 대동강 얘기를 했습니다. 내 고향 평양에 흐르는 대동강에서 우리 가족은 해마다 4월이면 함께 보트도 타곤 했는데 그 때 우리 큰 아이는 물이 무서워 대동강 한가운데서 울기도 했었다는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그러면서 대동강 물도 한강 물처럼 이렇게 맑았다고 이야기하자, 다른 친구들도 자기 고향에 있는 강에 대한 자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 영숙이는 함북도 무산이 고향이라 두만강 자랑을 했습니다. 여름철이면 두만강 물에 나가 빨래도 했고, 아이들은 두만강 물에 미역도 감았으며 물이 잘 나오지 않아 겨울에는 얼음을 깨고 두만강 물을 많이 길어다 먹었다고 했습니다.
신의주가 고향인 친구 영희는 넓은 압록강에 중국 유람선들이 많이 다녔는데 중국 사람들을 보면 미워서 주먹질을 하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안주가 고향인 미옥이는 청천강에 나가 머리를 감으면 머리 결이 무척 매끄럽고 윤기가 있었다고 자랑을 했습니다. 대동강 이야기로 시작된 고향 자랑으로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합니다.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요즘엔 때때로 이곳 남한 사람들이 자주 갖는 모임 중의 하나인 동창 모임이 참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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