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5일은 크리스마스 성탄절이었습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두고 보내는 이번 성탄절의 의미는 저에게 특별했습니다. 영하 10도 아래의 매우 맵짠 강추위가 심술을 부렸지만 이날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추억이 됐습니다.
올해 성탄절은 이제 갓 태어난 손녀의 백일이기도 했고 손자의 4번째 생일날이기도 했습니다. 특별한 의미를 하늘도 알아주듯 함박 눈꽃이 날렸습니다.
저는 이미 하루 전날인 24일에 강원도 철원에서 강의를 마치고 100일 된 손녀의 건강을 기도하는 의미에서 금팔찌를 사고 다른 손자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과 생일 선물도 함께 구입해 가지고 곧장 평택으로 갔습니다. 하여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 구입이 제겐 조금 벅차기도 했습니다만 마음은 뿌듯했습니다.
큰 딸은 조카의 백일 생일에 작은 금반지를 준비했고 남자 조카에겐 로봇을 선물했습니다. 또 작은 딸도 조카를 위해 귀엽고 깜찍한 흰 강아지 인형을 선물하고 아들아이는 여자 친구와 함께 3명의 조카들의 예쁜 옷과 멋진 크리스마스 나무와 장식을 사들고 왔습니다. 이렇게 세 남매가 서로 서로 선물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콧마루가 찡할 정도로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이는 날이라 제 마음은 괜스레 즐거웠습니다. 식사를 하기 위해 예약해 놓은 오리 불고기 집으로 갔습니다. 약속한 대로 작은 딸의 시부모들도 와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사이가 사돈이라고 하지만 자주 만나는 사돈들은 전혀 어렵지가 않고 또 자식을 서로 나누어 가진 부모들이라 남남 같지가 않아, 저에게는 한 식구 같고 친구처럼 한 가족처럼 느껴집니다.
식사를 마치고도 우리는 방을 비우지 않고 상 앞에 둥글게 모여 앉아 따끈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자식 자랑으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그 동안에도 큰 손녀와 작은 손자는 오랜 만에 만난 터이라 너무 좋아 어쩔 줄을 모르고 뛰어 놀았습니다.
저는 아들이 선물한 옷을 꺼내 손자들에게 제가끔 입혀 보기도 했고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식당 한 편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펼쳤습니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장식에 흰 눈송이와 작은 선물들을 달고 불까지 켜 놓고는 사진을 찍느라 야단이었습니다.
이런 분주함도 가족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사돈들도 저도 작은 꼬마 손자들의 세계에 푹 빠져 함께 웃고 떠들었습니다. 사돈들은 떡돌 같은 아들과 예쁜 공주님을 낳아 준 며느리 자랑이 끝도 없었습니다. 그 소리가 너무 고마워 저는 눈에 눈물이 나왔습니다.
작은 딸은 저와 함께 중국에서 잡혀 강제 북송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내가 살아야 이산가족이 아닌 이산가족이 돼 중국과 북한 두 나라에 흩어져 있는 내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오직 그 하나의 생각만으로 함북도 무산군 노동 단련대에 딸을 버리고 도망쳐 나왔습니다. 그 때 북한 당국은 그 어린 것을 낮에는 고역 같은 노동을 시키고 밤에는 잠을 재우지 않습니다. 어린 것에게 엄마 간 곳을 대라며 몽둥이로 때려 온 몸이 시퍼렇게 멍이 지고 피가 진채 이 엄마를 찾아 왔던 가슴 아픈 기억으로 저는 그만 주책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사돈들 보기에 제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큰 사위가 인차 말을 바꾸어 예쁜 마누라를 기다리느라 좋은 선 자리가 있어도 마다하며 서른이 넘도록 기다렸다고 농담을 해서 저를 웃겼습니다. 그리고는 재차 처남도 빨리 결혼을 해야 한다고 아들에게 말을 돌렸습니다. 이미 여자 친구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터라 놀려 줄만 하기도 했습니다.
아들 여자 친구도 저에게는 소중하고 내 자식들과 다름없이 귀엽고 예쁘답니다. 오랜 힘든 시절 끝에 찾아온 소중한 성탄절, 그래서 저는 더 감사한 마음으로 이날을 보냈습니다. 2013년 새해에도 이런 작지만 큰 행복이 이어지길 그리고 청취자 여러분 가정에도 평안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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