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김정일의 화려한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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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일 양력설 명절 아침, 저는 가족들과 함께 풍성한 식탁에 모여 앉아 행복한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텔레비전 화면에 집중하고 있던 아들은 '오늘 같은 명절에 북한에 있는 친구들은 이른 새벽에 벌써 만수대 동상을 찾아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인사를 하고 있겠지.' 하고 말했습니다. 딸들도 지금 북한에는 눈이 펑펑 내린다고 하는데 이 추운 날씨에 얼마나 고생을 할지, 명절 음식은 제대로 차려 먹었는지 걱정했습니다.

김정일의 죽음으로 당장 통일이 되진 않더라도 북한이 개방이라도 되지 않을까 기대했건만 그것도 잠시 잠깐,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보니 벌써 김정은 우상화에 시달리며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을 고향 사람들이 생각나 마음이 더 아프다고 다들 한마디씩 했습니다.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너무도 사치스러운 김정일 영결식장면과 대규모 추도식 장면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죽은 김정일을 실은 영구차가 평양시 금성거리와 통일거리, 전승거리, 김일성 광장을 비롯한 주요거리를 도는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면서도 '우리 인민들을 두고 왜 먼저가시냐'고 땅을 치며 통곡하는 평양시민들의 모습과 군인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과연 김정일은 인민들의 진정한 지도자로서 인민을 귀중히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요? 북한 인민들에게 있어 김정일은 37년 동안 집권하면서 인민들에게 수많은 범죄와 인권 유린, 폭압과 폭정을 저지른 독재자였습니다. 무고한 인민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공개 총살을 하고 수많은 정치범 수용소와 감옥을 만들어 놓고 죄 없는 인민들을 가두어 놓고 정치적 탄압을 하고 있으며 2,300만 인민들을 울타리 없는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또한 김정일은 전쟁도 아닌 평화 시기에 아웅산 테러와 KAL 폭파 사건, 수차례의 동해 지역 무장공비침투사건, 두 차례의 서해 교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가고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많은 돈을 들여가며 불꽃놀이를 했습니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인민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자신은 사치와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면서 인민들을 생각해 하루 한 끼 강냉이 죽을 먹어 가면서 쪽잠을 잔다고 인민들에게 수없이 거짓말을 했습니다. 또 해마다 수많은 돈을 들여 핵을 만들고, 미사일을 쏘아 올렸고 오직 전쟁 준비로 인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습니다.

북한 인민 대대로 다 갚을 수 없을 정도로 엄중한 죄를 지은 독재자 김정일은 인민들이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죽어서까지도 인민들의 피와 땀을 착취하여 호화로운 궁전에서 사치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로 내려오면서 그들은 오직 자기 가족의 안락만을 추구해 왔고 온갖 사치와 향락에 빠져 왔던 어디에도 없는 독재자 집안입니다.

김일성 장례식에 든 돈도 어마어마했는데 김정일의 장례비용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 들었다고 합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을 방부 처리해 금수산 궁전에 영구 보존하는 데도 1년에 20억 원, 170만 달러가 넘는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금수산 궁전을 건설하는데도 북한 주민들로서는 셀 수 없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었습니다.

진정 인민들을 위한다면, 또 인민들의 진정한 지도자라면 그 많은 돈으로 쌀을 구입해서 인민들에게 식량 공급을 했으면 굶주림에 헤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텔레비전을 통해 평양시 시민들이 김정일이 시신을 찾아서 통곡하는 장면을 보면서 지나간 일이 떠올랐습니다.

금수산 궁전은 누구나 마음대로 방문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해마다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과 사망일을 기념일로 정하고 당 조직에서 추천된 사람들만 방문할 수 있습니다. 아침부터 대성구역 첫 시작점인 룡흥교에서부터 금수산 궁전까지 가는 궤도전차를 타기 위해 몇 시간씩 대기를 해야 했고 궤도전차를 타고 궁전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몇 차례의 몸수색과 검색을 받아야 했고 승강기를 타고 그냥 올라가면 될 것도 20분 정도의 거리를 승강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 김일성 시신이 있는 곳으로 들어갈 수 있게 했습니다.

어느 해에는 1월에 금수산 궁전을 방문하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미 몇 번 방문한 적이 있기에 당시 독감에 걸려 높은 고열로 인해 머리를 들 수 없어 저는 한 번쯤은 빠졌으면 하는 의향을 비서에게 슬쩍 말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비서와 가까운 사이라 그쯤은 승인이 될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거부되는 바람에 결국 저는 40도 고열의 앓는 몸으로 참석을 했지만 주당 생활 총화, 월당 생활 총화, 분기당 생활 총화, 또 연간당 생활 총화, 결산 생활 총화 등등 몇 년 동안 비판 대상이 되었습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그 추위 속에서 김정일 사망이라는 이유로 얇은 옷을 걸친 채 손에 장갑도 없이 차디찬 땅에 주저앉아 꽁꽁 언 땅을 치며 통곡을 하는 평양시 시민과 북한 주민들의 눈물은 과연 진정으로 흘러나오는 눈물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독재 체제 아래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과연 북한 인민들이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고 자유롭게 감정을 마음대로 표현하는 날이 올까요? 아직은 북한 주민들이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