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저는 북한인민해방전선의 참모 일꾼들과 함께 청평 송어 축제장에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북한인민해방전선, 줄여서 '북민전'은 북한을 탈출한 탈북 군인들이 단합을 위한 모임으로 북한주민들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아침 일찍 저는 양천구 신정동에서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출발했는데 마침 주말이라 고속도로는 그야말로 주차장처럼 차들로 가득 찼습니다. 그래서 1시간이면 도착 할 수 있는 거리를 3시간이나 걸렸습니다. 거의 다 와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북한강을 보며 이미 제 마음은 설렜습니다. 맑고 좋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차 창문을 여는 순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한쪽에서는 눈썰매를 타고 쌩쌩 달리는 어린이들과 부모, 그리고 청춘 남녀들이 보였고 얼음구멍에 낚싯대를 늘이고 앉아 있는 사람들로 북한강 얼음 위는 바글바글했습니다. 그래도 저의 눈에 확 띈 것은 송어 축제장이라고 쓰여 있는 현수막이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저는 혹시 우리도 송어 축제에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우리는 우선 미리 예약돼 있다는 호수 민박집으로 갔습니다. 참모장을 비롯한 몇몇의 참모들이 미리 와있었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우리는 분위기 좋은 음식점에 들어가 간단히 김치찌개를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족구장으로 갔습니다.
우선 참모장과 사령관을 위주로 가위, 바위, 보를 해 두 편을 만들어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참모장 편에 속했습니다. 첫 경기와 세 번째 경기에서는 제가 속한 편이 이겼습니다. 배구와 비슷하지만 발로만 경기를 하는 족구는 제 생전 처음이었고, 또 족구는 남자들만이 하는 것으로만 생각했습니다. 저는 발로 차기도 하고 배구공을 치듯이 두 손으로 공을 높이 쳐 상대편 쪽으로 넘기기도 해 모두 웃겼습니다.
1시간 남짓 족구경기를 하고는 3시가 되어 송어 축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1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사람당 송어 2마리를 찬 물속에 들어가 직접 손으로 잡는 게임도 했습니다. 우리 사람들 속에서는 모두 6명이 참가하게 돼 있었고 그 속에는 저도 있었습니다.
우선 찬물에 들어가기 전에 짧은 바지와 티셔츠를 바꾸어 입고 감기에 걸릴까 따스한 물속에 발을 잠그고 있어야 하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제 마음은 마냥 설레었지만 만약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건 아닐까 조금 긴장되기도 했습니다. 구령소리에 간단한 운동을 했는데 그 속에는 춤도 있었습니다.
안내원은 춤을 잘 추는 사람 한 명을 뽑아 송어 한 마리를 그냥 준다고 했습니다. 또 막춤 추는 데는 제가 그 누구에게도 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실력을 발휘해 결국 제가 당첨됐습니다. 그리고는 물속에 들어갔습니다. 송어 30여 마리를 물속에 넣었다는데 사람 역시 30명이었습니다. 저는 송어 한 마리를 순식간에 잡았지만 그만 물이 차 발에 쥐가 났습니다.
저는 참지 못해 밖으로 뛰어나와 천막 속에 미리 준비해 놓은 따스한 물에 발을 담갔습니다.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빈손으로 나왔는데 우리 사람들 속에는 빈손으로 나온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특히 한 친구는 4마리를 잡아 양쪽 주머니에 넣고 티셔츠 속에 넣어 가지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잡은 송어는 모두 16마리나 됐습니다. 제가 '역시 북한 사람이 아니랄까봐' 하는 말을 했더니 모두가 한바탕 웃었습니다. 저는 친구들이 찍은 제 모습과 제가 잡은 송어를 찍은 사진을 손전화기로 자식들에게 한 장씩 보내주었습니다.
작은딸은 엄마가 잡은 송어를 택배로 보내라고 했고 아들은 엄마는 한국에 와서 못해 본 일이 도대체 뭐가 있느냐는 문자가 날아왔고 큰딸은 부러워 죽겠다는 답장이 와 모든 친구들이 또 한 번 웃으면서 정말 부러워했습니다.
회를 뜨고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우리는 북민전의 2012년 한해 사업 총화와 2013년도 우리가 해야 할 과업들을 놓고 좋은 얘기들을 많이 했습니다. 회의를 끝내고 송어회와 조개구이, 그리고 삼겹살 구이를 먹었습니다. 그때도 해가 지고 어둠이 깃들었지만 청평을 찾는 시민들은 끊이질 않고 있었습니다.
민박집과 호텔들은 이미 예약이 끝났고 심지어는 찜질방까지도 모두 꽉 찼습니다. 연인들뿐 아니라 가족들도 많이 찾았습니다. 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역시 문화생활은 이곳 대한민국 사람들을 따라잡을 나라는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밤 야경은 더욱 놀랄 정도였습니다. 나무에 물을 뿌려 얼렸는데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꽃이 피어 있었고 그 위에 전기를 이용해 빨간색, 분홍색, 파란색을 비롯한 여러 가지 색깔이 반짝여 웅장하고 화려했습니다. 볼살이 쫙쫙 갈라 터지는 강추위였지만 어린아이들도 좋아라 손뼉을 쳤고 많은 시민들은 입을 다물 줄 몰랐습니다.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저도 이 안에 함께 있다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더 깊이 느꼈습니다. 20대 젊은 청춘들 못지않게 사격장과 볼링장, 족구장에서 놀고, 찬물에 들어가 직접 송어도 잡았습니다.
이곳 대한민국에서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만들며 살고 있는 저는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이 항상 먼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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