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A채널의 프로그램을 통해 13명의 탈북자들이 두만강을 넘어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국경을 넘어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어렵고 힘든 고비 속에 사선을 넘어 이곳 대한민국으로 오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들의 어렵고 힘든 로정을 보면서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그 길이 바로 제가 내 가족과 함께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으며 직접 걸어온 사선의 길이기도 하니까요. 하기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눈물 없이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죽지 않으면 산다는 결심으로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넘는 그들 속에 있는 7살짜리 어린 꼬마 진혁이를 보니 더더욱 눈물이 났습니다. 진혁이 엄마는 어린 아기를 남편에게 맡기고 중국으로 탈북했고 엄마 없는 진혁이를 키우던 아빠마저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고 합니다. 한창 엄마의 품속에 안겨 어리광을 부릴 나이에 꽃제비가 되어 집 없이 길거리에서 헤매던 중 고마운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잔등에 업혀 한국행 길에 올랐습니다.
저는 진혁이의 짧은 인생이 마치 내 아들과 꼭 같았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4개 국경을 넘는 매 순간순간 진혁이의 건강은 안 좋아 보였습니다. 어린 7살 소년의 체격이었지만 임신 막달이 된 아기엄마의 배처럼 배가 아주 딴딴하게 부어있었습니다.
도중에 그 아이는 토하기도 했고 식은땀을 흘리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자리에 앓아눕기도 했지만 밝은 웃음으로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노래도 불렀고 한국에 가서 뭐 하겠느냐는 한 기자의 물음에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오이와 고기를 실컷 먹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 아이 대답은 너무도 소박했습니다. 오이와 고기를 마음껏 먹고 싶다는 그 어린 꼬마의 소박한 소원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북한 당국은 과연 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제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습니다.
갈 곳 없던 진혁이는 시장에서 사람들이 먹다 남긴 국수 국물을 마시기도 했고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으며 살았습니다. 더 가슴 아픈 것은 그 아이 머리에 아주 큰 상처가 있었는데 그 상처는 어른들이 고기를 먹다가 남긴 것을 먹었다고 때려 맞은 상처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일 힘든 것은 남의 집 담벼락에 기대어 잘 때 제일 추운 것이 힘들었다고 어린 마음에도 말합니다. 추우면 어떻게 했냐는 기자의 물음에 진혁이는 그저 울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나간 제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올랐습니다.
남편이 없는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아이들과 함께 달빛 한 점 없는 캄캄한 야밤에 중국과 베트남 국경을 넘을 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던 높은 산속 숲길과 벼랑길을 손으로 톱으며 넘던 일 말입니다. 베트남에서 캄보디아 국경으로 가던 중 갯벌에 빠져 점점 깊이 빠져 들어가는 큰 딸을 구하던 일과 악어들이 우글거린다는 이름 모를 강을 한 사람이 겨우 앉을 수 있는 좁고 긴 쪽배를 타고 건널 때의 일, 그리고 여러 개의 국경을 넘으며 힘든 고비를 겪을 때의 일.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저는 대한민국으로 가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는 한 줄기의 희망만 생각했습니다.
우리 탈북자들은 누구나 이런 위험한 길을 걸어 왔습니다. 저는 텔레비전 속 탈북자들이 한 발, 한 발 전진해 우리 대한민국으로 찾아오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조카한테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금방 국경을 찾아온 엄마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하면서 혜산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할 수 없을 정도의 특별 검열로 인해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백성들이 강추위에 얼어 죽고, 먹을 게 없어 굶어 죽어도 아무런 대책은 세우지 않고 수많은 돈을 들어가며 핵실험을 하고 있으면서도 쓸모없는 사람들을 동원시켜 무고한 주민들을 억압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 탈북자들에게도 정든 고향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과 부모 형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속 어린 진혁이처럼 배고픔과 굶주림 그리고 억압이 없는 자유민주주의 품으로 행복한 새 삶을 찾아 정든 고향과 사랑하는 부모 형제, 가족을 뒤에 두고 목숨을 걸고 사선을 넘어 이곳 대한민국으로 오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백성들의 안위에는 관심 없이 오직 체제 유지에만 돈을 쓰고 있는 북한 체제가 남북한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번이나 강제 북송됐고, 세 번이나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너야 했던 저와 같은 탈북자들의 위험한 로정이 없어질 그날도 멀지 않았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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