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수다를 떨고 있는데 손전화기에서 '문자, 문자'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는 '또 광고 문자겠지' 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손전화기는 제가 별로 관심을 주지 않는다고 삐쳤는지 계속 '문자, 문자' 하고 옹알거렸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는 손전화기에 온 문자메시지를 확인했습니다. 반가운 메시지였습니다. 실업급여가 통장에 입금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사회적 기업을 목표로 만들어졌던 탈북자단체인 '새문화복지연합회'에서 조직국장으로 일하다 단체가 문을 닫게 돼 지난해 12월에 일을 그만뒀습니다. 실직자가 된 저는 노동부에 실업급여를 신청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저는 실업급여가 입금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본 뒤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습니다. 이곳 대한민국은 회사를 다니다가 잠깐 쉬어도 정부에서 돈을 준다고 말입니다. 모두들 의아한 눈으로 어떻게 된 사연인가 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혼자서 특별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친구들에게 실업급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줬습니다.
실업급여라는 것은 회사를 그만두고 재취업 준비를 하는 동안 생계를 지원해 주는 재취업활동 지원금입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은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 실직 전 18개월 중 6개월 이상을 근무하다가 회사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그만두었을 경우에 주어집니다. 실직자가 거주지 관할구역의 고용센터를 방문해 구직 등록과 수급자격 인정을 신청하면, 실직자의 생계 안정을 위해 지급하는 구직 급여와 구직 급여를 받은 실직자가 신속하게 새로운 직장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취직 촉진 수당이 나옵니다.
구직급여는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뒀거나, 본인의 개별적인 사유로 해고된 경우에는 지급되지 않고, 수급액은 이직 전 평균 임금의 50%이며, 최저 임금의 70%입니다.
다시 말해서 해고, 권고사직, 계약 만료, 정년 등 실직 상태는 해당이 되지만 전직이나 자영업을 위해 스스로 직장을 그만둔 경우나 본인의 잘못으로 해고된 경우에는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실업급여 일수는 실직 당시 연령과 고용보험 가입 기간에 따라 90일 또는 240일까지 지급합니다.
실업급여를 받는 절차는 고용노동부에 가서 실업급여 신청을 하고, 수급자 설명회 참석과 구직표 및 수급자격 신청서를 작성한 후 상담을 받으면 됩니다. 수급 자격 인정이 되면 지정된 시간에 재취업 활동과 결과를 가지고 다시 방문하여 실업급여를 받으면 됩니다. 재취업 활동이라는 것은 일자리를 알아보는 구직활동과 노동부에서 인정받은 직업훈련, 또는 담당 고용지원서비스에 참여하여 재취업 활동계획서에 따라 자영업 활동을 준비하는 활동 등을 말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중에 저는 고용보험이라는 것은 왜 들어야 하며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듣게 됐습니다. 고용보험이라는 것은 실업 예방과 고용 촉진, 근로자의 직업능력 개발과 향상, 그리고 실직근로자의 생활 안정 및 재취업을 지원하는 사회보장 제도를 말합니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공동 부담하는 기금인 고용보험이 있기 때문에 실직을 당한 근로자들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의 노동규범에 대해 조금 알게 된 제가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은 부러워하며 정말 좋은 세상에 온 것 같다며 한마디씩 했습니다.
고향이 함북도 청진인 영희는 청진 제철소에 다녔는데 고난의 행군시기 직장에 일감이 부족한 탓에 해고됐다고 합니다.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20년 이상을 그 직장에서 근무하다가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해고당하는 바람에 실업자가 됐지만, 간부들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응당한 것처럼 자신을 해고 처리했다고 했습니다. 영희는 하루하루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가 너무 힘들었던 그때 일을 기억하기조차 싫다고 했습니다.
함북도 무산이 고향인 숙자 씨의 남편은 나이 30에 제대한 뒤 무산광산에 배치받아 깊은 굴에 들어가 철강을 캐는 일을 몇 십 년 동안 하다가 병을 얻어 더는 갱에 들어갈 수 없게 되자, 건설 직장으로 옮기게 됐지만,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그 후과로 인해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군에서 제대하고 평양시 수산물 종합상점에 배치돼 근무하다 세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지만, 저는 당시 응당한 조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우리 탈북자들이 처음에 와서 4대 보험에 드는 것을 부담으로 생각했지만, 절대로 부담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하며 4대 보험에 들면 앞으로 좋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상세하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지난 날 북한에서는 한 달에 세 번 지각하면 하루 쌀표 눈깔이 잘리고, 하루 무단결근하면 배급과 월급을 받지 못한다는 것 밖에 모르고 살아온 우리들이 출산을 전후해서 타는 산전 후 휴가급여와 육아를 위해 휴직 신청을 할 때 받는 육아휴직급여, 또 실직을 당했을 때 받는 실업급여 등 너무도 많은 혜택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좋은 나라에 와서 사는 것이 정말 꿈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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