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저는 또 하나의 가슴 아픈 소식을 들었습니다. 중국 공안이 탈북자로 위장해 31명의 탈북자들을 함정으로 몰아 체포했다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정말 그랬을까, 잘 믿기지 않지만 이해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강제 소환되면 얼마나 엄중한 처벌을 받는지에 대해서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바로 중국공안이기 때문입니다. 31명의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면 공개 처형은 물론이고 그들의 가족들 역시 정치범 수용소로 가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다시 한 번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습니다.
북한으로 북송시킬 바에는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하는 가족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그 가족들이 이런 호소를 했을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 역시 두 차례에 걸쳐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었던 사람으로서 너무도 그들의 심정은 물론 정신적 고통도 잘 압니다. 하나밖에 없는 제 남동생 역시 중국에서 이곳 남한 사람을 만나 도움을 받았다는 죄 아닌 죄로 수성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 간지 10여년이 지났건만 아직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 여부조차 북한에 있는 가족들은 물론 저 역시 모르고 있습니다.
그들이 만약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면 본인은 공개 총살되고 가족들은 영원히 나올 수 없는 정치범 관리소로 끌려 갈 것입니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지도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건만 예나 지금이나 북한주민들의 생활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아침을 먹으면 점심은 생각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저녁끼니에 대한 걱정을 해야 되고 하루 살면 다음날 살아갈 걱정과 근심 때문에 마음 편히 살수 없는 내 고향의 부모 형제들, 겉으로 보기에는 좋은 고층 건물에 살더라도 아궁이 땔감이 없어 차디찬 냉방에서 55년 만에 찾아온 한파의 강추위를 견뎌야 하고, 수돗물조차 나오지 않아 새벽에 일어나 언 손을 호호 불며 남의 집 문을 두드려야 하는 내 고향의 주민들.
한창 학교에 갈 나이 어린 철부지 어린이들이건만 책가방 대신 나무지게와 바퀴가 고장이 나 잘 굴러가지 않는 수레를 끌고 산에 가서 해온 나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겨우내 한 번 세수도 할까 말까 한 얼룩덜룩한 얼굴로 살이 보이는 해진 옷을 입고서 기차역에 세워져 있는 기차 방통과 철길을 쓸어 모은 석탄과 시멘트를 팔아 배고픔을 달래고 있습니다.
잘 먹지 못해 병이 나도 돈이 없어 병원 문 앞에도 가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북한의 어린이들과 나이 많은 노인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엄마, 아빠란 말도 해보지 못하고 영양실조에 걸려 많은 아기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기 한 몸을 희생시켜 두만강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인신매매를 통해 중국으로 팔려가야 하는 북한의 여성들, 연애도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사랑이라는 게 뭔지도 모른 채 말도 통하지 않는 중국 땅에서 소리 없이 시들어가는 탈북여성들.
이들은 사랑의 감정으로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행복은 상상도 할 수 없고 남편이나 시집 식구들로부터 말을 안 들으면 공안에 신고한다는 협박과 위협을 항상 받으면서 공안에 잡혀간다는 공포감만 날이 갈수록 더해갑니다. 또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밖에서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숨소리를 죽여야 하고 밭에 나가 일을 하다가도 차 소리가 들려도 허허 벌판에서 숨을 곳을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어 숨어야만 합니다.
중국에서의 우리 탈북자들은 이런 생활 속에서 받는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거의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한 달 동안 죽도록 열심히 일을 하고 월급을 받지 못해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이 없습니다. 정말 처음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북할 당시에는 그나마도 중국에 가서 열심히 일을 해 돈을 벌어 가족을 찾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갔지만 그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중국에서의 타향살이는 그야말로 지옥입니다. 지난날 김정일은 중국에서 떠도는 탈북자들을 강제 송환하는 대신 중국 공안에 1인당 러시아에서 벌목한 나무 2립방 씩 줬고 중국 측이 목재를 거절하자 1인당 100달러씩 주며 강제로 송환했습니다.
강제 송환해서도 고향이나 가족들의 품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기독교 교육을 받았다거나 교회의 도움을 받았다거나 아니면 남한으로 가려고 시도를 했다거나 남한 사람을 만났다는 이유와 구실을 만들어 죄를 씌워 공개 총살을 하고 정치범 수용소나 관리소 감옥으로 보냈습니다.
임신한 여성은 중국인 아이를 가졌다고 강제 낙태를 시키고, 나라를 배반하고 도강했다는 죄로 감옥에서 굶어 죽고, 맞아 죽고, 추위에 얼어 죽으며 정말 짐승보다도 못한 취급을 당해야 하는 것이 우리 탈북자들이었습니다. 저도 단련대나 집결소 생활에 너무도 배고픔을 참지 못해 여물지 않은 날 강냉이를 몰래 뜯어 먹었고 날 호박을 뜯어 먹었습니다.
밭에 있는 풀을 다 뜯어 먹기도 했습니다. 김정일이 죽으면 조금 나아질까 했건만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했건만 이제 겨우 30살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고 자란 김정은은 인민들의 추위와 굶주림은 헤아리지도 않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두만강을 넘는 탈북자들을 색출하는데 힘을 쏟고 있는 지금, 30명의 탈북자가 강제 북송된다면 이들은 무조건 공개 총살될 것입니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지난 16일, 강제 송환될 위기에 처한 탈북자 문제와 관련하여 '이들 탈북주민들은 중국도 가입돼 있는 국제 연합 난민협약에 따라 처리돼야 하며 중국정부가 대다수 세계시민이 원하는 인도적 요구에 응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인도적 처리를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에게 발송했다고 합니다.
이 서한은 죽음의 생사에 빠져 있는 우리 탈북자들에게 생명의 빛이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중국당국은 우리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할 뿐만 아니라 탈북자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합니다. 또 중국공안은 탈북자들의 강제 소환을 당장 중지해야 합니다. 탈북자들을 대한민국으로 보내야 합니다.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고 당당히 살 권리가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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