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고난의 행군은 안 된다

북한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앞두고 최근 발표한 공동구호 관철을 촉구하는 평양시 군중대회가 2월 25일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앞두고 최근 발표한 공동구호 관철을 촉구하는 평양시 군중대회가 2월 25일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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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과 언론을 통해 평양시민들이 제2고난의 행군 결의모임을 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비록 제2고난의 행군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결의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당에 대한 충성심을 평가하는 중요한 모임이었지만 참가한 평양시민들의 얼굴에는 그야말로 알 수 없는 수심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미 90년 초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을 때 너무도 많은 주민들이 말없이 죄 없이 굶어 죽거나 형언하기 어려운 고난을 겪었거든요.

안타깝게도 북한 주민들의 고난의 행군은 지나간 어제 일이 아니라 지금도 현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 아닙니까? 그런데 또 무슨 당치 않은 제2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다고, 그것을 이겨내자고 시민들이 결의 모임까지 있으니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이제 또 얼마나 굶주리고 쓰러져야 고난의 행군이 끝날 것인지 도대체 이 고난의 행군의 끝은 언제 일지가 궁금합니다.

지난 음력설 한참 꿈나라에 가있는 새벽 1시 북한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저 도와 달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왔습니다. 왜냐고 물어보니 설 명절 아침 당장 끼니꺼리가 없다고 합니다. 잠이 채 가셔지기 전에 뜻하지 않은 목소리에 저는 신경성 위경련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만 이렇게 주민들은 90년 초부터 이어 오는 고난의 행군은 끝나지 않고 어제 오늘 계속 끊임없는 고난의 행군으로 인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2차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자는 충성의 결의 모임을 당적으로 온 사회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북한 주민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 리 만무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북한정권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지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어 우리 부모, 형제, 자녀들과 남편, 아내들이 수없이 희생되었습니다.

특히 힘없는 나이 많은 노인들과 어린이들이 많이 굶어 죽었습니다. 제가 탈북한 뒤 평양시 광복 거리에 있는 김일성 종합대학 아파트에서 살고 있던 시어머님이 굶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만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옆집 할머니, 또 하룻밤 자고 나면 옆집 아이, 내 자식, 내 부모가, 내 남편이 또 내 아내가 배고픔에 시달리다가 눈도 채 감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도 어디 가서 하소연 한 마디 할 수 없는 것이 북한 주민들입니다.

출산한 산모가 먹지 못해 태어난 아기에게 젖 한 모금 물려보지 못하고 배고픔으로 울다 지쳐 숨진 아기를 땅에도 묻지 못하고 흐르는 작은 냇가에 버려둔 채 울다 지쳐 쓰러진 모습. 배고픔을 참다못해 풀을 뜯어 먹다가 풀독으로 인해 숨진 시어머니의 시체를 안고 그만 정신병에 걸려버린 며느리. 어린 아들과 생계를 이어 가기 위해 당원이 장마당 주변에 서서 장사를 했다는 이유로 감옥으로 끌려갔고 종당에는 강한 로동과 굶주림에 시달리다 숨졌어도 가족에게는 생사조차 알려주지 않는 것이 북한의 현실입니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어 평양시 시민들에게도 식량 공급이 완전 끊겼던 96년 우리 아이들의 허기를 조금이나마 달래보려고 능쟁이라는 풀을 뜯어 풀죽을 쑤어 식탁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로 인해 하마터면 아들의 목숨을 잃을 뻔했거든요. 고난의 행군으로 인해 우리 가정만이 아니라 우리 탈북자들, 아니 북한 2,000만 주민들에게 지난날 너무도 많은 아픔과 시련 고통을 주었습니다.

주민들의 심장 속 깊이 박혀 있는 못보다 더 강한 상처가 채 가셔지기도 전에 또 2차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마치 우리 남한과 미국이 지금이라도 북한을 공격할 것처럼 북한 주민들에게 강한 계급의식을 심어 주기 위한 선동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백성들은 굶어 죽든 말든 전쟁 준비에만 광분하는 북한 당국은 핵실험과 로켓발사로 인해 국제적인 압박을 받게 되자 인민들을 상대로 또 다시 거짓쇼를 하고 있는 것이죠.

지금 북한이 자주 발사하고 있는 로켓 한 발에 드는 비용은 1조원이라고 합니다. 그 돈으로 식량을 구입해도 북한 주민들이 1년은 먹을 수 있는 식량을 구입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는 후방 사업이 곧 정치 사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인권이란 뭡니까. 그저 굶주림에서 해방되고 하루 밥 세끼 굶지 않고 챙겨 먹는 것이거든요.

전쟁을 바라고 또 전쟁을 하고자 하는 나라는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쯤은 이제는 웬만한 북한 주민들은 다 알고 있기에 아무리 쇼를 해도 이런 낡은 방식이 이제는 인민들에게 통하지 않을 겁니다. 김정은은 이번 신년사에서도 경제 강국이라는 말과 인민을 위한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말을 113번이나 언급했다고 합니다.

경제가 발전되고 활성화 하려면 핵실험과 로켓발사를 중단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북한 당국도 모르는바 아니거든요. 지난날 부족한 것은 만들어 내고 없는 것은 찾아내는 것이 고난의 행군이고 가죽혁대를 끓여 먹는 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것이 고난의 행군이었습니다.

당장 가마에 넣을 곡식 한 알 없는 상태에서 제2고난의 행군이 시작된다고 선포한다는 것은 인민들을 또다시 지옥으로 밀어 넣겠다는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는 북한 주민들도 인권과 권리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왔습니다. 과연 북한의 주민들에게 이어지는 고난의 행군의 끝은 어디일지, 참담한 심정입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