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군부대 안보 강연

JSA 경비대원이 판문점 정전위원회 사무실에서 경비업무를 하고 있다.
JSA 경비대원이 판문점 정전위원회 사무실에서 경비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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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저는 안보강연을 하러 강원도 양구를 다녀왔습니다. 동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40분이면 강원도 양구까지 쉽게 갈 수 있는 거리를 저는 조금 힘들게 다녀왔습니다. 미리 컴퓨터를 이용해 검색을 해보았지만, 선택을 잘하지 못한 탓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생은 금과도 바꿀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저는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동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면 강원도 양구까지 얼마든지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것을 조금 더 편안하게 다녀올 생각에 저는 아침 일찍 전철을 타고 상봉역에서 춘천까지 가는 전철을 바꾸어 탔습니다. 8시쯤 춘천역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기사님이 가르쳐주는 대로 버스 정류소에서 양구로 가는 버스를 20분 남짓이 기다렸지만, 버스는 오지 않았습니다.

강연시간에 늦을까 봐 초조한데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습니다. 급한 마음에 지나가는 택시 뒤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로 콜택시를 불렀습니다. 5분이 지나서 금방 택시가 왔습니다. 택시 운전기사의 말에 의하면 춘천에서 양구까지는 아무리 빨리 달려야 40분이 걸린다고 합니다. 금액은 5만 원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서울에서도 저는 돈을 아끼느라 웬만하면 택시를 타지 않았는데 5만 원이라는 말에 그만 깜짝 놀란 제 마음을 헤아린 듯 택시 기사님은 5만 원이 더 나오는데 조금 싸게 받겠다고 했습니다. 택시비가 너무 아까웠지만,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타야 했습니다. 택시는 얼마쯤 가다 시내를 벗어나 산봉우리를 돌고 돌아 어느덧 높은 산 중턱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강원도 산들은 생각 보다 높았습니다. 북한 강원도의 철령고개를 넘어가는 듯했습니다.

도착해 보니 강원도 양구는 높은 산들이 빙 둘러 있는 곳이었습니다. 양구는 남쪽으로는 춘천시, 서쪽은 화천군 철원군에 인접해 있고, 강원도 중부에 위치하고 있는 군으로, 앞에도 산, 뒤에도 산, 옆에도 산, 높은 봉우리들이 마치 울타리를 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직까지도 산봉우리마다 흰 눈이 남아 있었고, 길거리에도 눈이 있었습니다. 흰 눈과 함께 맑은 아침 공기를 마시니 마음이 상쾌했습니다.

봄의 길목에서 겨울을 느끼는 사이 어느덧 택시는 양구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마중 나온 군인들의 안내를 받아 군부대로 들어갔습니다. 한 강의를 마친 뒤 군인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데 한 장교님이 뒷산을 가리켰습니다. 뒤를 돌아 창문으로 바라다 보이는 맞은편 산봉우리는 그야말로 큰 백호가 한 마리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했습니다.

오후 강연은 사단 간부님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강연에 들어가기 전에 사단장님과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사단장님은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궁금했던 북한 실상 등에 대해서 또는 탈북자들의 생활에 대해서 묻고, 또 제 가족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한 귀중한 선물까지 주셨습니다. 한국에 와서 많은 선물을 받았지만, 장병들에게서 받은 선물은 처음이었습니다.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며 저는 몇 번이고 인사를 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저는 다시 장병의 안내를 받아 양구 버스터미널로 왔습니다. 터미널로 오면서 장교님은 저에게 양구군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아담하게 꾸려진 외국어고등학교를 가리키며 강원도 교육청이 수도권 유출 방지와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특수 목적으로 2006년 11월, 도에 첫 외국어고등학교인 강원도 외국어고등학교를 설립하기로 했는데 바로 양구가 주변의 춘천을 비롯한 주변 시, 군의 경쟁을 물리치고, 학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기다리던 서울 가는 버스가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산이 높은 산골이라 어느덧 해는 기울어가고 있었습니다. 버스 창가에서 내려다보이는 아슬아슬한 계곡과 그 밑에서 출렁이는 호수의 검푸른 물을 바라보니 좀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큰 버스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타고 있어 이내 안심이 되고, 늦을까봐 발을 동동 굴렸던 아침에 갈 때와 달리 마음이 여유로웠습니다.

서울에 도착한 저는 동서울터미널까지 마중 나온 아들에게 사단장님께서 주신 귀중한 선물을 보이면서 자랑을 했습니다. 아들은 선물을 뜯어보았습니다. 정말 멋있는 장식용 시계였습니다. 황금색의 원형시계가 맑은 유리알 속에 박혀 있었는데 밑에는 군부대 명칭과 함께 사단장님의 이름이 또박또박 새겨져 있었습니다.

기뻐하는 제 얼굴과 시계를 번갈아 보던 아들은 엄마가 어딘가 모르게 부럽다고 했습니다. 저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아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면서 사단장님과 함께 군부대 군인 장병들에게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