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자와 함께한 봄나들이

경기도 안성 팜랜드를 방문한 어린이가 가족과 함께 목초지에 심어놓은 냉이를 캐면서 활짝 웃고 있다
경기도 안성 팜랜드를 방문한 어린이가 가족과 함께 목초지에 심어놓은 냉이를 캐면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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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소생하는 따스한 봄날, 집안에 가만 앉아 있기가 정말 아쉬운 날씨입니다. 그래서 지난 주말 저는 두 손자와 함께 들판에 냉이를 캐러 갔습니다. 벌판에는 그야말로 아지랑이가 아물거렸습니다. 이제 겨우 5살 된 손자 녀석은 넓은 들판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빨간 흙 위에 뒹굴기도 하면서 좋아라 어쩔 줄을 모르는 그야 말로 개구쟁이였습니다.

마치 함박눈 내리는 날 집 강아지가 뛰어 노는 듯 한 모습을 연상케도 했고 저 역시 그 어린것들의 동심 속에 빠져 들어 함께 벌판이 떠들썩하게 웃기도 했습니다. 7살짜리 손녀딸은 제법 이 할미를 따라 고사리 같은 손에 호미를 들고 냉이를 골라 캐어 바구니에 담기도 했습니다.

마른 풀 속에 아직 감춰져 있는 항생작용을 한다는 민들레도 캤고, 미나리면 미나리, 냉이면 냉이 보이는 대로 모두 캤습니다. 눈에 들어가도 아프지 않을 두 손자들과 함께 봄나물을 캐는 제 모습은 그 어디에도 비길 수 없을 정도로 너무도 행복하고 뿌듯했습니다.

따스한 봄 날씨에 아이들과 함께 작은 마당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잔디밭 위에 파란 냉이를 보고 손녀딸이 냉이라고 하면서 꼬챙이를 들고 캐는 모습을 보니 대견한 마음에 집근처 가까운 벌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한창 냉이도 캐고 미나리를 캐고 있는데 딸들이 야단을 쳤습니다.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어떡하냐고. 하지만 저는 아이들 생각만 하고 이 어미 생각은 하지 않는 딸들이 조금 얄밉다고 말해 또 한 번 크게 웃었습니다. 그러는 잠깐 사이에 손자 녀석들과 함께 많은 냉이와 미나리를 캤습니다.

아들며느리는 피자에 닭튀김을 시켰고, 큰 사위는 농어회를 떠왔고, 작은 딸은 돼지고기를 양념에 재워 만든 돈가스를 만들었고, 저는 손자 녀석들과 함께 캐온 미나리를 뿌리째로 새콤달콤하게 무친 냉채와 파란 냉이국을 만들어 상에 올려놓았더니 보는 식구들마다 군침을 꿀꺽 넘기기도 했습니다.

방안은 냉이 향과 미나리 향으로 가득 했습니다. 상다리 부러질 정도로 푸짐하게 차린 저녁, 둥근 밥상에 빙 둘러 앉아 웃으며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랑하는 내 가족을 보는 순간 저는 행복으로 마음이 짠했습니다. 사실 한 달에 한 번씩은 마주 앉게 되는 내 가족이지만 이번 자리는 조금 특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져보았습니다.

너무도 어린 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은 딸들과 아들, 그리고 너무도 일찍 어린나이에 받은 상처뿐인 내 자식들을 귀중히 여겨 주고 아낌없이 사랑해 주는 든든한 두 사위, 때로는 남편이 없는 저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기도 한답니다.

보면 볼수록 생각지 않게 예쁘고 눈치 빠르고 재치 있는 며느리와 눈에 들어가도 아프지 않고 보기만 해도 뿌듯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 강아지들, 둥글고 긴 밥상에 마주 앉아 행복한 웃음 가득 즐겁게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내 가족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내내 저는 지난 북한에서의 생활이 새삼 한 폭의 그림처럼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아침 먹고 나면 점심은 고사하고 저녁 감으로 먹을거리가 없어 마음고생을 하던 그 시절, 돌을 먹어도 소화 시킬 나이건만 또 먹으면 먹는 만큼 키가 자라야 할 우리 아이들이였건만 강냉이 죽도 모자라 아이들의 작은 배도 채워 줄 수가 없었던 그

시절은 정말 제 인생에서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니 눈에 흙이 들어가도 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저녁밥 시간에 남은 강냉이 국수 한 사리를 두고 아이들은 아빠에게, 남편은 아내인 저에게 서로 양보를 하던 생각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이런 주책없는 모습을 보던 맏딸이 저와 제부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 이곳 한국에 올 때에는 식구 4명이 왔었는데 벌써 이렇게 대가족이 되었다며 웃었습니다.

큰사위는 너무도 고생을 많이 한 우리 장모님에게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을 이었습니다. 자식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이런 천국 같은 세상에 와서 지난날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새 삶과 행복을 가질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습니다. 아마 이런 행복은 누구에게나 모두 차례 질수 없는 소중하고 귀한 복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큰 사위에게 가족 노래방에 가자고 권했습니다. 하여 우리 가족은 노래방으로 갔습니다. 노래방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돼 있어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는 참 좋은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큰 사위, 작은 사위 모두 가수 못지않게 노래를 곧잘 불렀습니다. 딸들과 며느리 역시 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손자들의 손목을 잡고 빙글 빙글 방이 좁다 하게 돌아가며 춤을 추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한창 세계를 휩쓸고 있는 유행가인 '강남스타일'을 눌렀습니다. 손자 녀석들은 강남 스타일 노래가 나오자 음악과 가사에 맞춰 폴짝 폴짝 뛰고 또 뛰었습니다. 제법 모양새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내 가족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새삼 알게 됐습니다.

또 이런 위대한 내 가족이 있기에 나의 행복이 있을 수 있고 내 가족의 행복한 모습에서 제 마음 든든하고 두려운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됐습니다. 오늘도 저는 가족과 함께 봄 향 축제로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