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저는 가족들과 경기도 과천시 막계동에 있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다녀왔습니다. 며칠 전부터 조카와 작은 딸이 일요일에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기 위해 집에 와 있었습니다. 토요일 저녁에는 회사 일을 마친 작은 사위와 조카사위도 왔습니다. 혼자 큰 집을 지키던 때와는 달리 토요일 저녁부터 우리 집은 그야말로 명절 분위기였습니다.
가족들과 저는 아침 10시쯤에 승용차를 타고 집을 출발했습니다. 사촌 동서끼리 먼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달렸습니다. 비록 큰 딸은 광주에 있는 시댁 제사가 있어 오지 못해 조금은 서운했으나 이제 겨우 15개월이 된 손자가 서운한 마음을 달래 주듯 제 무릎 위에서 재롱을 부려 저는 배를 펼 수 없을 정도로 웃었습니다.
집에서 출발해 한 시간이면 도착하게 될 서울대공원 동물원까지 가는 순간에도 저는 손자의 재롱을 보면서 우리 가족이 이만큼 행복한 가정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높은 청계산이 사방 울타리로 되어 있는 서울대공원 주변에는 서울 랜드와 서울 경마장, 서울 랜드 눈썰매장 등이 있었고 청계산은 눈이 오는 겨울에도 등산객들의 왕래가 많은 곳입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차를 주차할 공간이 부족해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얼마나 사람들이 많은지 주차장에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4월 초라 봄바람이 조금 불었으나 그야말로 따스한 봄날이었습니다. 하늘 위로 북한에서 삭도라 불리는 리프트를 탄 사람들을 올려다보니 그야말로 하늘로 날아가는 듯 한 기분이 들었고, 우리처럼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아기 유모차를 밀고 가는 사람들, 사랑하는 연인과 친구들과 손목을 잡고 떠들썩하게 걷는 사람들, 또는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 이렇게 산책하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그 행복한 대한민국 국민들 속에 우리 가족과 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니 괜히 마음이 설레기도 했습니다. 저는 손자를 태운 유모차를 힘차게 밀기도 했고 또는 공원 안에 있는 작은 호수를 바라보며 지난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도로 한쪽에는 관광객들을 태운 코끼리 열차가 쉴 새 없이 달렸고, 오른쪽 길옆에는 개나리꽃이 활짝 피어 있어 더없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숲속 사이로 듬성듬성 보이는 연분홍빛 진달래꽃은 지난 추억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북한에서 군 복무기간 남들보다 입당을 먼저 하겠다는 생각으로 추운 1월, 높은 벼랑 짬에 있는 진달래 꽃가지를 꺾기 위해 한발 한 발 올랐다가 내려올 때에는 내려다보기에도 매우 무서운 아슬아슬한 벼랑꼭대기에서 차마 내려오지 못해 몇 시간을 헤맸던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던 시절, 아이들의 충성도를 높여주기 위해 버스를 타고 평양시 주변인 룡성구역에 있는 산들을 헤매며 진달래 한 가지 한 가지 꺾어다가 아랫목에 두고 이불을 씌어 피워 학교로 보낸 얘기를 가족에게 했습니다.
무슨 얘기인지 이해를 못 해 하는 사위들에게 작은딸이 다시 하나하나 이해하게끔 다시 들려주었습니다. 세상에 그런 일도 있느냐는 사위들의 반문에 저는 북한에서 살려면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고 덧붙이면서 저는 이런 이야기 때문에 즐거운 감정을 깬다고 더 생각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저는 내 고향 평양에도 동물원이 있는데... 지금 그곳에도 아름답고 예쁜 꽃들이 피워있겠지... 하는 그리움과 더불어 평양동물원에 우리 아이들과 간단한 도시락을 보자기에 싸가지고 해마다 단풍이 드는 10월이면 지하전철을 타고 가곤 했던 시절을 생각했습니다.
동물원 정문 앞에 크게 세워져 있는 큰 호랑이 앞에서 사진도 찍고 갖가지 꽃구경을 하는 동안 저는 매표소로 달려가 입장권을 샀습니다. 동물원 안에 들어가니 가수들이 나와 노래 할 수 있도록 무대도 만들어져 있었고, 벌써 좌석을 차지하고 앉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기념품과 아이들의 장난감을 파는 가게들도 많았습니다.
저는 손자에게 굴러가는 흰 멍멍이를 사주었고 조카사위는 날개가 움직이는 헬리콥터를 사주었습니다. 그야말로 유모차에서 내린 손자는 신이 났습니다. 아장 아장 걷는 손자를 보고 많은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웃어 주기도 하고 귀엽다고 만져 주기도 했고 같은 또래 아기 엄마들은 자기 아기와 동갑이라고 손을 잡게도 했습니다.
표범도 보았고 늑대도 보았고 원숭이들과 고릴라도 보았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때마침 사자먹이를 주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관리사들이 던져주는 주먹만 한 고깃덩어리를 받아먹는 사자들을 보는 손자는 '어푸어푸' 하며 제법 손가락질까지 하면서 좋아했습니다.
다음으로 뱀 관에 들어갔습니다. 손자는 아장아장 걸음으로 많은 사람들 속을 헤집고 들어갔고, 저도 유리알 속에 있는 작은 두꺼비를 보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 재롱을 보면서 우리가족은 또 한 번 크게 행복하게 웃었습니다. 코끼리와 얼룩무늬를 가진 말과 산양, 빨간 색 홍학, 엉덩이가 빨간 원숭이들, 그리고 빼놓으면 안 될 식물원도 관람했습니다.
고사리 같은 작은 손자의 손으로 작은 화분에 꽃을 심는 체험도 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 돌고래 공연은 기다릴 수가 없어 다음에 기회에 다시 오기로 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저는 분주하게 저녁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온 가족이 큰 밥상에 빙 둘러 앉아 제가 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은 마냥 흐뭇하기만 했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도 즐겁고 행복한 일요일이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