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꽃은 언제 봐도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향긋한 꽃들이 피어나는 4월의 봄꽃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개나리꽃과 벚꽃입니다. 창문을 열면 아름답게 활짝 핀 봄꽃의 향기가 코를 찌를 듯합니다. 주말이면 사랑하는 가족들끼리 승용차나 기차, 전철을 타고 벚꽃 축제장으로 봄나들이를 떠납니다.
저도 지난 주말에 친구들과 함께 여의도 벚꽃 축제장을 다녀왔습니다.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여의도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여의도 공원으로 들어갔습니다. 많은 젊은 청춘남녀들이 '로라 스케이트'와 자전거를 타고 있었습니다. 벚꽃나무 그늘진 공원 의자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며 한참을 수다 떨던 우리는 다시 KBS방송국을 지나 국회의사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는 '국민 여러분의 국회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해마다 느끼지만 국회 의사당 안에 일반 국민인 제가 자유롭게 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습니다. 벚꽃 잎은 마치 우리들을 알아보듯 반갑다며 꽃비를 내려 주는데 그야말로 4월에 내리는 눈송이와도 같았습니다.
의사당 금잔디 밭에서는 이제 걸음마를 겨우 뗀 아기들이 아장아장 걷다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 웃는 사람들과 사진사 마냥 정신없이 사진기 셔터를 찰칵찰칵 누르느라 정신이 없는 사람들, 또 손전화기를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과 잔디밭에 앉아 사람구경, 꽃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는 나이 지긋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의사당 뒷길로 갔습니다. 그곳 역시 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이었습니다. 정말 그야말로 연분홍빛 벚꽃은 절정에 이르러 생각보다 아름다웠습니다. 한강 주변 잔디밭에는 깔개를 펴고 빙 둘러앉아 깡통 맥주 나발을 부는 사람들도 있었고 일 년 중 이맘때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직접 보고 느끼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설렘과 환희가 가득한 윤중로는 만발한 벚꽃이 절정의 미를 서로 뽐내고 있는 듯도 했습니다.
손전화기를 들고 우리도 부지런히 손을 놀리기 시작했습니다. 영숙이는 제일 활짝 피고 아름다운 벚꽃을 사진으로 찍어 일하고 있는 남편에게 전송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숙경이는 정신없이 벚꽃 구경에 취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손전화기로 찍어 놓고는 마치 어린 소녀처럼 좋아라 죽겠다고 웃어 댔습니다.
그런 것도 모르는 저는 지난 추억에 빠져 있었습니다. 북한에도 이곳 한국처럼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 아름다운 빨간 장미꽃도 핍니다. 특히 봄이면 평양의 거리에 항상 꽃나무를 심습니다. 여기 한국처럼 사계절이 있고 사계절 피는 꽃도 똑같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저는 그 꽃의 아름다움을 왜 모르고 살았을까요?
저는 우리 여성들이 살기 좋은 곳은 바로 대한민국인 것 같습니다. 생활은 나날이 가면 갈수록 행복하고 편안해지니 마음의 여유가 있어 자연의 아름다움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반면에 북한에서는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에 신경을 쓰다 보니 그런 한가로운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었습니다.
영숙이는 자기 고향은 1년 열두 달 꽃을 보기 드문 곳이라고 했습니다. 워낙 함북도는 추운 곳이고 높은 산으로 막힌 곳이어서인지 그토록 흔한 진달래꽃도 드뭅니다. 꽃을 보려면 김일성 동상 주변에 가야 볼 수 있었다는 영숙이의 말에 우리는 웃었습니다.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숙경이는 한국에 온지 5년이 지났지만 이곳 국회의사당 안에 처음 들어왔고 또 여의도 벚꽃 축제장도 처음 와 본다고 했습니다.
또한 숙경이는 북한 같으면 우리가 언제 이렇게 한가하게 꽃구경을 하러 다닐 수 있겠냐고 하면서 이제 남은 인생을 비록 늦은 감은 있으나 여성으로서의 행복과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해마다 봄꽃 축제로 시작해서 여름에는 빨간 장미꽃 축제, 가을에는 사과 축제 등 농산물 축제장도 잊지 않고 찾아 가겠다고 했습니다.
2시간 남짓 벚꽃 구경을 하고는 축제장을 나왔습니다. 축제장 입구에는 벚꽃 대신 갖가지 색깔의 아름다운 꽃들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따스한 햇살과 기분 좋은 바람, 봄꽃 냄새가 묻어나는 4월, 여의도 벚꽃 축제장에 대한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