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가정의 달과 어울려 마을과 길거리에는 핑크색 철쭉꽃이 활짝 피어 더더욱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듯 합니다. 1일은 근로자의 날입니다만 근로자의 날로 시작해 어린이 날, 어버이날, 입양의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정에 관한 많은 행사들로 북적이는 달이 바로 5월입니다.
그러고 보니 5월을 맞는 제 마음은 벌써부터 설레네요. 어린이 날에는 손자들에게 무슨 선물을 해줄까, 또 어버이날에는 무슨 선물을 받게 될까, 어쨌든 한 살 두 살 나이 들면서 철이 없는 애가 되어가는 기분도 듭니다만 어쨌든 설레는 제 마음은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근로자 명절인 오늘은 손녀의 학교를 다녀왔습니다.
며칠 전부터 운동회에 무조건 참석해야 한다는 손녀의 전화를 받았거든요. 오래 전부터 손녀는 배드민턴 선수로 많은 훈련을 해왔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해 학교로 부지런히 도착 하니 이미 운동회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달려가 할미가 왔다는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대로 운동장에서 광범하게 진행하는 운동회가 아니었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실내 강당에서 진행하고 마지막 이어달리기만 운동장에서 할 것이라고 진행교사가 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운한 것은 배드민턴 경기는 운동대회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몇 주 후에 다른 학교와 경기를 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조금은 서운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운동복을 입은 손녀가 쪼르르 달려 와서 조금 있다가 이어달리기 할 때 할머니와 함께 손목을 잡고 달리자고 합니다. 해마다 손녀의 운동대회에 내 자신이 한 번도 빠진 적이 없거든요 또 달리기에서는 누구에게도 진 적이 없었습니다. 대답은 잘 했지만 이번만은 자신이 없었습니다.
요즘 부쩍 무릎 관절이 도저 계단이나 오르막길 그리고 걸음을 오래 걸으면 안 되거든요. 학교 병설유치원에 다니던 손녀의 생각이 문뜩 떠올랐습니다. 이곳 한국에 와서 손녀의 운동대회에 처음으로 참가 했었습니다. 기쁜 나머지 할머니라는 생각은 잊고 젊은 학부모들과 함께 사람 찾기. 이어 달리기 등 여러 종목에 참가했거든요. 1등을 했다고 선물을 타기 위해 손녀의 손목을 잡고 주석단으로 가려고 하는데 순간 손녀가 제 손목을 뿌리 쳤습니다.
조금 서운한 마음으로 물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엄마나 아빠의 손목을 잡고 달리고 선물 받으러 가는데 자기는 왜 할머니하고 하는가고, 하는 뜻 밖의 답변에 순간 저는 다른 학부모들을 보면서 아, 하고 놀랐습니다. 눈물이 조금 글썽해 있는 손녀에게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제 엄마가 "엄마는 다리가 아파 달리지 못해 다른 친구들에게 지면 네가 더 서운해 할 것 같아 달리기를 잘 하는 할머니가 엄마 대신 달렸다"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어느덧 달리기 순서가 되어 강당에서 운동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학년 순서 별로 학부모들이 달립니다. 드디어 4학년 순서가 되었네요. 비록 도진 관절염으로 인해 불편 했지만 손녀의 손목을 잡고 힘차게 달렸습니다. 두 번째에서 앞서 달리던 학부모를 앞질러 드디어 1등의 선을 끊었습니다.
다음은 학부모 이어 달리기가 시작 되었습니다. 계주봉을 맞받아 들고 달리는 순간 무릎이 조금 삐거덕 하네요. 활짝 웃는 손녀의 앞에서 무너지고 싶지가 않아 힘차게 달렸습니다. "너무 무리 하지 마시고 천천히 달리세요" 하는 학교장 선생님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순간 해마다 진행되는 운동대회 때 마다 손녀를 위해 달리는 저를 학교 교장 선생님이 기억 해 주는 것이 더 없이 행복 했습니다. 어느새 훌쩍 크고 철이 든 손녀 역시 손뼉을 쳐 줍니다. 낯이 익은 학부모들이 역시 시연이 할머니라고 손뼉을 쳐 주네요,
운동대회를 마치고 음식점으로 갔습니다. 손녀는 이 할미의 손목을 잡으며 내년 운동대회에도 곡 1등을 해야 된다고 부탁 합니다. 좋아 하는 손녀의 모습을 보며 5월 첫 날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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