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어버이날에 사위들과 함께 한 저녁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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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지난 5일은 '어린이 날'이었고 지난 주말인 8일은 '어버이 날'이었습니다. 저는 금요일 저녁에 전철을 타고 두 딸이 살고 있는 평택으로 갔습니다. '어린이 날'에 손녀, 손자에게 선물을 사주지 못했기 때문에 늦게나마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였습니다. 게다가 큰사위의 생일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서울역에서 전철을 타고 간다고 했더니 작은 딸 내외와 큰딸 내외는 미리 평택역에 나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중 나온 손녀는 저를 보자 너무 좋아 깡충깡충 뛰었습니다. 역에서 만난 우리 가족은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평택시에서 좀 떨어져 있는 오리고기 전문 식당으로 갔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동안, 듬직한 큰 사위와 말없고 조용한 작은 사위, 예쁜 손녀, 떡두꺼비 같은 손자를 바라보며 저는 기쁘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에 저는 큰딸 집으로 갔습니다. 큰딸 집에서 조금 떨어져 살고 있는 작은 딸은 자기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언제 그렇게 훌쩍 컸는지 이제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가 된 큰 딸은 이제 제게도 어른이 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요즘엔 큰딸을 친구 삼아 이런저런 얘기도 한답니다. 그 날도 오랜만에 기분좋은 수다를 떠느라 밤을 새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엔 4살짜리 손녀와 이제 5개월 된 손자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아기용품을 전문으로 파는 상점인 '아가방'에 갔습니다. 예쁘고 고운 봄 신상품 옷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아기 옷 가게에서 제일 예쁘고 비싼 옷 두 벌을 고르고 골라 손녀와 손자의 손에 쥐어 줬습니다. 4살짜리 손녀는 어른들처럼 옷을 입어보고 직접 옷맵시를 보고 싶었는지 가게에서 저도 옷을 입어보겠다고 떼를 써서 주위 사람들을 웃겼습니다.

점심에는 평택항으로 갔습니다. 넓은 바닷물을 보는 순간 마음이 시원했습니다. 우리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점심을 먹기 위해 서해대교 밑에 있는 서양식 식당인 레스토랑으로 들어갔습니다. 14층에 있는 전망대를 돌아보고 15층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선 순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레스토랑 전체가 360도로 빙빙 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천천히 풍경이 달라지는 가운데 내려다보이는 평택항과 마주 보이는 당진을 바라보며 음식을 먹었습니다.

제가 이곳 남한에 와서 처음 느껴본 식당 분위기였습니다. 큰 사위가 '어버이 날'이라고 특별히 신경을 써서 이렇게 특별한 곳으로 저를 데리고 온 것이었습니다. 즐거운 점심식사를 하고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꽃집으로 갔습니다. 이곳 남한에서는 자녀들이 '어버이 날', 부모님께 빨간 카네이션 꽃을 달아드리는 풍습이 있는데, 빨간 카네이션은 '사랑과 존경'을 뜻하는 꽃말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 두 딸도 저에게 꽃을 사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저는 카네이션 대신에 예쁜 꽃이 핀 화분과 함께 용돈을 듬뿍 담은 봉투를 받았습니다. 순간 제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리고, 시부모님께 드릴 화분과 저녁에 시부모님과 삼겹살을 구워 먹겠다고 고기를 사는 작은 딸을 바라보며 대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지난 주말 큰 사위, 작은 사위의 대접을 받은 뒤 저는 집으로 오기 위해 평택 전철역으로 나왔습니다. 떨어지기 아쉬워 울고 있는 손녀와 헤어지자니 저도 무척 섭섭했습니다. 전철을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답고 예쁜 꽃들과 농부들이 한창 논갈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인생은 참 살 만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지난 시절 고향에서의 일들이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하나둘씩 떠오르며 빠르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이들을 기르면서 해 주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너무도 열악한 사회에서 살다 보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주지 못했던 지난 시절이 아득하게 느껴졌습니다.

온갖 고생을 다하고 이곳 남한에 정착해서 생활환경이 전혀 다른 이곳에서 너무도 잘 적응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항상 대견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제 꿈은 우리 아이들이 남 부럽지 않게 아들, 딸 잘 키우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