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시흥 초등학교에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언제든 제주도에 가보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저는 제주도에 간다고 하니 마음이 설레고 들떠 온밤을 뜬눈으로 보냈습니다. 우리 집에서 약 40분이면 김포 공항까지 갈 수 있는 거리이건만 남들 다 자는 새벽에 벌써 택시를 타고 출발해 5시 30분 전에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6시 55분 비행기 표를 이미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기에 시간을 맞춰 가도 되건만 너무도 이른 시간에 도착한 저는 의자에 앉아 탑승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얼결에 비행기 시간표를 훑어보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30분에 한 번씩 비행기가 운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침에도 등산복에 등산배낭을 멘 단체가 있는가 하면 사랑하는 연인들, 나이 많으신 어르신 부부가 손목을 꼭 잡고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거나 한참 이불 속에서 곤히 자고 있을 아이들도 공항에 있었습니다.
또한 중국 사람들과 일본 사람들도 제주도 관광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비행기 표를 끊고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저처럼 미리 나와 여유 있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아직 친구들이 도착하지 않아 분주하게 손전화기를 들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아직 이른 새벽이건만 너무도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6시 55분 비행기 탑승 시간이 되어 저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울렁증이 조금 있는 저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신문을 펼쳤습니다. 하늘로 높이 오르는 내내 신문에서 눈을 떼지 않고 긴 호흡을 하고 있는데 제 옆 좌석에 앉은 젊은 남자 분은 눈을 꼭 감고 있었습니다.
맑고 화창한 봄 날씨라 흰 구름이 뭉개 뭉개 떠다니고 있는 그 가운데로 서울 시내가 한눈에 안겨 왔습니다. 제주도까지 가는 소요 시간은 불과 1시간이 채 안 걸렸습니다. 비행기가 하늘로 높아갈수록 모든 것이 작아졌습니다. 고속도로 위로 개미보다도 작은 차들이 쉼 없이 달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파란색, 빨간색으로 지붕을 한 농촌 주택도 보였고 벌써 논갈이를 하고 있는 뜨락또르도 보였습니다.
가는 곳마다 고층 건물들이 줄지어 웅장하게 버티고 서 있는 아파트들과 수려한 산세, 녹음이 짙은 대한민국의 아침 전경이 아침 햇살과 함께 한눈에 안겨 왔습니다. 정말 혼자 보기에는 너무도 아까웠습니다. 이 웅장한 아침 전경을 누군가와 함께 소리치며 내려다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파도치는 바닷물은 잔잔해 보였지만 동트는 아침 햇살에 비쳐 거울처럼 보였고, 저 멀리 수평선의 끝은 보이지도 않았고, 고깃배들은 수평선을 따라 쉼 없이 움직였습니다.
드디어 가보고 싶었던 제주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야자수 나무들을 보는 순간 어느 열대 지방에 온 듯한 아늑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시흥초등학교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탔습니다. 제가 탄 버스는 바닷가를 돌아 1시간 30분을 달렸습니다. 바닷물을 보는 제 마음은 왠지 모르게 고향으로 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유채 꽃이 많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유채 꽃은 없었고 전부 청보리밭과 마늘밭이었습니다. 고향 마늘장아찌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도착한 시흥 초등학교는 서귀포시에 속해 있는 학교였는데 바로 올레길 첫 시작점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학교 운동장은 파란 잔디밭으로 돼 있었습니다. 저는 잔디밭을 밟으며 학교 정문으로 들어갔습니다. 약속 시간보다 훨씬 먼저 도착한 저는 학교 주변과 마을 주변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제주도 마을이 서울과 차이가 있다면 집집마다 두른 돌담일 것입니다. 울타리와 밭마다 돌로 담을 쌓았는데 돌 색깔 또한 조금 특이한 색깔이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았던 그대로 화산섬에서만 나는 까만 현무암으로 하나하나 정성스레 쌓은 주인의 손때가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어린 학생들은 강사인 제가 탈북자라는 말에 모두 눈을 크게 떴습니다. 지금도 제 기억에 남는 것은 쌍둥이 남학생들이었습니다. 궁금증이 많은 쌍둥이는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질문을 했습니다. 학생들과 점심을 맛있게 먹고 저는 다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나왔습니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은 저는 비행기 표를 구입하기 위해 안내원에게 갔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표는 매진이 됐고 에어부산의 항공권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워낙 울렁증이 조금 있는 저는 에어부산이라는 항공사에 대해서 들어 본적이 없어 어떤 비행기며 소요 시간은 어떻게 되며 비행기 흔들림은 없는지 물었습니다.
안내원 아가씨는 성질 한 번 내지 않고 아시아나 항공기나 대한항공기나 꼭 같은 비행기인데 새로 생긴 항공사라고 친절히 말해 주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서울까지 오는 내내 넓은 바다와 대한민국의 산과 마을, 그리고 고층 건물들과 뻥 뚫린 바다 멀리에서 서울까지 끊이지 않고 연결돼 있는 고속도로 등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모습과 웅장한 모습을 한 눈으로 내려다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된 긍지와 자부심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