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처음으로 해본 볼링

서울 시내 한 볼링장에서 볼링을 하는 시민들.
서울 시내 한 볼링장에서 볼링을 하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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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저는 친구들과 함께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강서구 88체육관을 다녀왔습니다. 88체육관은 볼링장과 탁구장, 수영장, 골프장 등 다양한 시설에 5,000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체육관이었습니다. 특히 볼링장은 28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함께 맨 처음 탁구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치열한 경쟁심을 가지고 탁구를 치는 친구들을 보노라니 부러웠으나 잘 칠 자신이 없었습니다. 의자에 앉아 탁구공을 주워 주면서 군복무 시절 고사포 진지의 넓은 공간에 탁구대가 없어 나무판자를 세워 놓고 탁구 채 대신 공책을 손에 쥐고 탁구공을 치던 모습이 순간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1시간 30분 정도 탁구를 쳤습니다. 다음으로 볼링장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친구 중 누군가 2개 조로 나뉘어 볼링을 쳐서 지는 편이 저녁밥을 사자는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저는 볼링이라는 공을 보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어떻게 경기를 하는지 걱정스러워 물었더니 친구들도 손에 볼링공을 만져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감이 조금 생겼습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저는 눈으로 보고 볼링공을 만져 보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 생기는 듯했습니다. 우리는 가위 바위 보로 편을 갈랐습니다. 저는 앞에서 볼링공을 던지는 모습을 눈여겨봤습니다. 양 옆에서 볼링을 치는 사람들은 모두가 국가대표 선수인 것처럼 아주 잘했습니다. 공이 사선으로 굴러 가다가도 목표를 향해 굴러 모두 넘어뜨리곤 하는 것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드디어 제 차례가 됐습니다. 긴장한 나머지 저는 목표물을 8개만 맞혔습니다. 두 번째는 단 번에 10개를 모두 넘어뜨려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마치 경기장에서 우승을 한 기분이었습니다. 1차에서는 우리 팀이 이겼습니다. 그러나 2차, 3차에서는 졌습니다. 비록 우리 팀이 지긴 했지만 쌓였던 스트레스는 확 풀었고 기분이 매우 좋았습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 고향 평양에도 많은 체육관들이 있습니다. 이미 체육관과 수영장, 김일성 경기장, 5.1경기장 그리고 양각경기장이 있었지만 1988년에 세계13차 청년 축전 행사를 위해 만경대 구역에 각종 체육관을 새로 건설했습니다.

이렇게 평양에도 체육 시설들이 적지 않게 많습니다만 그것은 평양시 도시 계획에 맞춰진 국가 시설물입니다. 하지만 평양에 있는 체육 시설물들은 한마디로 말해 각종 정치적인 행사와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평양을 선전하는 하나의 광고물에 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무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조차 없으며 국민운동의 거점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평양시 대동강 구역인 대동강 기슭에는 볼링관이 웅장한 모습으로 우뚝 건설돼 있습니다. 특히 평양시에 있는 체육관에서는 체육경기 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 때문에 들어가 볼 수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치적 행사가 열렸던 볼링관에 들어는 가보았지만 당시 저는 볼링관이 어떤 곳인지도 몰랐고 볼링이란 말의 뜻조차 몰랐습니다.

저는 오늘 대한민국 국민이 된 자부심을 다시 한 번 더 가지게 됐습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서울을 비롯한 대한민국은 가는 곳마다 각종 체육 시설들이 많이 건설돼 있을 뿐 아니라 대중화가 되어 그 누구든지 개인 일정에 맞게 자유자재로 건강 생활 증진을 위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우리 한국 국민들은 북한 주민들보다 수명도 길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저도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이제 남은 인생을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가며 사는 것이 목표입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볼링공을 만져 보았지만 다른 젊은 친구들 못지않게 좋은 성적을 냈고 동료들도 제 실력을 인정해줬습니다. 그래서 또 하나의 새로운 좋은 추억을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