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이사장, 사무국장과 함께 팀을 만들어 대한민국 공군에 안보 강연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고지에 있는 장병들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는 순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식당 차림표에는 하늘 아래 첫 맛 집이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궁금증이 많은 저는 참지 못하고 지휘관에게 물었습니다. 지휘관은 이곳이 해발 1,470m라고 하면서 공군 부대 중에 제일 높은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선지 숲은 이미 무성해지고 있지만 곳곳에 눈과 얼음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늘 아래 첫 맛 집인 만큼 장병들의 음식 솜씨 또한 별맛이었습니다.
맛있게 점심을 먹은 우리는 밖으로 나와 산 아래 웅장한 절경에 취하기도 했는데 마치 비행기를 타고 하늘 높이 둥둥 떠 있는 듯한 기분이기도 했고 구름 속에 있는 듯도 했습니다. 마치 바다 위 저 멀리 수평선의 끝이 보이지 않듯 마주 보이는 산봉우리들 역시 모두 잇닿아 있는 듯했고 산맥들의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절경 또한 너무도 웅장했습니다.
산 아래 육지와 온도 차이는 10도. 쌀쌀한 날씨이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는 산나물을 볼 때마다 저는 제비나물, 고추나물, 고사리 종류인 고비와 위에 좋은 삽주, 먹을 수 있는 햇잎, 그리고 쑥과 민들레를 보면서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마치 어린소녀처럼 민들레는 항생제로 쓰이고 노란 꽃이 핀 저 풀은 다친 다리에 돌로 찧어 바르면 곧 부종도 내리며 길 장구 나물은 방광염에 좋다는 등 주절주절 말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사무국장은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 동포들을 따라다녀야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어디에 보내도 굶어 죽지 않을 것이라고 해 우리는 높은 산봉우리가 떠나갈 듯 크게 웃었습니다. 1,470m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절경은 너무도 웅장하고 멋있었습니다.
저는 한 장병에게 물었습니다. 북한 군부대는 항공기에서 볼 수 없게 진지를 모두 숲을 만들어 위장을 하고 허위진지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는데 이곳 대한민국 군부대들은 중요한 기지인데도 불구하고 왜 위장을 하지 않고 멀리에서도 한눈에 보일 수 있게 노출 시켰는가 하고 말입니다. 그는 아무 거리낌 없이 든든하게 건설이 돼 있어 위장을 하지 않고 드러내 놓아도 위험성이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군사 전략상 이런 것도 남과 북의 차이가 아닌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참 강연하는 도중 제가 북한에서 온 탈북자이고 또 북한 공군 부대 산하에서 군 복무를 했다는 사무국장의 소개가 있자 모두 우렁찬 박수를 쳐 주었습니다. 식곤증이 올 법도 한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장병들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제 강연을 귀담아 들어 주었습니다.
마치 저는 그들의 패기 넘치는 젊음의 기가 모두 저에게 옮겨 오는 듯 했습니다. 그 다음날에는 두 번째로 높은 1,335m에 위치한 부대를 찾았습니다. 그들 역시 한결 같았습니다. 통일의 그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믿음으로 우리 탈북자들은 이들에게 통일을 대비해 북한 실상을 실속 있게 알려 주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고등중학교 4학년이면 붉은 청년근위대에 입대해 손에 총을 잡으면 군복무 10년과 교도대, 노농적위대를 거쳐 61살이 돼야 손에서 총을 놓을 수 있는 것과 북한 군인들은 10년 동안 젊음을 북한 당국에 바쳐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휴가 한 번 없어 10년이면 강산이 변하지만 17살, 18살에 군에 보내놓고 사진 한 장 볼 수 없는 부모님들은 그 앳된 모습만을 그리며 제대하기를 기다리고 또 군 생활을 하는 자식은 10년 전의 젊은 부모님들의 모습만을 그리며 제대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건만 막상 제대하고 나면 수염이 시커먼 로총각의 아들과 검은 머리에 흰서리가 앉은 부모님이 동네 길거리에서 만나면 서로 알아 볼 수 없다는 사실 그대로 얘기해 주었습니다.
깜짝 놀라는 장병들에게 제가 대한민국에 와서 자주 보았던 군인들의 프로그램인 '청춘을 신고합니다.' 얘기를 하면서 그 때는 비록 이해하지 못했지만 한국생활에 저는 나라를 지키고 있는 장병들도 사랑과 인권이 있어야 전쟁과 싸움에서 승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강국에 놓여 있는 것을 절대로 잊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의 행복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과 우리 선열들의 피와 땀이 숨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간곡하게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인 새 세대 젊은 장병들에게 6·25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며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며 우리의 적을 똑똑히 구별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한국의 젊은 장병들에게 그들이 누구를 위해 근무를 서고, 또 누구를 위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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