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백선엽 장군이 들려준 한국전쟁

지난 3월 27일 서울 용산구 주한 미8군부대에서 열린 천안함 2주기 추모식에서 백선엽 장군(오른쪽 두번째)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서울 용산구 주한 미8군부대에서 열린 천안함 2주기 추모식에서 백선엽 장군(오른쪽 두번째)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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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6·25 한국전쟁과 연계해 호국 보훈의 달로 정하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분들을 추모하여 기릴 뿐만 아니라 그들이 목숨 바쳐 지켜준 오늘의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들에게 안보 의식을 높여 주는 것과 동시에 나라 사랑 정신을 강화하는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요즘 저는 전쟁 기념관 보조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우연히 백선엽 장군의 특강을 들었습니다. 백 장군은 1920년에 출생하셨고 고향은 북한 평안남도 강서였습니다. 미국 정부가 정전 협정체결 50주년을 앞두고 1998년부터 2003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한국전쟁 기념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전쟁의 "4대 영웅"을 지정했는데 그중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4대 영웅"은 맥아더 장군과 리지웨이 유엔군총사령관, 백선엽 장군, 그리고 김동석 대령입니다. 미국에 맥아더가 있다면 한국에는 백선엽 장군이 있다고 하기도 한답니다. 당시 사단장이었던 백선엽 장군은 6·25 전쟁의 준엄했던 그날을 새삼 추억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1950년 6월 25일, 그날은 마침 일요일이라 일부 군인들은 휴가를 나가기도 하고 일부는 모내기철이라 모내기 참여로 부대의 전투 준비는 매우 미약해 있었고 온 국민이 새벽잠에 골아 떨어져 있었는데 갑자기 북한군이 총포를 쏘아대며 서울로 쳐들어 왔다고 했습니다.

부산으로 피난 가는 국민을 위해 한창 어려운 싸움을 하는 가운데 이틀을 굶고 부대를 이탈하는 군인들의 앞을 막아서며 백장군은 미군들을 가리키며 "나라가 망하기 직전이다, 저 사람들은 싸우고 있는데 우리가 이럴 순 없다, 내가 앞장설 테니 나를 따르라.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도 좋다"는 호소와 동시에 직접 전투에 앞장섰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전투가 제일 치열했던 락동강 전투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90살이 넘은 장군은 미군 부대와 합동 작전으로 락동강 전투를 사실 그대로 생생하게 이야기하셨는데 저는 그분의 말씀과 그분의 얼굴 모습에서 지난날 북한 군인으로 락동강 전투에 참가했던 아버지를 생각했습니다.

제 아버지도 지금 이곳 대한민국에 계신다면 백장군과 함께 한자리에 앉아 서로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참가한 락동강 전투의 산 증인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며 주인인 새 세대들에게 안보 의식을 높여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고향에서 저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락동강 전투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당시 기병으로 북한의 고위 군사 간부들과 직접 락동강 전투시찰도 갔었고 한 개 부대를 지휘했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락동강 전투에서 부상을 입어 정치 공작대 활동도 했다고 했습니다. 정말 락동강 전투는 사람들의 시체 위에 또 시체가 쌓였고 락동강 물은 그야말로 사람의 피로 빨간 물이 흘렀다고 했습니다.

저는 백 장군의 강연을 들으며 궁금한 점도 있었습니다. 북한은 이미 1945년 8월 15일 해방이 되고 전쟁 준비를 빈틈없이 진행해 왔습니다. 1946년에 벌써 민족 간부양성을 했고 저의 아버지는 1946년에 보안 간부 학교 1기 졸업생이었습니다. 김일성은 6·25 전쟁을 일으키기 며칠 전부터 북한군과 전투 기술기재들을 모두 황해남북도와 강원도 중부 전선으로 이동시켰다고 했습니다.

장군의 강연을 들으며 저는 이렇게 이미 북한은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치밀한 사전 준비를 하는 동안 왜 우리 대한민국이 전혀 몰랐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습니다. 강연이 끝나자 저는 친구들과 함께 백선엽 장군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6·25 전쟁 관을 돌아보았습니다.

전쟁 기념관에 전시돼 있는 우리나라를 용감하게 지켜 싸운 용사들의 모습과 국민들의 영웅적 모습을 보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북한군 어뢰에 맞아 격침된 천안함과 전쟁도 아닌 평화 시대인 오늘날 서해 바다를 지키다 용감하게 희생된 군인 장병들의 사진 앞에서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저는 호국 영령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있고 오늘의 행복이 있다는 것과 그들의 은혜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새겨보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