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저는 친구들과 함께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에서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1950년 6월 25일 평화로웠던 마을에 전쟁이 일어나고 북한군이 갑자기 쳐들어오자 후퇴의 길에 올랐던 두 형제는 앓고 있는 어머님을 두고 군에 입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생사의 현장, 어려웠던 전투가 한창인데도 형은 항상 동생부터 챙기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형은 북한군으로 넘어갔고 이를 알게 된 동생은 폭탄이 빗발치는 포화 속을 뚫고 북한군이 점령하고 있는 고지로 형을 찾아 갑니다. 그는 북한 깃발을 들고 한국군을 향해 달려오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형을 만나 자신은 죽지 않고 살아 있다고 몇 번이고 애타게 말하면서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간절히 부탁합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형은 사랑하는 동생을 알아보고 전투가 한창인 고지에서 동생을 떠나보내고는 기관총을 돌려 북한군을 향해 사격하다 북한군의 총에 맞아 전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비록 영화이긴 하지만 전쟁의 아픈 상처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면서 친구들과 함께 정토웅 선생님의 인천 상륙작전에 대한 특별 강의를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강의를 마치고 청중에게 인천 상륙 작전과 원산 상륙 작전에 대해 질문을 하기도 하고 인천 상륙 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은 왜 까만 안경과 흰 목도리를 좋아했을까 묻기도 했습니다. 주말마다 진행하는 특강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어르신들과 군인 장병들입니다.
그런데 그중에 어린 꼬마 한 명이 있었습니다. 그 꼬마는 질문에 제일 먼저 손을 높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이크를 손에 들고 또박또박 큰 소리로 당당하게 인천 상륙 작전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있었고 맥아더 장군은 못생겼기 때문에 까만 안경을 쓰고 다녔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꼬마가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몇 살인지 물었습니다. 꼬마는 12살이고 6·25전쟁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엄마와 함께 주말마다 특강을 들으러 온다고 말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우리 친구들도 꼬마를 보며 아주 멋진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칭찬해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쟁 기념관 관장은 저에게 인천 상륙 작전에 대해 북한에서 받은 교육에 대해 간단하게 한마디 해달라고 했습니다. 강의 내용에는 없던 일이라 저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앞으로 나가 당당하게 대한민국에 온 탈북자라는 것과 고향은 평양이고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북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고 생각도 할 수 없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첫마디를 했습니다.
제가 북한에서 받은 교육을 그대로 이야기했습니다. 북한에서는 6·25 전쟁을 미국의 덜레스가 3.8분계선을 시찰하고 전쟁을 일으켰다고 했는데, 여기에 와서 특강을 들으며 덜레스라는 이름은 들어 보지도 못했고 한국에 와서야 6.25전쟁은 북한이 사전에 면밀하게 준비를 갖춘 뒤에 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인천 상륙 작전에 대해서는 북한이 남한 국민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남으로 진격하고 있는데 후방에 군인들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간첩들이 미군에게 전보로 알려 미군이 인천 상륙작전에 참가해 북한군은 할 수 없이 후퇴를 했다는 것과 월미도에 남은 한 개 중대가 마지막 인민군의 후퇴를 보장하기 위해 용감하게 싸워 희생했다고 배운 내용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해방이 되어 북한에서 5년 동안 살다 미군과 한국군을 따라 남으로 내려온 월남자들에 대한 북한의 선전내용도 얘기했습니다. 북한은 월남자들이 미군의 원자폭탄이 터질까 무서워 남으로 도망을 쳤다고 선전했다는 등 북한에서 미국과 한국에 대해 인민들에게 세뇌교육을 시킨 내용을 그대로 말했습니다.
또 여기 대한민국에 와서야 사실과 거짓을 똑똑하게 알게 됐다고 이야기하면서 마지막으로 인천 상륙 작전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다는 말과 함께 6·25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았고 잠시 휴전되어 있기에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을 위해 용감하게 싸운 선열들의 희생정신을 잊지 말고 길이 빛내야 한다고, 다시는 6·25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강이 끝나고 저는 친구들과 전쟁기념관을 돌아보았습니다. 당차게 이야기하던 꼬마 생각에 저는 친구들에게 평양에 있는 전승기념관을 가본 경험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전승기념관은 평양에 있다는 말만 교과서와 텔레비전에서는 보았지 한 번도 가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저뿐이었습니다.
사실 평양에 있는 전승기념관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처럼 이렇게 자유롭고 편안히 드나들 수 없습니다. 해마다 6월이 되면 조직적인 행사로, 그리고 지방에서 선출된 사람들이 평양 관광으로 올라오면 잠깐 전승기념관을 참관해 보는 경험을 가질 수 있는 정도입니다.
저는 매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일반 국민들이 가족과 함께 스스럼없이 전쟁 기념관을 찾아 수많은 전쟁에서 우리 군이 직접 간직하고 사용했던 무기도 관람하고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도 하고 군인들이 입는 군복과 장비도 착용해 보고 주먹밥도 먹어 보며 전쟁 시기에 우리 국민들이 어려웠던 모습을 관람하면서 우리 아이들의 안보 의식을 높여주는 모습을 보면서 '이래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구나' 하는 긍지를 다시 한 번 느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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