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인권사무소와 인권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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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이곳 서울에는 '유엔 북한 인권 현장사무소'를 설립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당국은 예민하고도 강한 반응을 해 왔습니다. 7월 2일부터 14일까지 진행하는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에 불참한다는 통보를 해왔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3월 유엔인권이사회 25차 회의에서 채택된 인권 결의안 역시 미국에 의해 조작된 것이고 유엔인권 사무소 역시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인권 사무소 설립에 대해 아무런 이유 없이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헐뜯고 있는 자체가 비열하고 가증스럽기 그지없는 행태입니다. 내가 하는 짓은 로맨스이고 남이 하는 일은 범죄라고 어기지기를 잘 서온 북한 당국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북한 주민들의 민주화와 인권문제에 대해서만은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사실 고향이 평양인 저는 북한에서 제 인생의 절반이 넘는 50년을 살아 왔습니다. 남들이 한 번이라도 가보고 싶어 하는 평양에서 태어나 나름대로 11년제 의무 교육을 받고 군복무를 거쳐 민족간부 양성을 받았고 주민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살았지만 인권이란 말 자체를 들어 본 적도 없고, 노트에 써 본적도 없고 인권이란 단어 자체를 모르고 살아 왔습니다.

한국생활 10년이 지난 지금은 아주 쪼끔 인권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곳 대한민국에 처음 왔을 때에는 시민단체들이나 비정부 기구들에서 북한 주민들의 민주화 실현과 인권을 위해 활동을 한다는 말 자체를 이해 할 수도 없었으며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 말 자체를 몰랐거든요.

참, 지금 생각해 보면 아직도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권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나를 보호할 수 있고 내가 나를 지킬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해 봅니다. 하지만 아직도 인권에 대해서 제대로 정리를 해보라면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고 공개 총살당하면서도, 또 식량난으로 인해 굶어 죽으면서도 누구에게 하소연 한마디 못하고 죽어가고 있으니 이런 것들이 어마어마한 인권침해입니다.

2,000만 북한 주민들은 울타리 없는 감옥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독재 정권하에서 헌법이 뭔지 법이 뭔지 모르고 살고 있으며 오로지 김일성이나 김정일, 김정은의 말이 곧 법이고 지상의 명령으로 알고 사는 북한주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북한 주민들뿐만 아니라 북한군인들 역시 김씨 일가에게 13년의 젊은 청춘과 인권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날 고향에서 공개총살과 교수형을 수없이 많이 보았습니다. 나이에 관계없이 또 남녀 관계없이 그야말로 묻지마식 공개 총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주민들은 배고파서 농장 밭에서 옥수수 두 이삭을 따 먹었다 해서 공개 총살을 당해야 하고 김일성이와 김정숙의 약력과 김정일의 부인에 대해 알고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고 해서 정치범 수용소로 가야 했습니다.

또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북한 당국이 시키는 대로 말을 하지 않아 나라의 권위와 위신을 훼손시켰다는 죄를 만들어 죄를 씌우고 심지어 무의식중에 김일성의 초상화를 찢었다 해서 한번 가면 죽어서도 나오지 못한다는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간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더구나 이들의 가족들은 무슨 죄를 졌기에, 또 가족이 무슨 말을 어떻게 잘못했는지조차 모르는 채, 나의 죄명이 도대체 뭔지도 모르고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고 공개 총살을 당하면서도 누구에게 하소연 한마디 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 시대는 국경경비대 군인들에게 탈북자들을 무조건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려 국경 지역을 살벌한 분위기로 만들고 이곳 한국에 온 탈북자 가족들을 내세워 북한으로 유인해 다시 강제 입국을 시켜놓고 빨간 거짓말로 기자 회견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탈북한 한 여성탈북자를 통해 아주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거든요. 이곳 한국에 온 그 친구는 텔레비전을 통해 아마존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보았다고 합니다. 비유해서 북한 지방 사람들은 아마존 사람들의 생활보다도 더 최악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나마 아마존 사람들은 온 산천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지만 북한 사람들은 자유가 없어 자유롭게 다닐 수도 없이 앉은 자리에서 굶주림에 허덕인다는 말을 듣는 내내 제 마음은 너무도 아팠습니다.

특히 북한의 여성인권 문제는 더욱 상황이 심각합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제3국을 떠돌며 인신매매와 납치범들에게 끌려 다니다가 강제 북송되어 짐승보다도 못한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출산하고도 젖 한 모금 제대로 물리지 못하고 죽어 가는 아이를 품에서 놓지도 못하고 비탄에 젖어 있습니다.

지난날과 비교해 보면 주민들의 생활은 조금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인권 상황은 더욱 악화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기에 이번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설립자체가 북한 당국에는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지금은 전망이 어둡지만 북한주민들의 민주화와 인권이 개선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