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강원도 화천 군부대 방문

중동부전선 최전방을 지키는 육군 백두산부대 장병.
중동부전선 최전방을 지키는 육군 백두산부대 장병.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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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저는 강연을 위해 강원도 화천 군부대에 다녀왔습니다. 인터넷으로 미리 강원도 화천가는 버스 시간을 알아보는 순간 놀랐습니다. 예전에는 강원도 화천에 가려면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춘천에 가서 바꿔 타야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동서울터미널에서 화천까지 직접 가는 버스가 생겨 한결 편해진 것입니다.

아침 일찍 저는 전철을 타고 동서울터미널에서 강원도 화천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저는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눈을 감고 군인들의 모습을 그려 보기도 했고 강의 내용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 해보기도 하면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산과 들, 그리고 경치가 좋은 북한강을 내려다보며 여름휴가에는 이곳에 친구들과 함께 낚시로 고기를 잡아 어죽도 만들어 먹고 민물매운탕도 해 먹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혼자 웃기도 했습니다.

화천 터미널에 도착한 저는 마중 나온 장교를 따라 군인 숙소로 갔습니다. 군인 숙소는 사단장 이상이 묵는 고급 숙소였습니다. 아담하고 깨끗했습니다. 짐을 풀고 저는 화천 시가지 구경을 했습니다. 몇 해 전에 본 화천 시내가 아니었습니다. 아파트들도 새로 많이 들어섰고 장마철 수방대책을 위해 강하천 뚝 건설도 한창이었습니다.

저에게는 군인들이 해주는 김치찌개가 별미였습니다. 군인 장병들이 만들어준 김치찌개를 먹으며 북한에서 군복무 시절 무 염장을 먹던 생각을 잠깐 해보기도 했습니다. 무 염장을 그냥 맹물에 담가 짠물만 빼고 밥반찬으로 먹어도 그때엔 얼마나 맛있었던지, 지금은 먹으라고 하면 먹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저는 여느 때보다 일찍 일어나 아침 운동 겸 시가지를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강연 시간이 되어 부대 정신교육 장교와 함께 전투용 갱생차를 타고 강연 장소로 출발했습니다. 차는 45도의 가파른 경사로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구불구불 가파른 산길을 1시간 넘게 달렸습니다. 얼마 전 제가 무섭게 달렸던 한계령보다 더 가파르고 경사가 급했습니다.

더 긴장했던 것은 헌병 완장을 찬 군인들이 있는 초소를 몇 개 지나쳤는데 그때마다 예사롭지가 않았습니다. 많은 궁금증이 생긴 저는 앞좌석에 앉은 장교에게 첫 초소에 GOP 라고 쓴 글이 보이는데 도대체 GOP라는 글의 뜻은 무슨 말인지 물었습니다. 장교는 저에게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습니다.

GP와 GOP가 있는데 GP라는 말은 전방 초소로, 남방 한계선과 군사분계선 사이의 비무장지대 내에 일정한 단위부대가 배치되어 있는데 전방 초소에는 수색대 병력이 교대로 근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철책을 만들어 남북 군인들이 서로 군사 활동을 감시 하는데 양 측 GP 간격이 가까운 곳은 800m이고 먼 곳은 14km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GOP는 전방관측소, 다시 말해 비무장지대의 철책선 근무초소를 말한다고 했습니다. 그때에야 저는 밖을 내다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영화에서나 텔레비전 뉴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철책선이 눈앞에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총을 어깨에 멘 늠름한 우리의 장병들이 최전방을 순찰하고 철책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드디어 차는 높은 정상에 자리 잡고 있는 군부대 건물에 도착했습니다. 잠시 차에서 내린 장교는 저에게 손으로 북한 초소를 가리켰습니다. 날씨가 매우 좋은 날이라 북한이 빤히 보였습니다. 순간 저는 지난 시절, 북한에서의 군복무 시절을 기억해 보았습니다. 온 몸이 오싹하기도 했고 찬바람이 스치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북한에서 제가 군복무 하던 시절, 북한 강원도 철원 이포리에 로케트 한 개 부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부대에 있는 여성 고사포중대장과 함께 실탄 사격을 가게 됐습니다. 훈련준비를 하며 외출하는 중에 뜻하지 않게 최전방에서 14. 5mm 사신 고사기관총중대에서 군 생활을 하는 분을 만나게 됐습니다. 최전방 고사총 부대를 구경시켜 준다고 해 저는 무작정 따라갔습니다.

그때 역시 깜짝 놀랐습니다. 남자들이 전투근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고사총 분대 대원들이 뜨거운 햇볕아래 군복에는 하얀 소금이 묻어날 정도로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돼 있었으며 땀내의 악취가 말이 아니었습니다. 더 놀란 것은 고사총 조준경안의 십자 선에 이곳 대한민국의 진지가 정확하게 조준돼 있었습니다.

조준수가 졸음과 실수로 발사를 한다면 오발사고로 금방 총알이 당장이라도 날아 갈 것만 같았습니다.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마치 저를 겨누고 있는 것 만 같아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북한에선 지금도 대한민국 진지가 조준돼 있을까요? 같은 민족이라고 말로는 하면서도 총부리를 서로 겨누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고 언제면 우리 한반도에 전쟁이 없는 평화가 올까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