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농군학교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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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북한 이탈주민 인성교육을 위해 가나안 농군학교를 다녀왔습니다.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가나안 농군학교는 김용기 선생님께서 나라와 민족애에 대한 사랑의 정신과 기독교적 신념을 토대로 1962년 설립하신 기관으로 보다 인간다운 사회, 보다 풍요로운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정신교육 기관으로서 보다 투철한 민족정신을 가진 지도자를 육성하는 학교라고 합니다.

학교 정문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글발이 있습니다.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 가나안 농군학교는 지난날 우리 농촌을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으로 만들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학교라고도 합니다. 김범일 학교 교장님은 우리에게 당시 인구의 대부분이 농민이었고 배고픔 해결이 절대적 과제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물론 세상이 많이 좋아졌지만 나라와 가정, 사람에 대한 사랑, 땀 흘려 일하는 정신, 절약 정신, 효 윤리 등의 농군정신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하시면서 박대통령이 처음으로 이곳을 찾으시고 새마을 운동을 할 결심을 했고 또 가나안 농군학교의 정신은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 운동을 시작할 때 모델로 삼았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일화이기도 하다고 자랑스럽게 덧붙였습니다.

하여 아는 사람들은 이곳 가나안 농군학교를 새마을 운동 본거지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현재 가나안 농군학교는 이슬람 국가를 비롯한 11곳의 해외에 가나안 농군학교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교장은 인류의 최대 비극은 배고픔이라고 하면서 농부가 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농부라는 것은 배고픈 사람에게 도움을, 행복을 주라는 뜻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노력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음에 씨앗이 되어 노동의 숭고함과 효 윤리에 충실한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간곡한 말씀을 우리에게 해주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말씀 하나하나가 너무도 제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우리들에게 강의를 해 주신 또 한 분 있었습니다. 그분은 제가 이곳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분이었고 그분은 어려움에 처한 우리 탈북자들을 말없이 많이 도와주고 있는 분이기도 합니다.

젊어서 고생은 금주고도 못 산다는 말이 있듯이 북한 평양 창전동이 고향인 주선애 교수님은 1.4 후퇴 때 부모님과 함께 이곳 남한으로 내려오면서 당시 너무도 힘들고 어려운 고생을 할 때마다 정말 구더기 같은 인생이라고도 생각했었다고 했습니다.

올해 나이 90이 된 교수님은 마지막으로 북한도 복음으로 변해야 하고 소망과 희망이 있어야 그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뚜렷한 삶의 목표를 알고 인생의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전 교육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학교 식당으로 갔습니다. 학교식당은 다른 식당들보다 분위기가 조금 달랐습니다.

교사든 교장이든 학생들이거든 손님이거든 밥알 한 알 반찬 한 오리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법칙으로 돼 있습니다. 뷔페처럼 돼 있어 여러 번 반복해 먹을 수 는 있지만 남기지 말아야 하는 것이 규칙이라고 우리에게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음식은 모두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심고 가꾼 농산물이었습니다. 자연산이고 또 유기농이다 보니 건강에 좋은 음식들이었습니다.

불고기 볶음에 상추를 주었는데 상추가 얼마나 싱싱했던지 저는 곱빼기를 했습니다. 이번 가나안 농군학교를 다녀오면서 평소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도 많은 곳이 있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저녁 취침 이후 저는 친구들과 간단하게 시원한 맥주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워낙 학교에서 음주는 금지령으로 돼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조금 특별한 배려가 있었다고 합니다. 공기 좋은 곳에서 하룻밤은 즐거웠습니다. 늦은 시간 친구들과 잠자리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다시 밖으로 나와 수다로 온 밤을 보냈습니다.

저는 지금도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들었던 주선애 교수님의 말씀 가운데 젊어서 고생은 금주고도 못산다는 말과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지난날 어렵고 힘든 고생과 피타는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 이곳 대한민국에 와서 사랑하는 내 가족과 함께 행복한 새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더듬어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곳 대한민국은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할수록 그 대가를 얻을 수 있고 내 능력껏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우월성을 다시 한 번 알게 됐습니다. 내가 하루 일한 대가로 쌀을 구입하면 3개월을 먹고 살 수 있는 우리 대한민국과 한 달 일한 대가로 한 끼조차 살아갈 수 없는 곳, 북한의 현실을 비교해 보면서 오늘의 행복한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하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