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들의 고난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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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늦은 저녁 9시 뉴스 뒤에 나오는 'KBS 창'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탈북자들이 북한을 탈출해 두만강을 넘어 중국을 거쳐 이곳 한국으로 오는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한 프로를 시청하게 됐습니다. 우리 탈북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겪지 않으면 안 되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남편과 함께 마지막까지 보면서 우리 탈북자들이 겪는 비극의 현실을 다시 한 번 가슴으로 느껴 보았습니다.

특히 우리 탈북 여성들이 말도 통하지 않는 중국 땅에서 한족들에게 팔려가 인간 이하의 수모를 받으며 사는 모습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한 여성은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고향과 부모님, 가족들과 생리별 한 채 중국으로 탈북했습니다. 그 여성은 세월이 흘러 어느새 두 아이 엄마가 됐습니다.

중국에 있는 가족들이 허락하지 않아 또다시 중국에 아들을 남겨 놓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어린 딸과 함께 자유를 찾아 이곳으로 오는 내내 국경을 넘는 어렵고 힘든 고비를 한번 두번 넘길 때마다 그리운 아들과 전화 통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미 겪은 선배로서 그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 수 있는 저 역시 마음이 너무 아파 눈물 없이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북한의 가족과 생리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아들과 또 한 번 생리별 해야만 하는 수많은 우리 탈북여성들은 북한과 중국 두 나라의 이산가족이 아닌 이산가족이죠. 그 슬픔의 비극이 낳은 또 다른 비극을 보며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은 현실 앞에서 너무도 마음이 짠하고 아팠습니다.

저는 또 다른 여성의 슬픈 모성애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곳 한국에 온 그 여성은 중국에 두고 온 아들이 그리워 다시 중국으로 갔는데 중국의 가족들이 우리 한국 돈 1,800만원을 내놓아야 아들을 보여 주겠다면서 사랑하는 아들을 만나지 못하게 합니다. 제 아들을 두고 아들이라 떳떳하게 부를 수도 없었고 생각하던 끝에 제작진과 함께 아들이 있는 학교로 찾아갔지만 교사들도 가족들의 편에 서서 만나지 못하게 합니다.

노력과 고심 끝에 겨우 아들을 보게 됐는데 모자 상봉은 그야말로 어색한 분위기였습니다. 엄마는 귓속말로 아들에게 전화번호를 알려 줍니다. 누구나 자식을 둔 부모라면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아들, 10개월 동안 배 아파 낳은 제 아들을 아들이라 부를 수 없는 현실. 눈에 들어가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돈을 주어야만 아들의 손목이나마 잡아 볼 수 있다는 이 비극.

몇 년 만에 만나서도 아들에게 따끈한 밥 한 끼 해주지도 못하고 한껏 품에 안아 줄 수도 없고 마주 앉아 따뜻한 얘기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을 두고 다시 한 번 북한의 당국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북한 당국은 인민을 위함이라는 말은 많이 합니다. 인민의 영도자. 인민의 수령. 인민을 위한 장군이라는 말을 너무도 많이 사용합니다.

실지 인민을 위해서 뭘 하고 있는지, 진정한 인민의 수령이고 인민의 영도자이고 인민을 위한 장군이라면 최소한 인민들을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해야 하지 않은가, 굶주림과 추위가 없다면 이렇게 목숨을 걸고 사랑하는 고향과 부모처자를 뒤에 남겨 두고 북한을 탈출하지 않을 것이고 이런 가슴 아픈 상처를 겪지 않을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김정일이 죽으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기대를 했건만, 김정일 죽고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뒤 주민들의 고통과 굶주림은 더해만 가고 있으니 인제는 고향이 북한이라는 말조차 하기가 싫어집니다. 탈북자들을 데려오는 브로커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람을 한 개 두 개 무슨 물건처럼 비교해 말합니다.

그들은 KBS 방송국의 제작진에게는 좋은 말을 골라하는 듯 했습니다만 사실은 흰 돼지 한 마리, 두 마리 했거든요. 저쪽에서 오늘 아침 흰 돼지 두 마리 건너 왔다. 혹은 한 마리 들어 왔다라고 했고 그나마도 가격과 조건이 맞지 않으면 잘 팔리지도 않았습니다. 나라를 잘 못 만난 탓에 인간이 아닌 짐승보다도 못한 취급을 당해야 하는 것이 탈북 여성들입니다. 우리 탈북 여성들의 이런 비참한 비극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여성의 인권이 뭔지도 모르고 여성이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살아 왔습니다. 우리 북한 여성들도 세상 그 어느 나라 여성들과 똑같은 여자이기에 진정한 사랑도 받아보고 싶고 또 내 자식을 위해 내 가족을 위해 좋은 엄마 좋은 아내로 살아가는 것이 꿈이고 소원이거든요. 오늘도 북한 여성들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파이팅을 외칩니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원하며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