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와 친구들은 한 자리에 모이면 최근 중국공안에 체포된 27명의 탈북자들에 대한 얘기가 뉴스거리입니다. 며칠 전에 저도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중국 쿤밍과 청도(칭다오)에서 탈북자 27명이 체포됐다는 소식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북한을 탈출해 이곳 한국으로 바로 올 수가 없어 제 3국으로 돌아오려면 중국 남부로 이동해야 합니다. 이들 탈북자들은 중국남부로 이동하던 중국 쿤밍과 청도에서 체포됐는데 그중에는 이제 겨우 1살이 넘은 아기도 있었고 10대 아이들과 20대 청년, 그리고 40대의 젊은 부부가 있었다고 합니다.
한참 뉴스를 듣고 있는데 한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뉴스에 나온 탈북자들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는 내용을 보고 있다고 하시면서 그들이 만약 북한으로 강제 북송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하고 물으시면서 못내 가슴 아파하셨습니다. 이미 강제 북송 경험으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저는 북한에서 현재 빚어지고 있는 인권 상황에 대해서 간단하게 얘기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우리 탈북자들이 강제 북송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이미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 탈북자들이 목숨을 걸지 않으면 이곳 남한까지 올 수 없는 것이 비극이라고 했습니다.
다음날 저는 친구들과 만났다가 다시 한 번 중국 공안에 붙잡힌 탈북자 27명에 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모두가 한 번쯤 강제 북송 경험이 있었던 친구들이라 더더욱 가슴이 찢어지는 듯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한 친구는 회령 쪽으로 강제 북송된 아들이 정치범 수용소로 갔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직도 생사 여부를 모른다고 했습니다.
몇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아직 강제 북송 당시 받았던 고문과 조사를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지고, 그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가장 힘든 건 생때 같은 아들이 죽은 것은 아닌가 싶어 잠이 오지 않고 음식을 먹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또 한 친구는 단련대와 오로군 수용소에서 7개월을 보냈는데 그 속에서 짐승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아 죽으려고도 생각해보았지만 아무 죄도 없이 그저 죽는다는 게 더 마음이 아파 죽을 각오로 버티고 또 버텨 살아왔다고 합니다. 죽을 각오로 버티고 버틴 끝에 오늘날 한국에 와서 인간다운 새 삶을 살고 있다고 눈물이 글썽해 말했습니다.
고향이 온성인 한 친구 역시 두 아들은 남한에 와서 결혼도 하고 또 눈에 들어가도 아프지 않을 손자 녀석들도 낳았지만 맏아들은 이곳 남한으로 오던 도중 강제 북송되어 공개 총살을 당했고 사랑하는 아내 역시 끝내 감옥에서 숨을 거두었다며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우리는 이 비극 같은 현실, 또 이곳 대한민국 사람들은 들어도 이해를 할 수 없는 이 비극 같은 현실을 직접 눈앞에서 겪었고 가슴에 멍이 들도록 한을 품은 산 증인으로서 통일이 되면 잊지 않고 꼭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한결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배움의 열망과 미래에 대한 꿈, 희망을 안고 이곳으로 오던 어린 10대, 20대 젊은이들이 강제 북송되어 고생하게 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저립니다. 만약 그들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다면 그들은 공개 총살 아니면 정치범 수용소로 가는 것이 너무도 뻔한 일이거든요.
그들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그들의 죄라면 그저 좋은 세상에 와서 이밥에 고깃국 먹으며 인간다운 새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북한의 7살짜리 어린 꽃제비 소년이 한국에 가면 무엇을 하겠는가 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이를 실컷 먹겠다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하게 들려오는 듯합니다.
살기 위해 북한을 떠난 그들이 죄를 지은 것이 아니라 주민들을 배불리 먹이지 못하고 주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보장해주지 못하는 북한 당국에게 큰 죄를 물어야 합니다. 자신들은 호화 주택에서 풍요로운 생활을 하면서 주민들을 죄인 아닌 죄인으로 만들어 공개 총살하고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고 굶어죽게 하는 북한 당국에게 물어야 합니다.
'당신들은 기본적인 인권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유린을 이제는 그만하라고, 인민들은 더 이상 주면 먹고 안 주면 굶어죽는 그런 노예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 때가 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