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승일 행사의 이면

27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정전 60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대회 모습.
27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정전 60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대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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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7일 텔레비전을 통해 미국에서 열린 '정전 60주년 및 유엔군참전 기념행사' 내용에 대해 시청하게 됐습니다. 60년이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1950년 6. 25전쟁 초기에는 한국의 대통령까지도 부산으로 피난 갈 정도로 북한군의 기세가 등등했었지만 유엔군이 파병되어 우리 대한민국 국군과 연합 전선을 펼치자 다시 북한은 우리에게 밀려 후퇴를 하게 됐고 이에 북한은 중국 지원군의 도움을 받았으나 북한은 결국 정전 협정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엔군 참전 국가는 모두 21개 국가인데 미국 등 16개 나라는 전투 병력을 파견했고 5개 나라는 의료지원 물자를 지원해주는 등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우리 대한민국을 지지하고 도와주었다고 합니다. 미국은 작년과 올해를 '한국전 참전용사의 해'로 지정했고 캐나다 역시 이날을 '한국전 참전 기념일'로 지정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어렸을 적부터 미군의 부추김으로 인해 16개 추종국가들이 북한을 침략하기 위해 6. 25전쟁을 일으켰지만 결국 미국은 3년 만에 김일성 앞에 항복을 했고 정전 협정에 도장을 찍지 않으면 안됐었다는 허위와 거짓교육을 받아온 저로서는 위기에 처한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준 그들이 고마웠고 피 흘려 용감하게 싸워 우리나라를 지켜 준 영웅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평화와 행복한 삶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됐습니다.

또한 우리 대한민국의 어린 학생들이 부모님과 함께 북한 땅이 가장 가까운 곳인 임진각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대행진을 하며 6. 25전쟁을 몸으로 느껴보는 체험을 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7월27일 정전의 날을 두고도 남한과 북한이 서로 다른 표현을 하고 상반되는 내용의 행사를 하는 것만 봐도 우리 한반도의 현실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은 60년이라는 오랜 세월, 우리 한반도 역사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 그대로 7월 27일을 '정전 협정의 날'이라고 하지만 북한 당국은 제 나름대로 김일성의 탁월한 전략 전술에 의해 승리를 이룩했다며 이날을 '전승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7월 27일에도 북한은 전승기념 60돌 경축을 한답시고 배고픔으로 굶어 죽거나 장맛비에 목숨을 잃거나 집 잃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전혀 생각지도 않고 오직 7월 27일 하루를 위해 1억 5000만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쏟아 부어가며 대규모의 열병식을 통해 소위 김정은 체제가 공고하다는 것을 과시했습니다.

고향이 평양이라 유년시절 집단체조행사 때문에 수많은 고통을 겪었고 또 우리 아이들도 자라면서 집단체조에 대한 많은 고통을 겪어 왔습니다. 또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는 해마다 진행하는 무력시위행사를 비롯한 각종 정치적 행사들이 있을 때마다 고생이 많았습니다. 북한을 떠나 이곳 한국 생활 10년이 지난 저는 그래서 북한이 해마다 진행하는 무력시위와 아리랑 공연 등 정치적 행사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그런 큰 행사들이 있을 때마다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생활고에 대해서는 너무 깊이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북한은 이번 행사에도 7월 22일부터 31일까지 특별경비 주간을 만들어 놓고 주민들을 오도 가도 꼼짝 못하게 묶어 놓고는 3개월이라는 긴 시간, 군인들과 주민들을 못살게 굴었습니다.

주민들에게 있어 식량 공급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특별경비 주간은 말할 수 없을 만큼 너무도 버겁고 힘든 시간들이라는 건 너무도 뻔한 사실입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 만해도 주민들은 두 눈을 가지고도 세상을 볼 수 없었고 두 귀를 가지고도 세계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기에 무력시위 열병식을 보고는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하루 풀죽을 먹더라도 군사는 북한이 세계강국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착취와 억압이 있는 곳에서는 반드시 반항이 있듯이 오늘의 북한 주민들은 과거의 주민이 아니라는 것을 북한 당국은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이제는 낡은 수법으로 주민들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그전에도 그러했지만 이번 무력시위 행사에도 주민들의 불만이 컸다고 합니다. 인권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유가 없는 독재 국가에서 공개 총살이나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갈까 아직은 조금 두려워 표현을 못하고 살고 있는 북한주민들을 생각 하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