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보훈 50주년 순회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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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저는 친구들과 함께 서울의 중심거리인 광화문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청계광장을 다녀왔습니다. 8월5일 보훈 50주년을 맞아 순회 사진전 행사가 한창이었습니다. 때 아닌 비가 쏟아지는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모여 사진 관람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쟁도 아닌 평화 시기에 우리 대한민국의 서해 바다를 지키다가 숨진 천안함 46명의 용사들의 합동 안장식 사진과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실종 장병들을 구조하는 활동사진과 천안함 인양 당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이고 희망이었던 그들의 용맹과 위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며 눈물을 적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옆에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거리에 전시되어 있는 또 다른 사진들을 둘러보았습니다. 6.25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았으며 잠시 휴전돼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안보의식을 높여 주기 위해 6.25전쟁의 포화 속에서 어린 아이들을 포함한 우리 국민을 구해주는 모습과 전후 복구 시기의 너무도 열악했던 그 시절,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미국 군인들이 먹을 것도 주고 어린 학생들에게 글도 가르쳐 주고 폭격에 다친 사람을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모습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고향이 개성인 영희는 제 옆에서 묵묵히 사진을 둘러보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미군이 이 땅에서 함께 살수 없는 철천지원수라고 세뇌 교육을 받았는데 지금 보니 북한에서 우리가 알고 있었던 미국 군인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6. 25전쟁 때 미국 군인들이 북한 신천 땅에 들어와 북한의 주민들을 학살했다는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런 저런 말을 주고받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후퇴시기 북한의 어느 항에서 미군이 철수하면서 미처 철수하지 못한 주민들을 위해 배에 실었던 무기를 바닷물에 처넣었다는 이야기와 또 제가 미국을 세 번이나 다녀왔는데 미국사람들은 우리와 생김새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르고 전혀 다른 생활 습성과 언어를 가지고 있지만 제가 여성 인권문제와 북한 주민들의 실상에 대해 이야기 하자 눈물을 흘리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들어준 사실을 덧붙였습니다.

우리들 중에 고향이 함북도 무산이면서도 나이가 제일 많은 정희 언니는 이곳 대한민국에 온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미국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해 우리는 웃었습니다. 저는 미국사람들은 우리보다 키도 크고, 코도 크고,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감정은 우리와 똑같다고 말하면서 건너편에 있는 건물을 가리키며 그 곳이 미국대사관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웃고 떠들고 있는데 옆에서 의미 있게 사진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보고 계시던 한 어르신은 전쟁 시기 정말 미국 군인들이 아니었다면 자기는 굶어 죽을 수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 사진들은 모두 진실이라고 말해 주면서 지금 한국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부대찌개는 바로 미군 부대에서 먹다 남은 음식들로 찌개를 만들어 먹은 것에서 비롯됐다고 했습니다.

의정부 쪽에 가면 부대찌개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많은데 그 어르신은 지금도 그 때 그 음식 맛을 잊지 못해 자주 찾아 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그 어르신은 어렸을 때 미군 군인들이 주는 깡통 통조림과 우유로 하루 끼니를 때웠다고 했습니다. 저는 북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고 또 여기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탈북자들도 미국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지만 저는 미국 워싱턴과 뉴욕을 다녀왔다고 자랑을 했습니다.

우리는 6.25전쟁 시기 우리 대한민국을 지켜준 미군 군인들과 또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 귀중한 자기 한 몸을 바친 천안함 46명의 젊은 용사들을 언제나 잊지 않을 것이며 그들의 영혼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의 다짐을 했습니다.

내리던 비는 멎었지만 날씨는 후텁지근했습니다. 우리는 잠시 흐르는 청계천의 맑은 물에 손과 발을 담그고 땀을 식히고는 서대문역 주변에 있는 보쌈집에 들러 시원한 막걸리 한잔으로 땀을 식히고 집으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