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기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것만 같은 찜통더위가 9월까지 계속된다고 합니다. 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사람은 전기와 물이 없이는 단 1분도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주민들의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전기와 물이 제일 흔한 곳은 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즘 오랫동안 이어지는 찜통더위로 이곳 한국에서는 전기 사정이 매우 긴장하거든요.
하기에 방송에서는 전력사정과 관련하여 전기를 절약하자는 말이 자주 나오곤 합니다만, 아예 전기를 쓸 수도 없었고, 선풍기보다 몇 배 더 시원한 냉방기인 에어컨이란 말을 들어보지도 못했던 지난날 북한에선 그동안 어떻게 한 여름을 보내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이곳 한국에서는 33도가 이틀 연속 지속되면 폭염주의보, 35도 이상이 2일간 지속되면 폭염경보 신호가 발령됩니다.
하기에 방송은 물론 신문이나 인터넷 그 어디에서는 불볕더위로 인한 폭염특보라는 글을 많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상청에서는 텔레비전을 통해 하루에도 수십 차례씩 폭염경보나 특보가 내려진 곳에 대해 알려 주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폭염특보가 내리면 12시부터 5시까지 가장 무더운 시간에는 야외 활동을 하지 말 것을 권하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사회복지사나 구조대에 도움을 요청해 응급치료와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또한 가정에서도 많이 사용하면 집안의 온도가 높아질 수 있는 가스 곤로 사용법과 차문이 닫힌 자가용 승용차에 우리 아이들을 방치해 두지 말아야 할 것, 창문이 닫힌 상태에서 선풍기를 틀면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도 빠지지 않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방송 등을 통해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녁 퇴근시간이 지나면 아예 더운 집안을 나와 한강 시민공원으로 가족과 함께 또는 연인들과 함께 저녁피서를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기에 시민단체가 한강 다리에 집채만 한 영상화면을 걸어 놓고 시민들이 드라마와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휴식 공간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폭염은 소리 없이 찾아오는 자연 재해라 지금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는 일사병으로 사망률도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주말 저는 식구들과 함께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잘 익은 수박과 레몬을 앞에 두고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지난 북한에서의 생활 얘기가 나왔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유별나게 땀을 많이 흘리는 아들은 에어컨은 생각할 수도 없고, 작은 선풍기 하나 없는 북한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지금 같으면 한순간도 살 수 없다는 말이 공통어가 되어버린 자녀들은 그야말로 오래된 아주 오래된 옛말처럼 북한에서의 생활을 이야기합니다.
이곳에서는 흔하디흔한 수박도 먹어보기는커녕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북한, 어떻게 살아 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록 그리운 고향이지만 그래서 고향 생각을 하면 너무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합니다. 내 고향 평양의 기후도 이곳 서울과 다를 바 없이 꼭 같거든요. 해마다 삼복더위에는 33도가 넘게 폭염이 왔지만 폭염주의라는 말은 들어 보지도 못했으며 선풍기 하나 없는 그 시절 그저 자연재해로 찾아오는 더위라 응당히 이 무더위를 겪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살았습니다.
김일성 경기장에서 한창 집단체조 공연을 하던 중에 더위로 쓰러졌다가도 그 어린 나이에 공연장에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저녁 총화모임에서는 정치적 행사에 권위적 훼손을 시켰다는 강한 사상비판이 차례졌고 늦은 시간까지 체벌을 받았다는 작은 딸의 얘기를 들은 사위는 눈에 눈물까지 보였습니다.
또 한 번은 찜통더위를 이기지 못한 한 북한 주민이 지하철 전동차를 타고 시간을 보냈다는 이유로 단속되어 조사를 받고 밤늦게야 집으로 귀가한 적도 있었습니다. 무력시위 행사 도중에나 공사장에서는 더위로 쓰러져 죽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광복 거리, 통일 거리 공사 중에 더위로 쓰러져 숨진 이들도 많았는데요. 공사 기일까지 건설을 마무리하라는 당국의 지시를 무조건 관철해야 한다지만 그 찜통더위에도 일하는 사람들에게 얼음과자 하나 차례지는 것도 없었습니다.
저도 통일거리 건설장에 동원됐던 일이 있습니다. 한창 삽으로 몰탈(모르타르)을 이기던 한 젊은이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사람들이 몰려와 그를 땅위에 뉘어놓고 웃옷을 벗기고는 인공호흡을 시켰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몸 체구가 좋은 한 남자 분이 그를 등에 업고 병원으로 갔었지만 그만 일사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숨졌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해를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지금도 벌어지는 현 실입니다. 사실 이곳 남한에서는 버스나 전철, 그리고 택시나 자가용 승용차 같은 시민들이 출퇴근길에 사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물론 사무실이나 현장이든 가정집 등 실내라면 모든 곳에 냉방기인 에어컨과 대형 선풍기가 설치돼 있습니다.
심지어는 하루 일을 마치고 장을 볼 수 있는 대형 백화점은 물론 동네 작은 상점이나 생필품 일체를 판매하는 대형마트까지도 대형에어컨이 있어 시원하게 장을 볼 수 있고 시민들이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방송을 하고 있는 이 시각에도 방송이나 신문 등 모든 출판물과 광고지에는 폭염과 관련해 국민들이 건강에 유의할 점에 대해 계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기에 우리 가족은 이렇게 말합니다. 북한주민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복한 새 삶을 살고 있는 이곳 남한은 지상낙원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이죠.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주민들이 굶어 죽고 폭염에 쓰러지고 있는 북한은 사람을 한 순간도 살아가기 어렵게 하는 생지옥에 다름없다고 저는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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