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누구나 기다려지는 즐거운 여름휴가 철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방학이 있는 달이기도 합니다. 올해 1학년에 입학한 손녀딸애와 유치원에 다니는 손자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방학이라 이달은 할미인 저에게는 조금 지치고 힘든 날도 없지 않았지만 반면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방학을 시작하기 전에는 한 달이라는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지, 하는 궁금증도 있었습니다만 개구쟁이 녀석들과 시간을 보내다보니 한 달이 오히려 짧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때로는 바쁜 일정들을 함께 보내면서 방학이 끝나면 이 할미는 심심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도 해본답니다. 며칠 전에는 개구쟁이 녀석들과 함께 강원도 홍천면 덕치리 공작산에 있는 수타사를 다녀왔습니다.
남쪽에서는 늦은 장마로 인해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강원도 홍천 날씨는 후덥지근했습니다. 애들과 함께 여행을 하다 보니 2시간이면 갈 거리를 3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목적지인 홍천 수타사 계곡에 도착했습니다.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차문을 열기 바쁘게 손자 녀석들은 슈퍼로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한 개씩 손에 들었습니다. 양손에 손자들의 손을 잡고 계곡을 따라 걸었습니다. 장마 비로 인해 계곡에는 많은 물이 흘렀습니다. 좋은 날씨다 보니 등산객들과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수타사는 불교의 사원, 그러니까 절입니다. 수타교를 지나서 공작교를 건넜습니다. 수타교 다리 위에 장식되어 있는 돌로 만든 연꽃 송이를 잡고 사진도 찍고 아름드리 소나무를 안고 또는 이름 모를 꽃송이와 함께 사진도 찍었습니다. 수타사는 신라성덕왕 7년에 창건되어 우적산 일원사라고 불렀는데 조선 선조 2년에 현 위치인 공작산으로 옮기면서 수타사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때 모두 불에 탄 후 40년 동안 페허로 남아 있다가 인조 14년 공잠 대사가 중창을 시작하였고 당우들을 차례로 중건하여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였다고 합니다. 봉황문, 소조사천왕사, 흥회루, 범종각, 수타사동종, 대적광전, 심우신방, 삼성각, 원통보존으로 되어있습니다. 저는 원통보존으로 들어가 절을 세 번하고 소원을 빌었는데 개구쟁이 손자들도 따라 함께 절을 하더니 제법 눈을 지그시 감고 두 손을 마주잡고 쫑알쫑알 소원을 빌고 있었습니다.
잠시 저는 내 강아지들이 언제 저렇게 훌쩍 자라 대견하고 어른스러울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마당으로 나온 저는 애들과 함께 약수도 한잔 시원하게 마셨고 작은 돌담위에 작은 돌을 정성스레 올려놓으며 또 한 번 소원을 빌었습니다.
다음으로 발길을 옮긴 곳은 공작산 수타사 생태 숲으로 갔습니다. 생태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온몸에 차가운 소름이 끼쳤습니다. 왜냐하면 뱀 조심이라는 글발이 첫눈에 들어오는 것이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잠시 잠깐 이 글발을 잊은 저는 개구쟁이 손자 녀석들과 함께 잔디밭과 바위를 잡고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 큰 꽃뱀 한 마리가 들어 왔습니다. 너무 놀란 저는 두 손으로 입을 꼭 막고 소리도 못치고 있는데 벌써 놀라 소리치며 뛰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노느라 정신이 없던 손자 녀석들은 땀에 흠뻑 젖은 몸으로 달려와 사라진 뱀을 찾기도 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작은 연못 옆에 있는 정자에 앉아 땀을 식히며 공작산 숲과 산봉우리들의 아름답고 황홀한 산세와 절경에 감탄하며 잠깐 수다를 떨기도 했습니다. 미처 돌아보지 못한 코스를 돌아보기 위해 정자에서 내려와 길을 걷던 저는 잠시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작은 나무위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독사 한 마리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이번에는 나 자신도 모르게 뱀이다 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손자들이 보는 앞에서 한 어르신이 나무 위에 있는 뱀을 발로 건드렸습니다. 역시 놀란 뱀이 몸을 길게 펴고 달아났습니다.
우리 손자들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던 모든 어린 아이들이 놀라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습니다. 놀람도 잠시 잠깐 다람쥐 한 마리가 우리를 맞아 주어 우리 마음을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소나무, 잣나무, 은행나무, 전나무, 산수유나무와 꽃나무들과 개구리와 메뚜기, 딱정벌레 등 눈에 보이는 대로 손자들에게 열심히 입이 닳도록 설명해 주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저는 물살이 약하고 물이 적은 곳을 찾아 손과 발을 씻었습니다. 비로 인해 물이 불어 있어 어른들만 잠시 잠깐이었지만 너무 시원하고 즐거웠습니다. 늦은 점심으로 우리는 이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다슬기 수제비를 먹었습니다.
공작산 수타사를 출발하면서 저는 그동안 수십 번 홍천을 다녀오면서 이렇게 산세가 아름답고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을 왜 몰랐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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