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주 탈북자들의 고단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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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알리는 백로도 지났습니다. 제법 쌀쌀한 저녁,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와 텔레비전 앞에 앉았습니다. 'KBS (창)'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니 '분단의 방랑자'라는 제목으로, 어렵게 남한에 왔으면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남한을 떠난 탈북자들이 영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서 불법체류자가 되어 생활하는 모습을 방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상처들이 있었습니다. 한 젊은 친구는 남한을 떠난 지 6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불법 체류자로서 페인트칠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제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합니다. 북한에는 어머님 한분이 계신다고 합니다. 어머님이 남한에 있는 아들 때문에 북한 보위부로부터 강한 처벌을 받았다고 합니다.

북한 보위부에서는 남한과 미국으로 간 탈북자 가족들에게는 더 심한 처벌을 가한다고 하네요. 정말 충격적인 얘기였습니다. 사실 저는 이곳 한국에 온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 전에는 남한을 떠나 영국이나 캐나다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친구에게 피부색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은 외국에서 어떻게 살겠는가고 묻곤 했었거든요.

이곳에서 적응 못하면 역시 다른 곳에 가서도 적응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를 쉽게 해 왔습니다. 그러나 텔레비전을 보니 그곳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아이들은 노스코리아 사람이든 사우스코리아 사람이든 같은 난민이기에 영국에서는 차별 없다는 얘기를 하네요. 웃어야 하는 건지 울어야 하는 건지 마음이 짠하기도 했습니다. 또 임신 중에 북한으로 강제 북송되어 약을 잘못 사용해 장애로 태어난 아들 때문에 영국으로 간 한 여성의 가슴 아픈 증언도 들었습니다.

또 한 여성은 엄마인 자신은 영국에 가 있고 큰딸은 캐나다에 있고 둘째 딸은 강제 북송되어 사형에 처했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그들은 한결같이 어느 나라도 탈북자들을 인정해 주지 않고 있으며 탈북자들은 국제 고아라는 가슴 아픈 말과 함께 탈북자 문제 해결은 물질적인 지원과 재정적인 지원이 전부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마음적으로 탈북자들을 박대하는 따가운 시선이 더 아팠다고 합니다.

인터뷰를 하던 피디가 조국이 어딘가라는 질문을 하자 그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북한은 고향이고 한국이 조국이다." "북한은 고향이기 때문에 그립지만 가고 싶지 않다." "기댈 수 있는 곳은 영국." "조국이 없이 살고 있다." "북한도 조국이고 남한도 조국?" 서로 각기 다른 생각과 표현을 가지고 아무 거리낌 없이 답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곳 남한이 조국이라는 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이들의 삶의 현실을 보면서 이곳 남한에서 한 평생을 살아온 남편과 재혼을 해 살고 있는 저로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남편은 이곳 남한사회에서 태어나 살아왔고 저는 북한사회에서 태어나 살아왔다는 이유로 인해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면서도 때로는 통역원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서로 문화 차이로 표현력과 이해가 서로 다르다는 이유이지요.

한 마디로 말하면 지방 사투리도 있지만도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는 서울말과 소위 표준어만을 사용해 온 평양말의 뜻과 표현이 반대되는 것이 있거든요. 우리 평양에서는 닭곰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이곳 서울에서는 삼계탕이라고 하고 "불편한 점이 없는가." 물으면 괜찮다고 답해야 하는데 내 고향 평양에서는 일없다고 하거든요.

이곳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처음 주변에 있는 분들이 한국 생활이 어렵지 않은 가고 많이 물어 왔습니다. 아무생각 없이 일없다고 답했거든요. 그러면 왜 일이 없는 가고 일이 없으면 안 된다고 다시 반복해 문의 하는 분들로 인해 어이없는 웃음도 지은 적이 많았습니다.

우리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인신매매 꾼과 납치꾼들에게 끌려 인권을 유린당하고 짓밟히고 강제북송된 것도 역시 국적이 없고 중국말을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올바른 영도자를 만나지 못한 탓으로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국제 고아가 된 탈북자들. 인간으로서의 초보적인 삶을 위해 방랑생활을 하고 있는 탈북자들, 이보다 더 큰 비극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북한당국은 진정한 인민을 위한 정권이라면 핵과 미사일로 전쟁을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인민들의 행복한 삶과 인간다운 삶의 길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