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반구정에서의 가족 식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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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저녁 외식을 하기 위해 파주시 반구정 부근의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반구정 음식점은 민물고기 매운탕과 장어구이 집으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아주 유명한 음식점이기도 하지만 분위기 또한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마침 저녁 해가 넘어가는 전경이 한눈에 펼쳐졌습니다.

우리 가족만이 아니라 당시 음식점에 있던 모든 손님들은 식사하다 말고 손에 전화기를 들고 사진을 찍느라 분주해졌습니다. 저에게는 자주 보는 임진강이었지만 그날따라 빨간색으로 변해 있는 강물은 더욱 아름다웠고 멀리 바라보이는 북한산 봉우리는 더욱 웅장하게 돋보였습니다. 임진강 철책선을 따라 군복을 입고 총을 멘 군인들이 순찰을 위해 지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손자 녀석들은 군인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임진강 야경은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임진강 줄기를 따라 장식해 놓은 등불이 켜지자 모든 사람들의 눈은 커졌고 황홀해 합니다. 그중 부산이 고향인 조카사위의 눈은 더욱 커졌습니다. 70나이 한 평생을 부산을 떠난 적 없다는 사부인은 며느리 덕분에 마음대로 볼 수 없는 최전방의 황홀한 야경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해 합니다.

사돈님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니 괜스레 고향생각으로 제 눈에서는 눈물이 납니다. 아주 가까운 곳인 지척에 두고도 갈 수 없고 빤히 바라보이는 임진강 건너편이 있지만 갈 수 없다는 새삼스러운 생각에 눈물이 났습니다. 어제(9월15일) 추석맞이로 곳곳에서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흥성거리고 고향으로 내려간다는 마음에 이미 오래전부터 흠뻑 들떠있는 모습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다만 명절이 되어도 갈 곳 없는 우리 탈북민들은 특별한 추석명절이 되면 마음이 더욱 아픕니다. 딸애를 찾아가지고 무조건 다시 돌아올 줄 알았던 이 못난 딸년을 기다리다가 지쳐 눈도 감지 못한 채 돌아가신 어머님의 산소를 이제는 찾아갈 수 없다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뭉클해지네요.

늦게라도 어머님의 산소를 찾아가 용서를 빌게 될 그날이 죽기 전에 올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들이 한마디 합니다. "생각보다 임진강이 두만강보다 넓고 크네." 평양 대동강만큼 크고 넓다면서 이제 고향가면 알아볼 수 있을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하는 말에 식사하다말고 우리 가족들의 얼굴은 굳어졌습니다.

명절이 지나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다는 이곳 한국 여성들의 투정이 부럽기도 합니다만 이번 추석명절에는 친구들과 함께 등산을 갈까, 가을 여행을 떠나 볼까 하고 추석 명절과는 어울리지 않는 맘 편한 고민도 해보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다행히 제 옆에 온가족들이 다 모여 있어 행복합니다. 명절을 보내고 나서 고향생각에 뒤숭숭한 할미 마음은 모르고 손자 녀석들은 그저 좋아라 넓은 음식점이 좁다하게 1층 2층으로 분주하게 오르내립니다.

특별하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만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도중에 길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 꽃밭 속에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조금 어두웠지만도 개구쟁이들은 좋아하네요. 추석명절을 보내고 나서 저녁 임진강 철책선 부근에서 가족들과 함께 고향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