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보름달 안에 그리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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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잠에 들었던 저는 순간 어느새 날이 훤하게 밝았다는 느낌이 들어 눈을 떴습니다. 시계를 쳐다보니 새벽2시30분이었습니다. 날이 밝은 것이 아니라 창문을 통해 둥근 보름달이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꿈나라에 가 있는 우리 가족을 지켜주고 있는 듯 했습니다.

거실에서 손자들이 잠을 자고 있다는 사실도 잠시 잊은 채 창문을 활짝 열고 사진을 찍으면서 잠자고 있는 남편을 깨웠습니다. 거실에서 자고 있던 딸의 가족들도 작은 방에서 자고 있던 아들 내외도 손자 녀석들도 잠에서 깨어나 졸린 눈으로 보름달을 보더니 자기들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좋아하네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잠 자다 말고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자기 나름대로의 소원을 빌고 있는데 10살짜리 손녀딸이 뜬금없이 보름달이 뭔가 조금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뭐가 이상하냐고 물었더니 한쪽이 조금 찌그려졌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달이 어딘가 모르게 조금 이상해 보였습니다.

보름날 아침 새벽이라 아직 완전한 보름달이 아닌가, 사위가 한마디 합니다. 어른들도 미처 알아보지 못했는데. 저는 손녀의 잔등을 두드려 주었습니다. "보름달이 송편이 먹고 싶은가 보다" 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뛰는 위에 나는 재주가 있다고 손자 녀석이 그럼 빨리 보름달에게 송편을 주라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남들이 다 자고 있는 새벽 창문을 활짝 열고 웃고 떠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조금은 특별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가족들처럼 행복한 가정은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한쪽이 조금 부족한 보름달이었지만 올해 한 해도 우리 가족 모두가 건강하여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 잘되기를 그리고 언제나 내 가족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빌었습니다.

눈에 들어가도 아프지 않을 내 손자들도 아프지 않고 잘 자라게 해 달라고 열심히 빌었거든요. 아울러 아들이 새로 시작한 사업이 잘되고 사위도 건강하기를 빌었습니다. 순간 고향 생각으로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그러 하듯이 고향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부모님이거든요. 둥글고 환한 보름달 안에 어머님 얼굴이 비쳐지기도 합니다.

내 고향에서도 형제들이 저 달을 바라보면서 이 언니를 또는 이 동생을 그리워하고 있겠지, 하는 생각과 더불어 지난 날 우리 어머니가 따끈한 아래 목에서 퇴근해 오시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자주 들려주던 두 오누이 형제에 대한 옛 이야기가 생각나 손자들에게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쫑알쫑알 대던 손자 녀석들이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앉은 자세에서 졸고 있었습니다. 남들이 깊이 잠든 새벽 우리 가족은 자다 말고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도 빌고 우스갯소리와 더불어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하늘나라에 계시는 부모님을 그려 보는 추억을 해 보았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