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저는 공군 부대 안보 강연을 위해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사실 지난봄에 제주도를 갔다 온 적은 있었지만 그때에는 제대로 된 관광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 마음이 한구석에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관광을 하기 위해 하루 먼저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사전 약속을 한 뒤 이미 저는 며칠 전부터 설레는 마음을 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이른 새벽 버스를 타고 김포 공항으로 갔습니다. 작은 트렁크에는 운동신발과 운동복을 갖추어 넣었습니다. 드디어 시간이 되어 아침 6시 55분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비행기 창문으로 보이는 새벽 가을 하늘은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비행기는 이미 흰 구름 속에 묻혀 있었고 바라보이는 목화솜처럼 하얀 구름뭉치는 마치 북부 씨비리(시베리아)에 있는 빙하 산을 방불케 했습니다.
함께 가는 친구와 저는 '우와' 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이런 감정을 억제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벌써 비행기는 제주도에 도착 했습니다. 북한 인권 시민 연합 사무국장님과 함께 자가용 승용차를 빌렸습니다.
달리는 창밖을 내다보는 제 마음은 들뜨고 설렜습니다. 우리가 맨 처음으로 도착 한 곳은 이호테우 해변이었습니다. 저는 무작정 신발을 벗고 무릎을 걷어 올리고 바닷물에 뛰어 들어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거세찬 파도에 밀려오는 커다란 미역을 들고 사진 한 장 멋있게 찍었습니다.
해변에서 저는 지난봄에 슬쩍 이곳을 지나면서 느꼈던 궁금증을 풀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지나면서 여러 가지 색을 띠는 바다가 신기했습니다. 석회 색깔이 나는 바닷물을 보면서 바다 속이라 석회는 없을 것이라 이상하게 여기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바다 속 바닥은 모래층이라 흰색을 띠고 조금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돌층이라 물의 색깔이 조금 연녹색을 띠고 더 깊은 곳은 파랑, 청색 등 바닥에 따라 바다 색깔도 여러 가지를 띠고 있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완연한 맑은 가을 날씨와 더불어 해변의 바닷물 색깔은 마치 무지개 같았습니다. 제주도 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색이기도 합니다.
해변을 조금 벗어나니 어르신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바구니에서 숭어 한 마리가 펄쩍 뛰어 나왔습니다. 세찬 파도를 한 장 찍기 위해 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 누구도 찍지 못한 웅장한 제주도의 파도를 찍었습니다. 저는 어르신들에게 파도에 말려 들어가면 어떡하느냐고 작은 꾸지람도 들었습니다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서울에 있는 딸들과 아들에게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그 사진을 전송해 주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리고 친구들도 모두 부러워하는 문자 메시지가 연이어 날아왔습니다. 회 사생활을 하는 아들은 언제 제주도에 갔는가 하며 엄마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축지법을 쓰지 않느냐고 했고 손녀는 할머니 혼자 제주도에 갔다고 쫑알쫑알 하면서도 제주도에서만 구입해 먹을 수 있는 감귤 초콜릿을 꼭 사오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해변을 따라 성산 일출봉으로 갔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차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성산 일출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산 밑에서 시작해 정상까지 끊이지 않고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마치 개미떼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연상케 했는데 장마 비를 대비해 수많은 개미들이 줄지어 높은 곳으로 오르는 모양 같았습니다.
입장료는 2000원, 2달러가 채 안됐는데 제주도 성산 일출봉은 화산으로 폭발한 화구라고 합니다. 분화구에 봉우리가 빙 둘러 싸여 있는 모습이 마치 성 같다고 해 성산이라고 하며 이곳에서 보는 일출이 유명하다고 해 일출봉이라고도 합니다. 높이 182m 제주도 동쪽에 있는 성산은 사발 모양의 평범한 분화구가 섬 전체에 걸쳐 있다고 합니다.
성산봉 밑에는 해녀 집이 있었는데 TV 오락 프로그램인 1박 2일에서 보았던 낯익은 해녀 집도 있었는데 경치가 천하 절경이었습니다. 관광객 중에는 특히 중국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제주도 여행에 있어 가장 아름답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바로 성산 일출봉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꿈 많은 어린 소녀 마냥 저는 파란 잔디밭에 누워서, 또 앉아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기념으로 말에게 다가가 섭섭지 않게 손 전화기에 한 장 찍어 기념으로 남겼습니다. 우리는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가시 식당'이라는 음식점에 들려 돼지고기 두루치기와 목살 구이를 먹었는데 그야말로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맛있는 별미였습니다.
점심을 먹은 뒤 다시 승용차를 타고 바닷길을 따라 달리고 달려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제주도에서도 남쪽인 송악산 부근에 있는 바다의 향기라는 호텔에 들려 짐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차를 타고 약 1시간 달려 다시 제주도 시내로 들어가 납북자 가족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 후 용머리처럼 생겼다고 하는 용두암의 야경을 보았고, 앞으로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소원도 빌었으며, 인어 아가씨 동상과 함께 기념사진도 한 장 남겼습니다.
캄캄한 밤. 철석 철썩 치는 파도소리를 자장가로 들으며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이렇게 제주도에서의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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